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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 강경진압 전주곡인가/세르비아 시위대끼리 유혈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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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 강경진압 전주곡인가/세르비아 시위대끼리 유혈충돌

입력
1996.1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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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회선거 부정시비로 촉발된 세르비아 시위사태가 급기야 친·반정부 시위대간의 유혈 충돌사태로 확산됐다.발단은 정권붕괴 위기에 몰린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세르비아대통령측이 친정부 시위를 직접 부추기면서 비롯됐다. 밀로셰비치 정권은 최근 『정부 지지자들도 세력을 과시하자』고 선동했다. 그것도 한달넘게 지속된 평화적 반정 시위의 장소인 수도 베오그라드 중심가에서 시위하라고 사주했다.

양측 시위대의 유혈 충돌은 불문가지였다. 24일 약 50만명이 참가한 사상 최대의 반정 시위와 5만명 규모의 친정 집회가 세대결을 벌이며 충돌, 최소 58명이 부상당했다. 이중 야당인 세르비아혁신운동당의 당원 1명은 머리에 총상을 입었으며 두 명은 칼에 찔려 생명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다.

야당연합은 일단 이번 사태를 밀로셰비치의 계획적 도발로 규정하고 있다. 친·반정 시위세력의 격돌로 정국이 혼미해질 경우 이를 빌미로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시위사태를 무력 진압하려는 게 밀로셰비치의 노림수라는 분석이다.

친정부 시위자들의 상당수가 정부측이 동원한 노인 농부 국영기업 노동자들이며 일부 노동자는 시위에 불참할 경우 해고 위협까지 당한 사실에 비춰볼 때 이같은 분석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야당 최대지도자인 부크 드라스코비치 세르비아혁신운동당 당수는 『밀로셰비치는 아돌프 히틀러보다 극악무도한 인물』이라며 『그가 내전을 시작했다』고 비난했다. 야당은 시민들에게 정부지지자들과의 물리적 접촉을 자제하라고 촉구하는 한편 경찰들에 대해 정부 명령에 불복하라고 부추기기 시작했다.

밀로셰비치측은 이에 『야당이 서방의 지원을 등에 업고 세르비아 분열을 기도하고 있다』며 강력한 응징을 다짐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우려도 심각하다. 미국 프랑스 독일이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사태의 책임이 세르비아 정부측에 있다고 지적했다. 서방측은 반정 시위에 대한 밀로셰비치의 대응이 시간이 지날수록 강경해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만약 밀로셰비치의 사주에 의한 친정 시위가 계속될 경우 이는 세르비아정부측의 반정 시위 진압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 명분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방측은 이미 국제조사단의 실사를 통해 세르비아 정정 불안의 기폭제로 작용했던 지난달 17일 지방의회선거 결과가 정부측 후보에게 유리하게 조작됐음을 확인했다.<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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