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공단건설 등에 손실/김포·시화는 아예 없어져개펄파괴의 주범은 대규모 간척사업이다. 그동안 간척사업으로 매립되거나 손실된 개펄은 얼마나 될까.
국내 개펄의 총면적은 약 2,815㎢(8억4,000만평). 국토의 3% 수준이고 서울 등 6대 도시의 면적을 합친 것과 비슷하다. 이중 2,330㎢(82.8%)가 서해안에, 485㎢(17.2%)가 남해안에 분포해 있다.
서해안 개펄은 유럽 북해 연안, 캐나다 동부해안, 미국 동부 조지아해안, 남미 아마존강 하구해안과 더불어 세계 5대 개펄로 꼽힌다. 이 정도의 개펄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우선 평평한 바닥과 얕은 수심이 필수적이다. 물이 멀리까지 빠지고 유속이 느려 가는 모래와 진흙이 쌓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조건은 조수 간만의 차가 커야 한다는 것이다. 조차가 큰 곳은 대부분 만이다. 서해안은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렇게 까다로운 조건 아래 4,500∼2만년 모래와 진흙이 차곡 차곡 쌓여 만들어진 개펄이지만 파괴하는 데는 20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이미 우리 개펄 가운데 732㎢(26%)가 기능을 상실했다. 현재 간척사업이 진행중인 곳도 559㎢나 돼 전체적으로 개펄의 45.8%가 사라질 운명을 맞고 있다.
인천·경기 지역에는 1,020㎢(38.3%)에 달하는 개펄이 있다. 가장 큰 강화지역 개펄을 비롯, 인천개펄 김포개펄 시화개펄 남양개펄 등이 해안선을 따라 끊임없이 이어진다. 한강과 임진강 하구에 흩어져 있는 총 300㎢의 강화지역 개펄은 인천국제공항 건설사업으로 이미 60㎢가 사라졌다. 또 공단과 신항만 예정지 110㎢에서도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국내 동죽의 80%를 생산하던 인천개펄은 인천 남동공단 조성 이후 토사가 흘러 들어 생산량이 절반이하로 급감했다. 개흙으로 이뤄진 남양개펄은 국내 가리맛조개의 90% 이상이 채취되는 곳이었지만 남양만 전체를 대상으로 한 화옹지구 간척사업이 고시돼 있어 위기에 처해 있다.
시화개펄과 김포개펄은 개펄 전체가 사라진 케이스. 시화개펄은 94년 시화방조제 완공으로, 김포개펄은 91년 수도권 쓰레기매립지 건설로 각각 없어졌다.
500㎢(18%)의 충남지역 개펄은 이미 300㎢가 사라져 총체적인 해양생태계 파괴현상을 겪고 있다. 아산만은 아산방조제와 삽교방조제로 두 곳의 개펄이 막혀 있다. 대호방조제는 서산만개펄과 가로림만개펄 일부를 막고 있다. 천수만개펄은 서산 A, B지구 간척사업으로 160㎢가운데 110㎢가 사라졌다.
충남 해안의 개펄 없애기는 계속되고 있다. 홍성과 보령 사이를 메우는 홍보지구 간척사업이 대표적. 91년 시작된 이 공사는 홍성방조제와 보령방조제를 쌓아 담수호를 98년까지 완공하게 된다. 농업용수 공급 목적으로 건설되지만 2,100여세대 어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게 된다. 지역 환경단체들은 홍보지구 사업으로 외해의 수질오염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취재팀이 보령방조제의 북쪽 끝인 보령시 천북면 하만리 현장을 찾았을 때 공사장의 누런 토사가 바다로 흘러 드는 것이 확인됐다.
전북지역에서 진행중인 국내 최대의 새만금지구 간척사업에 포함되는 개펄 면적은 200㎢. 전북 전체 개펄 220㎢의 91%이고 간척지 면적과 곧잘 비교되는 여의도 면적(3㎢)의 67배에 해당한다. 이 개펄은 사업이 완료되는 2004년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전남지역에는 큰 개펄은 없지만 굴곡이 심해 곳곳에 소규모 개펄이 발달해 있다. 개펄 면적이 950㎢로 전체의 33%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영산강 하구쪽 개펄을 포함, 250㎢가량이 개발됐다. 영산강 하구쪽 개펄은 농지조성을 위한 영산강2지구 방조제와 영암방조제의 건설로 파괴되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현재 공사중인 금호방조제가 2005년 완공되면 이 일대 생태계가 초토화할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간척의 역사는 고려시대인 13세기초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개펄을 보호하려는 노력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환경부는 내년에야 전북 고창군 곰소만과 전남 장흥군 득량만·해남군 화원반도·순천시 순천만 등 4곳을 「개펄보존지역」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독일은 개펄보호 천국/전체가 국립공원 지정/생태학습장·휴양지 활용
세계 최대의 개펄을 갖고 있는 독일은 개펄보호 의식면에서도 가장 앞서 있다. 개펄보호는 국민적 신념이 돼 있고 간척은 꿈도 꾸지 않는다.
독일 영국 네덜란드 덴마크 스웨덴 등으로 둘러 싸인 북해에서 개펄이 가장 발달한 곳은 남서쪽 바텐해와 접한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연안. 독일은 이 지역 9,000㎢ 규모의 개펄 가운데 60%를 차지하고 있다.
독일에서 개펄이 있는 해안은 전체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86년 니더작센주를 시작으로 88년 슐레스비히 홀슈타인주, 90년에는 함부르크시가 모든 개펄을 국립공원화 했다. 슐레스비히 홀슈스타인주의 개펄면적은 우리나라 전체 개펄면적과 비슷한 2,850㎢에 이르고 니더작센주가 2,400㎢, 함부르크시가 117㎢의 개펄을 보유하고 있다.
니더작센주의 경우 개펄국립공원을 3개 구역으로 나눠 관리하고 있다. 썰물때 완전히 물이 빠지는 개펄이 보호강도가 가장 높은 제1구역이고 수로지역이 제2구역이다. 제1구역은 지정된 안내인을 대동해야만 출입이 가능하고 제2구역은 평상시에는 출입이 허용되나 철새들의 산란기 등에는 출입이 통제된다. 제3구역은 출입이 자유로운 휴양지대이자 관광지다. 제1,2구역의 넓이가 각각 54%와 45%이고 제3구역은 1%에 불과하다. 따라서 개펄 오염이나 파괴가능성은 거의 없다.
매년 관광객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휴가철이면 개펄 휴양지를 찾는 사람이 1,000만명을 넘는다. 각 주정부는 개펄을 생태학습장으로 꾸며 청소년 환경교육에도 활용하고 있다. 개펄관리청과 곳곳에 설치된 관리사무소마다 서식생물 표본과 축소모형 등을 갖추고 개펄보전의 필요성을 교육한다. 개펄 관리도 체계적이다. 주정부 산하 개펄관리청이 통합관리업무를 맡고 있고 주립 개펄연구소는 효과적인 보호 전략을 세운다.
독일이라고 개펄 개발사업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토지확보가 목적이 아니라 해일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개펄 안쪽에 소규모 둑을 쌓는 일 등이 주를 이룬다. 개펄 바깥 바다를 막는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이상연 기자>이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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