◎“무한경쟁시대 경제대통령 필요”/당내 반발 민주적 해소 가능/잠수함사건 해결은 다행,남북관계 개선 의문/YS 선거 공정관리·경제난 탈피 노력땐 협조□대담=조명구 차장
15대 대통령선거의 해가 밝았다. 이번 대선은 경제를 다시 살리고 통일시대를 개척, 우리의 21세기를 선도할 지도자를 뽑는 중차대한 국가적 행사이다. 국민들의 바른선택이 어느때보다 요구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여야의 대선주자들을 만나 새해포부, 대통령선거와 관련된 구상 등을 들어 본다.
―올해를 맞는 감회를 말씀해주시지요.
『개인적으로도 중요한 해이고 우리나라로서도 6·25이후 가장 중요한 고비가 될 것으로 봅니다. 우리 모두는 20세기를 마무리짓고 21세기를 여는 대통령, 앞으로 1,000년 미래를 개척하는 대통령을 뽑는다는 심정으로 임해야 할 것입니다』
―21세기 대통령은 어떤 인물이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한마디로 얘기해서 비전과 철학, 그리고 이를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는 전략을 갖춘 인물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세기로 넘어가는 격변기의 영향을 누구하나 빠짐없이 받고있는데, 그중에서도 변화는 경제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산업혁명이래의 국민경제 체제가 무너지고 무한경쟁과 무국적 경제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는 경제대통령이 필요합니다』
―야권후보 단일화 논의는 언제부터 본격화됩니까.
『그것은 언제쯤 하느냐하는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는 문제입니다. 그동안 양당의 대화, 또는 이심전심을 통해 대략의 방향은 서 있습니다. 결국 야당의 전당대회이후에 최종마무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선거전략상 서두르는 것이 좋지도 않고…』
―야권후보 단일화가 성사될 것으로 보십니까.
『통합과 연합은 다릅니다. 통합은 과거 3당합당과 같은 것인데, 본질적으로 (정당이)같아야 됩니다. 그런데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야합이라는 비판을 받고 뒤에도 문제가 생긴 것 아닙니까. 연합은 그때그때 정책과 이해가 일치되면 가능한 것입니다. 또 양당이 국민지지를 받는 길은 그 길밖에 없다는 것을 알기때문에 성사될 것으로 봅니다』
―자민련과 내각제개헌 추진을 합의할 경우 2년여 집권한뒤 대통령직을 사임할 용의가 있습니까.
『개헌시기는 장애물이 될 수 없습니다. 또 헌법만들기에 달려있습니다. 권한은 내각이 갖고 대통령제는 고수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쪽 입장을 만족시킬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이 있습니다』
―야권후보 단일화는 87년 대선 등 과거의 실패를 예로 들어볼 때 양측이 사심을 버려야 성사될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않습니다.
『87년과 지금은 달라요. 그 때 김영삼씨는 내가 사면복권되면 대선후보를 양보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양보는 커녕 당내경선조차 막아버렸어요. 그래서 갈라서버린거지요. 또 지금은 두 당이 연립정부를 구성하자는 입장에서 공동승리하자는 것이니까, 이해가 조정될 수 있습니다』
―김총재로 단일화될 경우 대선에서 또다시 호남 대 비호남구도로 갈 것이기 때문에 김종필 총재로의 단일화가 더 승산가능성이 높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많고, 그런 문제는 그 때가서 생각하면 됩니다. 지금 일일이 내 입장에서 반론하고 싶지 않습니다』
―5월 전당대회에서 내각제 채택으로 당헌을 개정할 수 있습니까.
『5월 전당대회는 먼저 우리당의 대선후보를 선출하게 됩니다. 야권후보 단일화협상에 대해서는 권한을 위임하게 될 것입니다. 아마도 당무위원회가 권한을 위임받는 형식이 될 것입니다』
―정계은퇴선언 번복, 20억원+알파설 등으로 김총재의 이미지가 손상되고, 젊은층 등 고정표가 상당부분 이탈했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알파」부분은 법무장관의 증언으로 시비가 가려졌습니다. 20억원도 대선때 노태우 대통령이 각 후보에게 진중위문금으로 전달한 것인데 김영삼 대통령은 수천억원을 받았으면서 지금도 숨기고 있어요. 엄청나게 많은 돈을 받은 사람은 속여도 괜찮고 정직하게 말한 사람이 벌받으면 이 나라 정치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정계를 은퇴한뒤 다시 나온 것이 잘못이라면 감수해야죠. 정계은퇴후 다시 나올 수 밖에 없었던 고충을 국민들이 이해해주셨으면 하는 심정입니다. 앞으로 선거전에 들어가면 이에대해 자세히 밝히겠습니다』
―당내 일부 중진들은 자민련과의 대선공조, 내각제추진 등을 반대하고 김총재의 대권도전에도 부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당내에 여러가지 얘기가 나오는 것이 민주주의입니다. 당의 압도적인 대세는 하나로 가고 있고 당내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당내의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여과하고 소화할 수 있는 문제라고 봅니다』
―여권의 대선주자중 누가 가장 버거운 상대인가요.
『상식적으로 얘기하면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가장 높은 사람이겠지요. 그러나 국민들 사이에 50년동안 내려온 여당지배구조에서 정권교체를 해야하고, 김영삼정권에 의해 창출될 다음정권은 지금처럼 경제를 살릴능력이 없다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여당후보는 누가나오든지 돈과 권력, 모략 등 공작정치로 선거할 거예요』
―올 대선에서의 쟁점은 경제와 남북문제로 요약됩니다. 현재의 경제난을 풀어나갈 묘책이 있습니까.
『경제난은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보다 앞서기 때문입니다. 부산에 세우려는 자동차공장은 평당 160여만원이 드는 반면 아산만은 평당 40만원이고 무안은 10만원이 들어요. 그런데도 정치논리때문에 160만원을 택하는게 현실입니다. 가덕도 신항만건설도 마찬가지입니다. 특정지역보다는 대한민국 전체를 보고 경제를 운영해야 합니다. 우선 경쟁력을 강화시켜야 하고 물가인상률을 3.5%로 잡아야 합니다. 지금 물가상승률이 4.5%라는데 발표한 장관의 부인도 안믿을 것입니다. 기업과 노동자가 합의를 도출해 신명나는 노사관계를 만들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보완하는 쌍두마차체제로 운영해야 합니다』
―올해의 남북관계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잠수함사건이 문제점은 있지만 해결돼 다행입니다. 그러나 (사과문구에는)남북관계의 장래를 점칠 수 있는 여러 어두운 면이 있습니다. 먼저 정부는 북이 시인·사과 했다지만 북한은 동해안 사건이라고 했지, 침투라고 인정치 않았고 유감의 대상이 명시돼 있지 않아요. 자기네 죽은 사람을 지칭하고 빠져나갈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올해의 남북문제는 미국을 통하는 구조로 갈 가능성이 있어요. 북한이 우리와 상대않겠다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것같아 금년내에 남북문제가 얼마만큼 개선되겠느냐는 것은 의문입니다』
―전두환·노태우씨 사면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80년 사형언도 받은뒤 최후진술할 때부터 나쁜 정치는 타파되고 민주주의는 수호되어야 하지만 사람에 대해서는 관대해야 한다는 게 일관된 생각입니다. 그러나 전·노씨는 이번에 과거 국민에게 사과하던 입장을 바꿔 잘못한 것이 없다며 정통성을 주장하고 단식농성까지했는데 그것이 국민의 분노를 불러 일으킨 원인입니다. 전·노씨가 과거의 잘못을 사과해야만 국민들이 관용을 베풀것으로 보입니다』
―문민정부가 표방한 개혁정책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합니까.
『김대통령에게는 지금도 인간적인 악의는 전혀 없으며 우정을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도 진심으로 그분이 성공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김대통령의 가장 큰 업적은 군인의 정치개입 여지를 없앴다는 것입니다. 군사통치를 받아온 입장에서 하나회 척결은 과감한 결단이지요. 그러나 공정한 인사를 하지 못하고 TK를 몰아내고 PK를 집어넣어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은 애석한 일입니다. 김대통령은 이제도 때가 늦지 않았습니다. 선거에 공정관리자로서 초연하고 경제·남북문제해결에 총력을 쏟으면 우리도 협조할 것입니다』<정리=유승우·권혁범 기자>정리=유승우·권혁범>
◎DJ의 캠프/가신들·아태재단 등 막강 포진/4∼5개팀 매주 대선전략 협의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는 40여년의 정치역정에 걸맞게 다양하고 폭넓은 인맥을 구축하고 있다. 김총재와 함께 오랜 세월동안 고난을 같이했던 이른바 가신그룹 외에도 사회적 지명도가 높은 인물들이 각종 조직을 통해 김총재와 인연을 맺고있다.
김총재의 「가장 가까운 사람들」은 역시 「동교동 가신」출신들이다. 권노갑 의원을 정점으로 한화갑 김옥두 남궁진 최재승 김경재 정동채 설훈 의원 등, 김총재 비서 출신인 이들은 뛰어난 충성심으로 대선준비의 핵심역할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 권노갑 의원은 김총재의 자금조달에도 깊숙이 관여하는 등 측근중의 핵심이다.
이들 외에도 4·11총선때 영입한 유재건 박상규 부총재와 박상천 원내총무와 정세분석실을 이끌고 있는 김영환 의원 등이 원내의 브레인이다. 이와함께 재야출신인 김근태 이해찬 임채정 의원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인물들이다.
현재 김총재의 인맥중에서 매우 독특한 입지와 역할을 가진 그룹이 「원외측근」들이라 할 수 있다. 총재권한대행으로 당무를 맡고 있는 조세형 부총재, 아태재단내 대선기획단을 이끌고 있는 이종찬 부총재, 야권후보단일화 논의의 밀사인 한광옥 사무총장, 주로 초선의원들로 구성된 특보단 리더인 문희상 전 의원, 박지원 기조실장 이영일 홍보위원장 등이 바로 그들이다.
당외에서는 통일원차관을 지낸 임동원 아태재단 사무총장과 경희대 나종일, 서울대 한상진, 동국대 황태연 교수 등의 자문교수그룹이 분야별로 김총재에게 조언을 하고있다. 특히 나교수와 서울대 교수출신 길승흠 의원은 각각 자문교수진을 조직, 수시로 김총재에게 대선전략과 관련한 보고를 하고있다. 김총재의 장남 김홍일 의원도 최대외곽조직인 「연청」을 관리하는 한편 별도로 대선기획팀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서는 김총재의 처조카로 미국에서 「한국인권문제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이영작 박사가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김총재의 브레인집단은 당내외 4∼5개팀으로 운영되는데 이종찬 부총재 주재로 1주일에 한두번씩 만나 대선전략을 협의하고 있다. 김총재는 조만간 당직개편과 함께 이들 기획팀을 통합, 공조직화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손태규 기자>손태규>
◎대선 포인트/고정지지층에 ‘+알파’ 얼마나
김대중 총재의 최대 강점은 「절대 흐트러지지 않는」 고정적 지지자가 700만명을 웃돈다는 사실. 이들은 단순한 감각적 지지계층이 아니고 호남출신, 야당성향 유권자를 중심으로 형성된 견고한 지지집단으로 김총재의 확실한 득표력 기반이 되고 있다. 그러나 거꾸로 영남권, 여당성향 유권자의 거부감도 만만치않아 고정적 지지자에게 「+알파」를 추가하기가 어렵다는 한계도 안고 있다.
그의 오랜 정치경험과 경륜도 강점이자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중경제론, 3단계 통일방안 등 김총재는 경제·통일분야 등에 자타가 공인할 만큼 탁월한 경륜을 갖고 있다. 특히 지금처럼 경제가 어렵고 남북문제가 복잡한 상황에서는 그의 경륜은 상대적으로 돋보일 수도 있다. 김총재는 또 가장 고초를 많이 겪은 정치인으로 민주화투쟁의 산증인, 서민·중소기업 중심의 정책기조를 일관되게 유지해온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고있다.
그러나 40년 정치역정과 고령(72세)은 구세대 이미지를 부각, 세대교체론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정계은퇴를 번복, 대선 4수에 도전하겠다는 것은 「정치인 김대중」에 대한 신뢰성의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또한 그의 통일관 경제관 등은 기득권층의 경계심을 불러일으켜 선거때마다 색깔론 시비에 휘말리게 하고 있기도 하다.<권혁범 기자>권혁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