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관객향해 묻는 두 여인/그러나 불행히도 해답은 없다결혼은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 물음은 진부해지기까지 한, 그러나 여전히 그만큼 절실한 화두이다. 물론, 「사느냐 죽느냐」와 더불어 연극에서 가장 빈번히 다루어진 주제이기도 하다.
여기 두 여자가 있다. 결혼한 여자와 결혼 안한 여자. 외도를 일삼는 남편을 둔 결혼한 여자 정애. 그에게 결혼이란 단지 『남편이 배고프면 밥상이 되고 커피가 되고 재떨이가 되는 것』일 뿐이다. 그리고 그의 동갑내기 친구 결혼 안한 여자 수인. 결손가정에서 자란 수인은 끓임없이 홀로서기를 꿈꾸지만 유부남과의 허락되지 않은 사랑 끝에 낙태를 하는 자기모순과 모멸에 빠진 여자다. 그는 홀로서기와 결혼을 통한 정착에의 욕망 사이에서 마냥 흔들리기만 할 뿐이다.
두 여자는 서로의 지리멸렬한 일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가 가지지 못한 것을 꿈꾼다. 그러나 번번이 의사소통은 어긋나고, 어떤 탈출구도 찾지 못한 채 각자 「닫힌」 상황에 조금씩 순치돼 간다.
극단 서전의 앵콜 공연작 「결혼한 여자와 결혼 안한 여자」가 초연 때보다 오히려 더 많은 관객이 몰리는 기현상을 빚으며 내년 3월까지 장기 공연에 들어갔다. 떠들썩한 입소문 없이도 총관객수 2만 2,000여 명에 좌석 점유율 85% 이상을 기록하면서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연출을 맡은 박계배씨는 『극적 가공이나 여과 과정을 최소화해가면서 우리 삶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싶었다. 이를 위해 의도적으로 낮은 톤에 느린 템포로 극을 가져갔다. 「느림의 미학」이랄까, 그런 것을 표현해보고 싶었다. 이런 연출 의도가 외설이나 물량공세, 아니면 목소리만 드높은 일각의 연극경향에 염증을 느낀 관객들의 기호와 맞아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결혼한 여자와 결혼 안한 여자」는 최근 연극 경향뿐 아니라 여타 페미니즘 연극들과도 뚜렷이 구별된다. 이야기 전개에서는 별다른 사건이나 극적 반전을 찾아볼 수 없다. 연극 전체의 호흡도 오히려 반박자 정도 느린 게 아닌가 싶을 만큼 차분하고, 배우들의 목소리도 「라」 음계 이상으로는 올라가지 않는다. 어둔 색조에 최소한의 공간분할과 소품만으로 이루어진 무대 또한 소극장의 비좁은 무대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잘 짜여 있으면서 극 전체에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리듬을 부여해준다.
결혼은 해야 하는 것인지, 말아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이 연극은 별 뾰족한 해답을 주지 않는다. 마치 그 해답은 관객들 각자의 몫이라는 듯이 이 연극의 끝은 열려 있다. 그러니 이 1시간30분짜리 연극에서 섣불리 해답을 구할 생각은 말고 그저 연극은 연극으로만 보는 게 좋을 듯싶다. 박계배 연출, 강명주, 장설하 등 출연. 내년 3월2일까지 대학로 샘터파랑새 극장. (02)763―8969.<황동일 기자>황동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