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시장 ‘약육강식 정글’로/“오로지 품질승부뿐” 업계 지각변동 예고자유경쟁을 제한했던 「자도소주 50%제」에 대해 26일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내림에 따라 소주시장은 이제 지난해 10월 이전처럼 약육강식의 「정글」로 돌아가 소주업계에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불가피해졌다.
헌법재판소는 전국 주류도매업자들이 자도 소주를 50%이상 강제 구입토록 한 규정(제38조 7항)에 대해 낸 위헌제청 신청사건과 관련, 『이 조항이 소주판매업자의 영업·직업의 자유와 소주제조업자의 경쟁 및 기업의 자유 등을 지나치게 침해하고 일정 중소기업을 경쟁으로부터 보호하려는 조항』이라고 지적하고 『능력경쟁의 실현이라는 공익을 저버린 위헌조항』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진로와 두산경월 등 대기업의 공세와, 이를 저지하려는 금복주 무학 대선 등 지역연고 8개 업체간의 사활을 건 싸움이 예고되고 있다.
92년 폐지됐다가 지난해 10월 부활된 자도주 제도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진로는 당장 내년초부터 그동안 이 조항때문에 잃었던 시장 탈환에 나서겠다는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진로는 주세법 개정이후 사상 처음으로 올해 수도권지역 전체 판매량이 3.5% 감소하는 한편 전남 충북과 경북 등 지방권에서 전년동기 대비 25.2%로 판매가 감소했다. 이로 인해 진로는 지난 1년간 320억원규모의 매출손실을 봤으며 주가도 2만3,000원대에서 1만7,000원대로 떨어졌다.
두산경월도 최근 금복주 등 지방 소주 3사가 공동으로 OB맥주의 주식을 매집, 소액주주권을 행사하며 회계장부 열람을 요구하는 등 경월의 지방진출을 견제해 지방진출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두산경월은 소주시장이 완전 경쟁체제로 변함에 따라 「그린」으로 전국시장을 공략, 두산그룹의 중흥에 앞장서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이에 맞서는 지방소주사들은 이번 위헌결정을 「최악의 결과」로 규정짓고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자도주 50%제라는 「땅짚고 헤엄치기」식 방어벽이 사라진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쟁에서 이겨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의 경우 진로만이 유일한 강자였으나 이제는 지난해부터 급속히 시장을 넓혀가고 있는 두산경월의 공세에도 맞서야 하고 98년부터 해외시장 개방으로 물밀듯이 밀려들 외국소주와도 싸워야 한다.
현재의 소주시장구조로 볼때 자유경쟁하에서 지방시장을 지켜낼 업체는 보해(전남)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보해만이 수도권에서 진로와 두산경월과 경쟁해 성과를 거두고 있고 자도주제시행 이전이나 이후의 연고지시장 점유율에 변화가 없을뿐 다른 지방업체는 「안방」을 지키는데도 힘에 부친 모습이다.
지방업체들에게는 자도주제 시행이전인 지난해 7월 보배(전북)가 부도를 내고 쓰러져 법정관리에 들어선 것도 악몽으로 기억되고 있다.
이같은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지방업체들은 과거와 같은 수세·방어적 경영방식에서 벗어나 제품력으로 승부를 거는 방법밖에 없어 보인다.
결국 장기적으로 자유경쟁체제에서 낙오하는 지방사는 문을 닫거나 다른 업체에 흡수합병되는 것이 불가피하고 이에따라 소주시장의 판도도 엄청난 변화를 겪을 것으로 점쳐진다.<장학만 기자>장학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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