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를 살아가는 구석기인들에겐 후회도 낙망도 없어 보였다. 엊그제 어느 TV에 소개된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떠돌이 사냥족(하드자족)사회를 담은 다큐멘터리는 농경문화가 시작되기 이전 우리 조상들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문명의 산물이라고는 몸의 극히 일부만을 가린 넝마같은 옷과 양은그릇 몇가지, 그리고 사냥에 사용하는 활과 칼이 전부였다. 옷과 그릇은 부근의 문명사회에서 흘러들어온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그렇다면 그들이 필요해서 만든 도구는 사냥에 쓰이는 활과 칼 뿐인 셈이다.
그들에겐 이름도 나이도 고향도 없다. 땅도 집도 필요없는 생활이기에 부자도 빈자도 없고, 명예도 지위도 없다. 시기와 질투가 없으니 싸움도 없다. 다만 배고플 때 먹고싶은 식욕과 종족 보존에 필요한 성욕이 있을 따름이다. 남자들은 사냥이 주업이다. 남는 시간에는 큰 짐승을 잡을 때 쓰는 독화살을 만들거나 화살대를 깎는다. 나뭇가지를 꺾어 틀을 짜고 그 위에 잎을 덮어 만드는 그늘막같은 집을 짓는 일도 여자들 몫이다.
질서체계도 철저히 남자중심 어른중심이다. 남자들은 사냥을 하면 노획물을 가지고 마을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즉석에서 불을 피워 그것을 구워먹는다. 남는 것이 있으면 마을로 가져간다. 아녀자와 아이들은 재수가 좋아야 고기맛을 볼 수 있다. 어른들이 빈손으로 돌아오면 나무열매나 풀뿌리로 허기를 채워야 한다. 그래도 어른들을 원망할 줄 모른다. 사냥이 안되어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체념할 뿐이다.
하드자족의 생활상이 오래도록 뇌리를 떠나지 않는 것은 올해 우리사회에 너무도 일이 많았기 때문이리라. 올해는 특히 현직장관을 포함한 고위공직자들의 오직사건이 많았고 남북문제가 시끄러웠다. 그것들은 모두 1차원적인 욕심 채우기에 급급한 때문이었다. 하드자족처럼 그렇게 한세상 사는 것이 잠시 부러웠던 것은 현대인은 쓸데없는 욕심의 화신이라는 부질없는 상념 때문일 것이다.<논설위원실에서>논설위원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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