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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볜자치지역은 ‘제3의 한국’(외신에 비친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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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볜자치지역은 ‘제3의 한국’(외신에 비친 한국)

입력
1996.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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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Le Monde 12월26일자웅대한 산 가운데 뾰족한 봉우리에서 한 승려가 호수를 향해 꿇어 앉아 절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 온 승려이다. 백두산은 지금으로부터 4,000년 전에 웅녀가 건국신화의 주인공인 단군을 낳아 한민족의 요람으로 여겨지는 신성한 산이다. 백두산으로 가는 길 입구에는 재벌회사들과 대한항공의 거대한 광고판이 방문객들을 맞는다. 한국사람들은 중국과 북한의 국경지역에 투자하여 이 지역을 독점하고 있으며 이런 사실이 북한정부의 신경을 거스르고 있다. 지린(길림)성 옌볜(연변)자치지역은 남북한 사람과 흩어진 한민족이 만나는 「제3의 한국」이 되어가고 있다.

옌지(연길)는 분명 중국땅이지만 가게 간판이나 거리, 행정기관 이름, 식당의 메뉴는 한글과 중국말로 쓰여있다. 국경 근처 마을에서는 거의 한국말만 쓰인다. 한국인들은 때로 중국인들이 자신들을 얕본다고 불평하고 중국인들은 지나치게 단결된 이 공동체를 경계하고 있다.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한국사람들이 거만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사람들의 두둑한 주머니와 뿌리깊은 동질의식이 이러한 반목을 극복하고 있다.

먼지 많고 교통도 무질서한 이 도시에서 만난 한 택시기사는 『비지니스라면 무조건 OK』라고 말한다. 대만인과 홍콩인들도 많지만 발전의 주축을 이루는 것은 한국 사람들이다. 그들은 60년대 초의 한국을 연상시키는 이곳에 친밀감을 느낀다. 대우는 이곳에 270개의 방을 갖춘 특급호텔을 지었다. 『뻗어나가려면 먼저 기지가 있어야지요』라고 대우사람들은 말한다.

이런 자본의 유입은 인구 18만명인 이 도시의 일상생활을 바꾸어 놓았다. 인플레가 심화하고 부패는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으며 도둑떼가 늘고 있다. 북한 국경에서 40㎞정도 떨어진 옌지시는 또한 망명자들의 은신처이기도 하다. 당국은 망명자들의 존재를 부인하고 있지만 북한 망명자들은 식량위기를 피해 두만강을 계속 도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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