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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만드는 건강·의학’면 한해를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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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만드는 건강·의학’면 한해를 보내며

입력
1996.1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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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대중성 조화 파격시도 의미 커올해 3월 「의사가 만드는 건강·의학면」을 시작할 때 내세웠던 목표는 「전문성과 대중성의 조화」였다. 이 목표는 사실 새로운 게 아니었다. 전문성과 대중성의 문제는 한국언론에 대한 끊임없는 비판거리이자 극복해야 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약 9개월이 지난 지금 과연 이 목표는 달성됐는가. 책임의 일단을 나누어야 할 객원편집위원으로서 자문자답이 온당치 못한 것은 사실이나 감히 단언 컨대 「절반의 성공」을 이루었다고 자부한다. 무엇보다 먼저 형식면에서 놀랄만큼 보수적인 신문매체가 유례없이 파격적인 시도를 했다는 것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수십년간 큰 변화없이 굳어져 있는 신문제작관행을 새롭게 바꾼 것은 지금의 시대정신과도 걸맞는 전향적인 노력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절반의 성공을 자위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당초 정한 목표가 만족스럽게 달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해를 돌아보는 시점에서 지나친 자책이 아닌 반성은 새로운 발전의 거름이 될 것으로 믿고 그 동안의 성과와 개선방안을 정리해 본다.

객원편집위원들이 당초 의도했던 편집방침 중에 가장 만족스러운 것은 기사의 전문성과 정확성이다. 이 것만큼은 어느 언론매체와 비교해도 가장 돋보이는 한국일보 건강·의학면의 장점이다. 이는 전문가들이 직접 필진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온갖 근거없는 속설 소문 잡담이 난무하는 현실인지라 이런 당연한 결과가 오히려 참신해 보인다. 또 어느 지면보다 그림, 도표의 활용이 풍부했던 점도 자부할 만하다. 당초의 기대에는 못 미쳤으나 독자의 이해를 쉽고 빠르게 하는 데 도움이 되는 만큼 앞으로도 적극 살려 나가겠다.

그러면 무엇을 고치고 보완할 것인가. 이 질문은 바람직한 건강·의학면의 요건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과도 통할 것이다. 그리고 새해에 객원편집위원들이 다짐하는 편집참여의 방향이기도 하다.

첫째, 독자가 참여하는 지면이 돼야 한다. 언론매체의 특성상 정보전달의 일방성을 피할 수는 없다 해도 한국일보의 건강·의학면은 양방향의 의사소통 매체로 발전해야 할 것이다. 질의응답란의 강화, 독자 투병수기에 대한 자세한 조언 등이 활발히 시도돼야 한다.

둘째, 독자의 관심사에 더욱 민감할 필요가 있다. 질병 치료에 치우친 지면을 일상생활과 밀접한 내용들로 보완해야 할 것이다. 시의성있는 주제를 신속히 다루는 것도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셋째, 기사에 대한 독자의 접근성을 향상시켜야 한다. 현재 필자들은 의학전문가이지만 기사작성에는 아마추어이다. 아무래도 내용이 어렵고 학술적이 되기 쉽다. 환자보다는 의학전문인의 눈으로 건강문제를 바라보기 때문에 독자의 궁금증을 속시원히 해결해 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일반인의 이해를 높이려면 좀더 쉽고 재미있게 관련 정보를 전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이 직접 참여하는 지면의 제작은 신문매체가 지향해야 할 궁극적인 목표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언론환경에서 만족할 만한 수준의 자체 전문가를 육성하기는 쉽지 않다. 한국일보의 건강·의학면은 과도기적인 상황에서 최선은 아니더라도 「차선」은 되는 셈이다. 내년은 차선을 넘어 「최선」에 다가가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김창엽 서울대 의대 교수·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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