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급 고려청자·조선백자 등/“한인 추정 2명에 뺏겨” 수사 의뢰/불법유출 확인때 검찰처리 주목도자기 전문수집가인 일본인 히가사 겐이치(일립건일·88)씨가 최근 고려청자와 조선백자 등 35종 54점을 칼을 든 2인조 한국인강도에게 강탈당했다며 한국검찰에 수사를 의뢰, 서울지검이 수사에 나섰다. 히가사씨는 90년 한일간 외교문제로 비화됐던 한국인 도자기강탈사건 당시 한국도자기 9점의 소장자로 알려져 검찰의 처리결과가 주목된다.
히가사씨는 최근 우리 검찰에 『11월18일 하오 9시께 칼을 든 강도 2명이 고베(신호)시 주오(중앙)구의 집에 침입, 나와 가정부의 손발을 묶고 눈과 입에 테이프를 붙인 뒤 한국도자기 54점을 빼앗아갔다』며 수사를 의뢰하는 청원서를 보냈다.
히가사씨는 범인들이 2, 3층에서 도자기를 자루에 담으면서 한국말로 속삭였으며 상해를 입히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히가사씨는 청원서에서 『백자와 청자에 매료돼 50년 넘게 한국도자기만 수집해 왔다』고 자신을 소개하고 『사건발생 10일전 소장품을 보고 싶다는 한국인의 전화가 걸려왔고 범인들이 한국말을 한 점으로 미루어 나의 소장품을 노려온 한국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아사히(조일)신문 고베(신호)신문 등 일본언론은 용의자가 「외국남성」이며 피해품의 가격이 총 9천만엔(7억원상당)으로 추정된다고 주요기사로 보도했다.
히가사씨가 보내온 「이조염부초화문조동병」 등 도난품도록을 감정한 문화재관리국은 『그동안 일반공개되지 않았으나 언젠가는 꼭 돌아와야 할 국보급 문화재』라며 『값을 산정할 수 없을 만큼 귀중품』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사건의 피해품은 국내에서 찾는다 해도 불법유출된 문화재라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으면 돌려줄 수 밖에 없다.
90년 4월 히가사씨의 집에서 조선백자 등 국보급 한국도자기 9점을 훔친뒤 한국에서 팔다가 경찰에 잡혀 특수강도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김모씨는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일제시대에 불법유출된 우리 문화재를 찾을 수 없다』고 주장했었다. 이 사건은 당시 도자기를 돌려 받으려는 일본정부와 우리 정부간에 외교마찰을 일으킨 끝에 같은 해 9월 반환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히가사씨가 돌려받은 도자기 9점은 지난 해 2월 간사이(관서)대지진으로 히가사씨의 집이 부서지면서 모두 파손된 것으로 알려져 이번 사건은 일제의 문화재 약탈에 대한 공분과 함께 일본내 한국문화재 반환여론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이태규 기자>이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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