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미 대통령 재선11월5일은 빌 클린턴(51) 미국 대통령에게는 「21세기로 가는 다리」가 완공되는 날이었다. 이날 대통령선거에서 밥 돌 공화당후보가 그의 재선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클린턴은 선거전 초기부터 기타 후보들의 이전투구를 느긋하게 바라보며 선두를 달렸다. 각종 스캔들이 잡음을 일으킬 때도 재임기간의 경제치적을 강조하며 사회복지제도 개혁 등 중도노선정책을 과감하게 수용, 유권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클린턴 2기 행정부는 안정속의 성장을 계속 추진하는 한편 통상외교를 강화하면서 세계 지도국으로서의 미국 역할을 부각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일 하시모토 2기 내각 출범
10월20일 실시된 일본총선 결과를 놓고 언론들은 「하시모토 웃고 오자와 울었다」는 말로 표현했다. 하시모토 류타로(교본룡태랑·59)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과반수를 얻지는 못했지만 그토록 선전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하시모토 총리는 이어 또 다시 예상을 깨고 3년 3개월만에 자민당 단독정부를 출범시켰다. 일본의 전반적인 보수화 흐름 속에서 「영원한 집권당」의 체면을 되찾은 것이다. 물론 그의 앞날에는 난제가 산적해 있다. 대대적인 중앙부처 통폐합과 규제완화를 강력히 추진하는 한편 대외적으로 일본의 국제적 위상도 강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러 옐친도 재집권 성공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7월3일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됐다. 러시아 1,000년 역사상 처음으로 민주적 절차에 의해 국민들이 직접 대통령을 뽑은 이번 선거 1차투표에서 그는 공산당의 겐나디 주가노프 후보에 겨우 3%포인트 앞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정적 알렉산데르 레베드를 전격 영입하는 등 승부사의 면모를 발휘, 2차투표에서는 무난히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선거이전부터 끊임없이 나돌던 건강이상설은 11월 심장수술로 연결됐고, 여기에 레베드 해임 등 권력핵심부의 지각변동이 더해져 러시아의 혼미한 정국은 새해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자이르 등 아프리카 난민사태
올해에도 반문명적인 종족분쟁으로 인한 대학살과 난민사태가 르완다 부룬디 자이르 등 중부 아프리카 일대를 휩쓸었다. 투치족과 후투족의 뿌리깊은 갈등은 피비린내나는 보복의 악순환을 거듭하면서 감정의 골만 깊어가고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7월 부룬디의 투치족 군부가 쿠데타로 집권하자 후투족 수만명이 고향산천을 버리고 인근 르완다 자이르 등으로 피란했다. 10월에는 자이르 거주 투치족반군이 자이르 동부의 후투족 난민촌을 공격하면서 기아와 전쟁의 공포에 쫓긴 후투족 난민 수백만명이 끝없는 피란행렬에 나섰다.
◎네탄야후 등장 중동평화 위기
96년은 중동평화의 빙하기였다. 특히 5월말 이스라엘 총선을 통한 강경파 벤야민 네탄야후 정권의 등장은 93년 오슬로협정 이후 무르익던 화해와 협상분위기를 급냉시켰다. 당초 3월 예정이던 헤브론에서의 이스라엘 군철수는 양측의 이견으로 실현되지 않았고 팔레스타인 자치의 항구적 지위를 논의할 최종 협상도 기약없이 미루어졌다. 네탄야후 총리는 심지어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추진, 중동 정세를 더욱 불안케하고 있다. 연초 자치지역내 첫 총선을 갖고 독립국가 건설의 꿈에 부풀었던 팔레스타인 민족의 좌절과 분노는 그만큼 골이 깊어졌다.
◎TWA 등 잇단 항공기 사고
11월12일 인도 뉴델리 인근 상공에서 사우디아라비아항공 보잉 여객기와 카자흐스탄 수송기가 공중 충돌, 승객 351명 사망. 7월17일 미국 TWA항공소속 보잉747여객기가 뉴욕주 이스트 모리치즈 앞바다 상공에서 공중 폭발, 승객 등 229명 전원 사망. 2월6일 도미니카 보잉757여객기 푸에르토 플라타공항서 이륙후 5분만에 추락, 189명 전원 사망. 11월23일 에티오피아 보잉767기 피랍, 인도양 코모로제도에 추락해 120명 사망. 10월 31일 브라질 포커 100여객기 상파울루 이륙직후 추락 117명 사망…. 어느 해보다도 항공기 사고가 잦았던 한해였다.
◎내전종식 보스니아 총선
43개월여의 내전에 지친 보스니아의 3개 민족은 9월14일 역사적인 총선을 통해 갈등과 반목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었다. 「한지붕 세가족」의 공존 실험에 또다시 나선 것이다. 하지만 보스니아의 항구적 평화를 단언하기는 아직 이르다. 각 민족간의 대립의식이 첨예한데다 3인 공동 대통령제의 신통치체제가 내전으로 피폐한 경제를 복구할 능력이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주축이 된 평화유지군도 감시 임무를 마치고 내년부터 보스니아 안정군으로 대체된다. 보스니아 내전은 탈냉전기 유럽안정에 대한 미국의 절대적 영향력을 드러내기도 했다.
◎중 무력위협 양안 긴장
3월23일 대만의 사상 첫 총통 직접선거를 전후해 중국이 대만해협에서 단행한 7차례의 군사훈련은 양안관계를 전쟁 일보전까지 몰고 갔다. 중국은 대만의 독립 분위기를 꺾고 리덩후이(이등휘) 총통에 대한 지지율을 낮추기 위해 무력위협을 했으나 이총통의 압승을 막지 못했다. 미국이 동북아 안보공약 차원에서 대만 인근 해역에 2개 항공모함 전단을 파견하는 바람에 미·중관계도 전례없이 악화했다. 연말께 미·중 관계는 정상화했으나 중국의 위협에 대한 주변국의 우려는 불식되지 않고 있다. 양안관계는 내년 7월 홍콩 주권반환과 함께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휩쓴 광우병 파동
「우공의 반란」으로 불리는 광우병 파동이 올해 초 유럽의 정치·경제계에 심각한 타격을 가했다. 광우병 파동은 소의 뇌조직이 스펀지 상태로 변하는 「해면양뇌증」이 인간의 뇌질환인 「크로이츠펠트 야콥병」(CJD)과 관련있다는 의학보고서에 의해 촉발됐다. 이와 관련, 유럽연합(EU) 회원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3월 다투어 영국산 쇠고기 금수조치를 내렸다. 영국은 EU의 조치에 정책결정 방해로 대응, 유럽 협조체제에 균열을 초래했다. 영국이 결국 굴복, 광우병 위험이 있는 소 400만두를 도살키로 했으나 금수해제는 내년 중반이 돼야 가능할 전망이다.
◎페루 일본대사관 인질사건
테러와 사고로 얼룩졌던 올 한해도 이제 저무는가 싶더니 12월17일 페루 리마에서 일어난 일본대사관저 인질극이 지구촌을 또한번 진동시켰다. 투팍 아마루 혁명운동(MRTA) 게릴라단 20여명은 아오키 모리히사(청목성구) 페루주재 일본대사, 이원영 한국대사 등 490여명의 인질을 잡고 수감중인 동료석방과 알베르토 후지모리 대통령에 대한 일본의 지지철회 등을 요구했다. 인질가운데 이대사 등 300여명이 풀려났지만 「당장 위기에 처한 인질의 생명이 우선인가, 인간생명을 담보로 한 테러는 절대 용납해선 안된다는 당위성이 중요한가」의 풀기 힘든 숙제를 던져준채 인질극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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