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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만의 ‘협주’ 그 감동의 만남(음악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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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만의 ‘협주’ 그 감동의 만남(음악노트)

입력
1996.1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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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잡아 한 해에 3,000회가 넘는 연주회가 열린다. 어떤 연주회에 갈 것인가 선택의 어려움도 크다. 레퍼토리의 생경함, 연주가의 개성이나 특성에 대한 이해부족까지 겹쳐 연주회 선택이 나들이 옷고르기보다 더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음악회의 단골 「귀명창」들은 약속이나 한 듯 예술성있는 음악회를 정확하게 골라낸다. 한 예로 일반에게는 무명처럼 느껴지는 첼리스트 다니엘 샤프란의 연주가 로스트로포비치와 좋은 대조를 이룬 것을 기억할 것이다. 때문에 우리에게는 흥행성을 좌우하는 연주가의 한국적 이미지 형성은 매스컴의 영향력이 크게 좌우한다. 그 결과 음악계도 실력과 무관하게 부익부 빈익빈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그러나 지난 26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참으로 감동적인 음악회가 열렸다. 원로지휘자 임원식 선생과 피아니스트 윤기선 선생이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으로 초연 50년만에 다시 만난 무대였다. 대가로서의 원숙미가 돋보인 호연으로 한 편의 드라마보다 더 진한 감동을 주었다. 진정한 예술가의 길을 걸어온 음악가라면 60이 넘으면 자신의 연주에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 75세의 윤선생과 77세의 임선생은 노익장을 과시하며 음악에서 연륜의 무게가 무엇인가를 여러사람에게 깨닫게 했고 후학들에게는 귀감이 됐다.

한 달 남짓 사이를 두고 그리그 피아노협주곡을 비교 감상한 것은 기쁨이다. 오슬로 필하모닉의 마리스 얀손스(백건우 협연)와 비교 감상한 청중들은 젊음과 패기, 박력감 넘치는 연주와 모든 욕심 버리고 허허롭게 북구의 숲을 산책하듯 거니는 두 원로의 연주에서 대조적이지만 아름다운 만남을 느꼈을 것이다. 노대가들이 연주회에서 첫번째 소개한 프로그램은 작곡가 장귀오의 관현악 소품 「꿈」. 세련된 기법의 전개와 친밀감 넘치는 오케스트레이션이 뛰어나 교향악 축제 등에 다시 선보였으면 하는 곡이었다. 나이 40에 명예퇴직해야 하는 현실에서 보면 고희를 훌쩍 넘겨서도 촌음을 아껴 정진하는 구도적 정신은 위대하다 할 수 있다. 삶에서 예술을 사랑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탁계석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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