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신한국당이 빗발치는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린벨트 완화 시책을 예정했던대로 밀어붙여 버리기로 방침을 확정했다. 24일 당정이 합의한 완화내용은 미세한 부분에 조금 손질을 했지만 골자는 생활편의시설과 90평까지의 증개축 허용 등 논란을 빚어 오던 내용 그대로다.정부 여당은 물론 이번의 규제완화조치가 거주민들의 생활불편해소를 위한 것이라고 이유를 밝히고 있다. 생활상의 불편을 덜어주겠다는데 그것을 반대할 명분은 없다. 지난 25년간 그린벨트가 유지돼 오는 동안 제한구역안에 거주하고 있는 28만여 가구, 96만여 주민들의 생활불편해소를 위해 그린벨트는 꾸준하게 해제 완화돼 왔다. 문민정부 들어 지난 3년여 동안 해제 완화된 면적은 5공 7년동안에 비해 48%, 6공 5년동안에 비해 30%가 늘었다. 그런데도 이번처럼 여론의 반대가 심하지 않았던 것은 그 해제 완화가 「생활」이라는 명분을 노골적으로 유린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의 조치에 대해 특히 반대가 심한 것은 말은 생활상의 편익이라고 하지만 내용적으로는 「재산」상의 권익추구를 초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 여당의 안대로 테니스장이나 배드민턴장 등 생활체육시설과 병원 의원 등 의료시설, 도서관을 비롯한 문화시설, 은행 등 금융기관과 농수산물공판장 슈퍼마켓 등 생필품 판매시설이 본격적으로 들어서고 90평까지 가옥의 증개축이 허용될 경우 그 효과는 사실상의 그린벨트 해제나 다름없게 된다.
그린벨트가 해제되면 땅값이 그 자리에서 수십배로 뛴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일이다. 생활상의 불편보다 재산적 가치 박탈이 실은 더 억울한 민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린벨트 민원은 그 밑바탕에 재산상의 권익추구라는 숨은 동기가 있다는 것을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도 바로 이 대목이다. 재산적 관점에서 보기 시작하면 그린벨트는 결국 전체적으로 무너질 수 밖에 없다. 이번에 해제가 안되는 다른 그린벨트를 무슨 명분으로 계속 묶어둘 것인가. 농업진흥지역(절대농지)이나 기타 다른 이유로 묶여 있는 땅들도 견뎌날 수 없을 것이다. 그린벨트는 완화해 주면서 절대농지는 계속 묶어둘 수 있을까. 도시계획이나 다른 용도로 묶인 땅들도 언젠가는 그린벨트와 같은 민원에 부딪칠 것이다.
준농림지의 난개발과 재건축 재개발의 난맥상으로 인해 국토가 엉망이 돼가고 있는데 한술 더 떠서 그린벨트까지 이런 식으로 근본을 흔들어 버린다면 합리적인 토지이용과 국토관리는 불가능하게 된다.
정부 여당은 이번 조치가 초래할 심각한 파급영향에 대해 한번 신중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번 안은 그야말로 생활상의 불편해소에 초점을 맞추어 완화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재검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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