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단 민주화 맥잇기 성공/경제난·부패와 싸울차례96년 11월17일은 루마니아 국민에게 기념비적인 날이다. 루마니아 역사상 처음으로 쿠데타나 지도자 피살, 유혈사태 없이 민주적인 선거로 새 대통령을 선출했기 때문이다. 중도우파연합 「민주회의」의 에밀 콘스탄티네스쿠 후보가 이온 일리에스쿠 현직대통령을 10%차로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단순한 정권교체 외에 또다른 의미가 있다.
89년 폴란드 헝가리 체코등 동구에서 노도처럼 일어났던 민주화 혁명의 물결은 공산당의 적자인 사민당 당수 일리에스쿠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루마니아를 비켜 지나갔다. 일리에스쿠 집권 7년을 니콜라에 차우셰스쿠 독재정권의 연장선상으로 인식하고 있던 루마니아 국민에게 콘스탄티네스쿠의 대통령 당선은 진정한 민주화의 서막으로 받아들여 질 수 밖에 없다.
콘스탄티네스쿠 역시 당선이 확정된 순간 『이제야 말로 89년 도둑맞은 민주혁명의 완성을 향한 대장정이 시작됐다』고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콘스탄티네스쿠는 민주혁명의 성공만으로 만족할 수 있는 한가한 상황에 놓여있지 않다. 그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연간 50%의 높은 인플레이션, 월 평균임금이 100달러에 불과한 노동자의 저임금, 10%에 달하는 실업률, 외국기업의 투자기피 등 총체적 난국에 빠진 경제를 회복시키는 것이다.
그는 경제회복의 첫 단계로 노동자의 근로의욕을 높이기 위해 생활보조금을 지급하고 사유재산법을 정비할 방침이다.
경제회복 못지 않게 해결해야 할 난제도 산적해 있다. 정부고위층은 물론 사법부, 경찰에 이르기까지 사회 모든 분야에 걸쳐 만연돼 있는 부정부패의 고리를 끊는 것이다. 상당수 정부 관료들은 마피아와 연계해 부정을 저지르고 있으며 뇌물을 주지 않으면 서류 하나 처리되지 않는 뿌리깊은 부패를 어떻게 척결하느냐가 큰 숙제 가운데 하나다. 콘스탄티네스쿠는 또 유럽연합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적극적으로 추진, 국가 안보와 국제사회의 지위를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어느것 하나 대학교수 출신으로 정치경력 4년의 콘스탄티네스쿠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만약 그가 이런 난제들을 해결하지 못하면 그것은 곧바로 공산당의 재등장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배국남 기자>배국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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