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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새벽 기습처리­앞으로의 정국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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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새벽 기습처리­앞으로의 정국 방향

입력
1996.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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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도 노동계도 “메가톤급 반발”/야 “밀리면 끝장이다” 전면전 태세신한국당이 26일 새벽 노동법 안기부법 개정안을 기습적으로 변칙처리하는 순간, 정치권은 대파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됐다. 대화의 문은 닫혔고 극한대치의 대결정국을 예고하고 있다. 한 치의 틈새도 보이지 않고 「밀리면 끝이다」는 절박감이 퍼져 있어 살벌함마저 느껴지는 형국이다.

더욱 문제되는 것은 신한국당의 기습 날치기처리가 정치권의 정쟁으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노동계가 복수노조 3년유예, 정리해고제를 골자로 하는 노동법 수정안에 반발, 총파업 등 강경투쟁을 선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한총련사태 이후 기세가 한풀 꺾였던 학생운동권도 안기부법 개정을 고리로 들썩거리고 있다. 자칫하면 연말정국의 혼돈이 해를 넘기면서 증폭돼 사회전반의 난국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한국당도 정국의 불확실성을 어느 정도 걱정하고 있는듯하다. 그러나 노동법 처리가 내년으로 이월될 경우 수습불가능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 다소 후유증이 있더라도 연내 변칙처리를 택했다고 볼 수 있다. 신한국당은 또 연말연시를 기해 냉각기를 두면, 야당의 반발도 어느 정도 누그러지고 노동계 학생운동권의 동요도 가라앉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은 절박하다. 선택의 폭이 극히 한정돼 있다. 이미 자민련 의원들의 탈당·신한국당 입당으로 타격을 받은데다 안기부법 노동법마저 기습처리됐기 때문에 당분간 강도높은 대여투쟁 외에 길이 없게 됐다. 대선정국이 시작되기도 전에 기세를 잃으면 본선은 하나마나라는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다. 야당은 한가지 방안으로 우선 변칙처리의 위법성을 물고늘어지며 공조강화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자세다. 야당은 △총무들과의 협의없이 개의시간을 앞당겼고 △표결방식에 하자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내고 헌법재판소에 제소했다. 또한 김수한 국회의장 오세응 부의장에 대한 불신임안을 제출키로 했으며 본회의장 농성, 대규모 장외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김대중, 김종필 두 총재는 이날 회동, 전반적인 투쟁방안을 협의했으며 김영삼 대통령과의 면담도 요구했다.

야당은 외형적인 투쟁외에도 노동계와의 연대 등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노동계와 연대할 경우 극단적인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고 부담스러워하지만, 현재로서는 『여당 독주를 막을 방안은 모두 동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우세한 실정이다. 신한국당은 야당의 분위기를 감안, 일단 「분풀이 시간」을 준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무작정 수세에는 몰리지 않겠다는 자세다. 오히려 정기국회 직후부터 추진해온 야당의원 영입을 계속 추진, 차제에 야당의 기세를 제압하겠다는 분위기다. 이런 「거여플랜」은 단순히 신한국당의 몸부풀리기만을 의미하는게 아니고 본격적인 대선정국 돌입에 대비, 야당 분열, 나아가 정계재편까지 노리는 다목적 포석이다.

결국 신한국당의 변칙처리는 노동법 안기부법을 둘러싸고 형성돼 있는 작은 전선을 정계 전반, 대선정국의 전면전으로 확대시키고 있다고 볼 수 있다.<이영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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