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중은행들의 경영부실에 대한 경종이 외국에서까지 울려퍼지고 있다. 영국경제 전문주간지 이코노미스트지가 최신호에서 『한국의 은행들은 엄청난 부실채권 보유와 부당한 자산운용으로 내부적으로 파산위기에 직면해 있으나 변칙적인 금융정책으로 이같은 위기가 은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한다.이코노미스트지는 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소식통을 인용, 7대 시중은행의 부실채권이 총 대출액의 8%인 240억달러(약 19조원)로 이들 은행들의 자본금 총액과 비슷하다고 밝혔다. 또한 7대 시중은행의 투자주식의 평가손실액도 약 1조원에 달했으나 손실액의 극히 일부에 대해서만 적립금을 마련토록 함으로써 올해 자산총액이 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지가 제시한 수치에 대해서는 7대 시중은행 등 관계당국에서 이의를 제기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정부발표 통계와는 많거나 또는 적게 큰 차이가 있다. 정부통계에 따르면 15개 시중은행의 부실여신은 지난 6월말 현재 1조9,500억원으로 돼있고 은행별 부실비율은 7대 시중은행이 0.4%(국민은행)에서부터 2.7%(서울은행)까지 상당한 격차를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이코노미스트지가 인용한 부실채권 수치와는 큰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한편 투자주식평가손은 5대 시중은행만 따져도 올들어 11월말 현재 2조5,000억원 선으로 추산. 이코노미스트지의 수치를 훨씬 능가하고 있다. 수치에 다소 차이는 있다 해도 이코노미스트지의 지적에 무리가 없다는데 우리 은행산업의 문제가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은행들의 양대부실요인은 정·경유착에 의한 계산된 부실채권과 자의적인 투자주식의 평가손이다. 문민정부 아래에서는 정치권력과 결탁된 부실채권이 상당히 감축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나 건축경기의 퇴조와 내수·수출부진에 따른 전반적인 경기침체의 확대로 대형건설업체의 도산 등 부실여신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부실채권에 못지않게 위협적인 것은 증권투자다. 은행은 고객의 예금을 받아 그 자산을 운영하므로 예금자 보호에 최우선을 둬야 한다. 따라서 은행경영에는 수익성보다는 안전성이 더욱 중요시된다. 은행의 자산운영은 보수적이 돼야 한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시중은행들은 특히 최근년에 와서는 본질적으로 투기성이 강한 증권투자에의 의존도를 높여 왔다. 증권시장이 호황일 때 주식이 폭등, 높은 수익을 올리는데 재미가 들린 것이다. 그러나 주가에는 기복이 있다. 불황 때는 엄청난 손실이 따른다. 현재 증시는 2년간 계속 하강세다. 5대시은의 평가손이 평균 5,000억원이 된다는 것은 경영에 치명적인 손상을 초래한 것이다. 여기에 부실채권까지 합치면 자본을 잠식하는 수준이 된다. 은행들은 위기에 서 있는 것이다.
증권투자의 대폭 감축 등 경영혁신을 단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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