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들의 수호천사」. 페루 리마 일본대사관저에서 인질극을 해결하기 위해 11일째 노력하고 있는 미첼 미니히(44) 페루적십자사총재에게 붙여진 별명이다.미니히는 인질극 첫날부터 지금까지 밤잠도 설쳐가며 사건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진력하고 있다. 때로는 인질석방 문제로 하루에 12번이나 대사관저를 찾는 헌신적이고 정열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첫날밤 경찰이 게릴라들을 체포하기 위해 최루탄을 대사관저 안으로 발사하자 인질 안전을 위해 경찰 앞에 나서 발사중지를 요청했다. 여성들과 노약자들이 대사관저에서 풀려날 때 그는 선두에서 이들을 인도했다. 그는 또 나머지 인질들의 소식을 대사관저 밖의 가족들에게 알려주는 메신저 역을 담당하기도 했다.
그는 총알이 쏟아질지 모르는 위급한 상황에서 단신으로 물과 식량 의약품 등을 가지고 대사관저로 들어가 또다른 인질이 석방되도록 게릴라들을 설득했다. 이같은 그의 행동에 인질로 억류됐다 풀려난 이들은 한결같이 그를 『진정한 평화의 사자』라고 칭찬했다.
성탄절인 25일 그는 처음으로 기자들 앞에 섰지만 인질범들과 알베르토 후지모리 페루대통령 사이에 주고받았던 메시지 내용을 밝혀 달라는 주문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인질들의 안전을 해치고, 협상을 벌이는 양측에 대한 배신행위』라는게 이유였다.
스위스 출신인 그는 제네바대와 로잔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한뒤 85년 적십자사에 투신했다. 아제르바이잔과 내전이 벌어지고 있던 보스니아에서 활동을 하다 10월1일 페루 적십자사총재로 부임했다.
그가 보여주고 있는 행동은 133년전 스위스 인도주의자 장 앙리 뒤낭이 창설했던 국제적십자사의 박애정신을 더욱 빛나게 하고 있다.<권대익 기자>권대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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