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장 개방을 앞두고드디어 미술시장이 개방된다. 내년부터 외국화랑이 자기 작가들의 작품을 우리나라에 들여와 자유롭게 팔 수 있게된 것이다. 그동안 미술계에서는 우리 미술시장 개방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우리 문화예술계는 60∼70년대 고도성장의 기치 아래, 또한 예술 없이도 당장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다는 논리 아래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했었다. 그런 문화예술계가 경쟁력도 갖추기 전에 개방부터 한다는 우려의 소리가 기우로 끝날 수만은 없었던 것이다.
지금 미술시장 개방을 적극 찬성하는 사람들은 『우리나라 작가들 작품이 해외시장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고가이고, 우물안 개구리 식의 작품활동이 아니라 세계 조류와 발맞추는 작품의 질적 향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실제는 많이 다르다. 우리 작가들의 그림이 상대적으로 고가라는 것은 일시적인 현상이었고, 그것 또한 10여명 정도 소수 작가의 경우였으며, 작가 본인이 「호당 가격 얼마」식의 실제 거래가격과 동떨어지게 책정한 일도 많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알 것이다.
근래의 우리 미술시장은 그 동안의 거품도 사라지고 합리적인 작품가로 일반 대중과 많이 가까워지고 있다. 또한 「작품의 세계화」란 문제는 다른 나라 작가와 발맞춰 가는데만 있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예술의 세계는 『무엇이든 제일이 아니고는 안된다』는 어떤 기업의 모토와 같다는 점을 충분히 알고 있다. 그러면 우리 미술이 무엇으로 제일이 될 수 있는가. 이는 세계의 조류에 발 맞추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개성을 펼칠 수 있는 차별성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여러 찬반의견, 우려와 기대를 뒤로 하고 미술시장 개방은 눈 앞에 와있다. 그동안 미술계는 앉아서 개방의 시기를 기다리지만은 않았다. 96년 FIAC에 국내 17개 화랑이 대거 참여해 미술의 본고장 파리에서 우리 화가들의 작품성을 인정받은 것(우리 작품의 판매실적도 좋았고 작가별 개인전 의뢰도 줄을 이었다)외에, 이달 초 한국화랑협회에서 처음 주관한 서울국제화랑미술제(SIAF)도 국내외의 높은 관심 속에 치렀다.
또한 95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는 정부의 적극지원으로 한국관이 개관되어 한국 작가들의 작품성을 세계에 과시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미술의 해를 기점으로 화랑협회와 미술협회 주관으로 시작한 「한 집 한 그림 걸기운동」이 2년째 계속되고 있어 합리적인 작품가와 더불어 「생활 속에 가까이 하는 미술」로 한 걸음 다가섰다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어차피 개방은 필연적이다. 개방이 되더라도 심리적으로 위축은 되지 말아야 한다. 21세기는 이제까지와 다른 사회가 될 것이다. 특히 미술인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뚜렷한 이유가 있다. 세계는 기술이 지배하던 축에서 벗어나기 시작해서 점점 예술문화의 중요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더욱이 「동양의 정신」에 온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리 작가들은 5,000년 문화유산을 바탕으로 누구보다 미적 저력이 풍부함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예를 들면 원색의 슬프도록 아름다움이 바로 우리의 꽃상여와 장례행렬의 만장에서도 느껴지지 않는가. 이렇게, 같은 화려함이라도 우리의 것은 독특하다.
국가와 기업에게도 바라는 것이 있다. 이제 예술이 산업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고 어느 것보다 고부가가치 상품임을 깨닫고 미술인을 위해 적극지원해 줄 것을 당부하고 싶다.<홍익대 교수>홍익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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