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적자의 폭증으로 멕시코사태와 같은 외환·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경상수지 적자가 230억달러를 넘어서면 국내총생산(GDP)대비 경상수지비율이 4.5%에 달하게 된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의 2차 권고수준(5%)에 육박하는 것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중 폴란드(4.9%) 터키(4.6%)에 이어 3번째로 높다.더욱이 내년에도 경상수지적자는 200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위기의식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고위관계자도 『적자규모가 GDP대비 2∼3%수준을 3년 연속 기록할 경우 멕시코와 같은 외환·금융위기가 닥쳐올 가능성이 크다』고 실토할 정도여서 멕시코사태는 이제 더이상 「강건너 불」이 아니다.
우선 외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대외거래상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막대한 외화를 빌려오는 바람에 총외채가 95년 784억달러에서 올 6월말 932억달러로 늘어난데 이어 12월중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또 내년에도 200억달러 적자를 내게 되면 총외채는 1,200억달러로 증가할 전망이다. 총외채가 1,200억달러로 늘어날 경우 국민 1인당 대외채무액은 221만원, 가구당 884만원으로 늘어난다.
특히 총외채 가운데 일시에 빠져나갈 수 있는 단기외채의 비중이 93년말 43.7%이던 것이 올 6월말 현재 59%로 급증, 외채의 질도 나빠지고 있다. 단기차익을 노리는 핫머니의 유입이 그만큼 많아진 것이다.
이처럼 핫머니 비중이 커진 상황에서 외국자본들은 한국시장에 대한 매력을 잃고 있다. 경상수지 적자확대로 달러공급이 부족해지자 원화가치가 급속도로 떨어져 외국자본에 막대한 환차손을 안겨주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주식시장마저 침체국면을 지속, 외국인들의 투자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내년 미국 일본 등과 동남아국가들의 경제전망은 비교적 밝은데 비해 유독 우리경제의 전망만 어둡다. 최근 국내은행들이 해외시장에서 주식예탁증서(DR) 발행에 잇따라 실패하고 국내 주식시장에 들어왔던 외국인투자자금이 유출되기 시작한 것이 이를 반영한 것이다.
올 7월부터 외화의 유출입실적인 종합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것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올들어 10월말까지 경상수지적자가 195억달러로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자본수지가 145억달러의 흑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종합수지는 57억달러의 적자로 돌아섰다. 경상수지적자를 빚(부채)으로 메움에 따라 우리의 해외자산이 그만큼 줄어든 것이다.
외국투자가들이 우리나라 지불능력의 지표로 삼는 한국은행의 외환보유고도 90년대들어 매년 20%정도 증가해오던 것이 올해 11월말현재 323억원으로 작년말(327억원)에 비해 감소한 상태다.<유승호 기자>유승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