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의 최고 비밀은 ‘릴랙스’/8년의 유학에서 닦은 흑인 특유의 ‘필링’/하나씩 펼쳐보일 터미국서 재즈를 배우고 온 피아니스트 김성관(34)이 본격 연주 활동에 들어 간다. 30일 하오 7시30분 세종문화회관 소강당 「김성관 송년 재즈 음악회」, 한국서의 첫 공식 무대다. 65년도 그래미를 수상한 베이시스트 엘디 영과 드러머 루빈 안드레아와의 트리오다.
이날도 그는 오래 전부터 오프닝 넘버로 애용해 온 곡 「올 블루스」로 막을 연다. 이어 재즈 발라드 메들리, 재즈 블루스, 비밥의 명곡들을 펼쳐 보인다. 발라드에는 자작곡들도 포함돼 있다. 테마는 30∼60년대의 재즈다. 바로 그의 본령인 정통 재즈.
재즈 유학 8년 끝에 지난 5월 귀국했다. 미국의 브루클린 음악원·메네스 음대·뉴욕 시립대 대학원 등지에서 공부하고, 9월부터는 서울음악원 강단에 서고 있다. 재즈 피아노·작곡·지휘를 배워, 지금은 재즈 화성학을 가르친다.
귀국 후, 그는 틈나는 대로 서울의 재즈 클럽들을 찾았다. 이번에 트리오로 함께 무대에 서는 뮤지션들도 그 현장 순례길에서 만났다. 미국서 건너 온 뉴 올리언즈 재즈 밴드와 원로 베이시스트 엘디 영의 콰르텟이 즉흥무대를 펼치고 있던 11월 중순, 조선 호텔의 무대. 초면에 아무런 약속도 없이, 거기 합류했다. 재즈적 즉흥의 감흥으로 넘쳤던 시간, 그 인연이 이번 무대로 이어진다.
미국서 8년동안 귀가 닳도록 들은 잔소리, 자신을 키운 최대의 힘으로 꼽는다. 『힘을 빼라(Relax)』는 말.
힘이나 기교로 밀어부치는 습성이 강한 동양 재즈 뮤지션이 맨 처음 부딪친, 벽 아닌 벽이었다. 한참 뒤에야 몸으로 이해할 수 있었던 재즈 최대의 비밀이었다.
『정규 박자(beat)보다 다소 늦게 들어 가는 듯하면서, 통통 튀는(bounce) 느낌입니다』 이른바 「재즈 필링」을 그는 그렇게 설명한다.
클래식이나 록, 컴퓨터 음악에는 그런 개념이 물론 없다. 또 백인의 스윙 재즈나 퓨전 재즈에도 없다. 흑인적 느낌을 배우러, 힘을 빼러, 그는 바다 건너 가 8년을 바친 셈이다. 그리고 이제 보여 주게 됐다.
지금 최대의 목표는 후학들을 잘 키워내는 것. 또 앞으로 기회 닿는대로 연주 또는 지휘 등의 형태로 보따리를 하나 둘 풀어 보일 계획이다.<장병욱 기자>장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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