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입지상실 강경투쟁 불붙어26일 임시국회를 통과한 노동관계법 개정안에 대해 노동계가 즉각 파업하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노동계는 그동안 국회에서 올해안에 노동법이 통과될 경우 파업하겠다고 수차례 선언해 왔다. 더구나 여당이 기습적인 방법으로 날치기 통과를 감행한 이상 그동안 유보해 왔던 총파업을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안에 따라 내년부터 합법화할 것으로 기대해 온 민주노총(위원장 권영길)측은 이날 상오부터 즉각 파업하는 등 거센 반발을 보일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노사관계개혁 국면에서 민노총의 합법화는 노동계 뿐만 아니라 정부측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왔다. 정부는 4월 김영삼 대통령의 「신노사관계구상」발표 당시 법외단체인 민노총 대표를 참석시켰으며 7개월간의 노사관계개혁위원회의 논의과정에도 참가시켜 왔다. 이는 민노총의 합법화를 전제로 노사관계개혁작업에 민노총을 끌어들인 것이라는 데 정부측 관계자들도 묵시적으로 동의했던 것이다. 3일 국회로 넘어간 정부안에도 상급단체 복수노조를 내년부터 허용키로 했었다.
그러나 이날 신한국당측이 상급단체 복수노조를 3년 유예키로 함에 따라 이같은 노사관계개혁의 기본구도가 어그러지게 됐다. 이에 따라 노사의식과 관행개선 등과 남은 제도개혁을 추진할 2차 노사관계개혁작업은 파행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상급단체 복수노조 허용으로 입지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해 왔던 한국노총은 이번 파업에 다소 신중한 편이다. 민노총의 합법화가 미뤄지게 됨에 따라 유일한 합법 노동조직으로서의 지위를 당분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변화가 예상됐던 노동계의 판도는 민노총의 합법화가 연기됨에 따라 당분간 현행대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국당의 노동법 강행통과에 따라 내년 노사관계는 더욱 험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이번 파업의 추이에 따라 파업지도부에 대한 사법처리, 공권력 투입 등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민노총이나 한국노총 모두 내년 임금단체협상에서 노동법 재개정투쟁을 벌일 예정이다. 노동계는 임금 및 단체협상 투쟁시기를 1, 2월로 앞당길 것으로 예상돼 내년초부터 산업현장에서 노동쟁의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의 강력반발은 이날 통과된 개정안이 재계의 입장이 많이 반영됐던 당초의 정부안에서 더 나아가 일부 조항이 수정됨으로써 노동자에게 더욱 불리한 쪽으로 흘렀다는 인식 때문이다. 국회에서 통과된 개정안은 정리해고의 요건을 다소 강화하기는 했으나 상급단체 복수노조를 3년 유예함으로써 당초 내년부터 허용키로 했던 정부안보다 크게 후퇴한 꼴이 됐다. 반면 경영계의 입장이 지나치게 수용돼 다소 수정될 것으로 노동계가 예상했던 일부 조항들은 그대로 확정됐다는 것이다. 즉 변형근로제의 도입, 5년후 단위사업장 복수노조 및 전임자 임금지급금지, 제3자 개입금지조항 수정, 무노동무임금 도입, 파업기간중 대체근로 허용 등은 정부안을 그대로 수용했다.<남경욱 기자>남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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