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했던 복식사 바탕에 자유분방 거리패션 흡수/유럽의 ‘아이디어 창고’ 부상런던이 국제적인 패션도시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상업성이 부족하다고 외면당했던 런던 패션이 새로운 트렌드 세터로 주목받고 런던출신 디자이너들의 인기가 급부상하고 있는가 하면 각국 유명 디자이너들이 속속 안테나 숍을 열고 있다. 런던이 바야흐로 패션의 르네상스를 맞고 있는 것이다.
패션 종사가가 아닌 일반인들은 흔히 런던이 패션과는 관련없는 도시로 알고 있다. 그러나 패션계에서 런던은 유럽의 「마지막 아이디어 창고」로 불린다. 과거 미니와 모즈룩 펑크룩 등 현대패션의 혁신적 유행을 탄생시킨 곳도 바로 런던이다. 대영제국의 화려했던 복식사의 뿌리와 실험주의적 예술정신 등으로 패션의 잠재력도 그 어느 곳보다 크다.
파리와 밀라노의 패션산업이 국가차원의 체계적 지원을 받으며 급성장을 거둘 동안 런던은 순전히 자유시장 원리 아래 자생하여 큰 성장을 하지 못했었다. 이러한 런던패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어준 것은 스트리트 패션의 대두다. 젊은이들의 자유 분방함이 특징인 스트리트 패션이 전세계적으로 위세를 떨치면서 각국의 패션관계자들이 런던 젊은이들의 패션과 취향을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런던패션에 관심이 쏠리면서 런던의 패션행사도 국제적으로 주목대상이 됐다. 파리와 밀라노의 컬렉션과 비교할 때, 「지역행사」규모밖에 안 되던 런던 패션위크에 각국 취재진과 바이어들이 몰려들고 있다. 또한 런던패션의 핵심을 이루는 비비엔 웨스트우드를 비롯, 존 갈리아노, 알렉산더 매퀸, 폴 스미스(남성복) 필립 트레이시(모자) 등이 속속 국제적인 스타급 디자이너의 반열에 올라섰다. 스타급에 올라선 이들 디자이너들은 과거 영국의 화려했던 복식사의 테크닉을 현대적으로 소화시키는 능력에서 탁월한 재능을 보이고 있는 것이 공통점이다. 이들과는 또달리 난폭하다시피 날카롭고 모던한 스타일로 패션의 「이단자」를 자처하는 오웬 게스터, 안토니오 베라르디, 후세인 샬라얀 등의 디자이너는 위와 아래, 안과 밖을 엉뚱하게 매치시키는 미스매치의 독특한 스타일로 주목받는다. 때문에 일반인에게는 괴상하고 과격하며 난해하다는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바로 이런 점이 런던 패션의 약점이자 강점으로 평가된다. 상업성이 뒤떨어진다는 점에서는 약점이지만 반면 자유로움과 개성을 맘껏 발산해 표현한다는 점이 패션리더들의 촉각을 기울이게 만드는 매력이라는 것이다.<박희자 기자>박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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