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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가장 기뻤던 10년/마리즈 부르뎅(한국에 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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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가장 기뻤던 10년/마리즈 부르뎅(한국에 살면서)

입력
1997.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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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96년이 지나고 97년이 왔다. 한 해가 저물어간다 싶더니 벌써 새로운 한 해가 자리를 잡고 우리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해에 할 용기가 없었거나 할 시간이 없었던 것에 대한 아쉬움과 새로 시작하는 한 해를 위한 굳은 결심의 시간 앞에 우리는 서 있다. 분주한 세밑에 미처 다하지 못한, 지난 한 해에 대한 총결산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으리라.96년은 나의 기억에 매우 중요한 해로 남을 것이다. 96년은 내가 한국에서 생활한 지 10년이 되는 해였기 때문이다.

10년! 벌써 10년이라니! 나는 이 지나간 10년을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내가 3년 동안의 장학금을 받고 86년 한국에 도착했을 때 그렇게 긴 시간 동안 이곳에 머물 것이라고는 결코 예상치 못했었다.

개인적으로 이 10년이란 긴 세월은 두말할 것 없이 나의 인생에서 가장 의미있는 기간이었다. 한국생활은 매우 풍요로웠다.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으며, 특히 직업상 수많은 흥미로운 일들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프랑스나 외국으로 휴가를 갈 때마다 나는 한국에 대해 거의 아는 것이 없는 친구들에게 내가 살고 있는 한국이란 나라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하나의 커다란 기쁨으로 여겨왔다. 실은 나 자신도 이곳에 처음 왔을 당시에는 이 나라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몇마디의 한국어뿐이었다.

이렇게 나는 내 조국을 한국인들에게 알리는데 기여한 것과 마찬가지로 프랑스와 외국의 친구들에게 한국을 더 잘 알리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외국에서 살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나처럼 그것을 나누는 기쁨을 느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한국인들은 프랑스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자주 나의 나라에 대해 갖고 있는 한국인들의 많은 지식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불행하게도 프랑스인의 경우는 한국에 대해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말해야겠다.

그렇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상황은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고 본다. 실제로 몇 년전부터 프랑스의 신문이나 TV에는 한국에 관한 기사가 점점 더 많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유감스럽게도 얼마전 대우그룹의 톰슨 멀티미디어 인수문제와 관련한 프랑스 정부의 조치나 이를 보도한 프랑스 언론매체의 태도는 매우 서투른 외교와 몰이해에서 기인한듯 보인다.

그렇지만 많은 프랑스인, 특히 한국에 살고 있는 프랑스인들은 자국 정부의 이러한 처리방식에 격분하였다는 사실을 한국인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많은 프랑스인들은 한국이 중요한 경제적 파트너이며 동맹국임을 잘 알고 있다.

97년에는 이런 오해가 풀리고 프랑스와 한국의 관계가 전에 못지않게 우호적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형사정책연구원 번역요원·프랑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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