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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우아동위한 위탁가정 사업을/성민선(이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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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우아동위한 위탁가정 사업을/성민선(이렇게 생각한다)

입력
1996.1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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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고아원에 보내질 것이 두려워 열흘간이나 주위에 알리지 않았던 최군의 슬픈 사건을 접하면서 언뜻 몇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하나는, 술주정뱅이 아버지를 다리 밑에서 모시고 살면서 라면도 끓여드리고 했는데 그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니까 비로소 그 시절이 얼마나 좋았던가를 회상하는 글을 PC통신에 올렸던 한 소년이었다. 아무리 못났어도 부모를 대신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싫든 좋든 자기 존재의 근원이고 가장 편안한 곳이며, 자신을 사랑해주고 보호해주는 부모거늘.

다른 하나는 오래전에 만났던, 독일에서 사회사업가로 일하는 한 한국인에 관한 것이었다. 독일의 부모없는 청소년들은 7, 8명이 한 가족이 되어 보통 사람들이 사는 동네의 보통 집에서 함께 사는데, 그 같은 사회사업가들이 1일 3교대로 24시간 근무한다고 하였다. 정부에서 청소년들에게 의상비 휴가비 선물비까지 지급한다는 것도 인상적이었지만, 더욱 감동스러웠던 것은 사회사업가들이 청소년들을 친부모 못지않게 보살피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한 예로 소녀가 생리기간에 배가 아파하면 가서 배를 쓰다듬어 주는 일도 아주 자연스럽다는 것이었다. 그가 관공서에 일이 있어서 갈 때면 독일인 관리들은 외국인으로서 우리 아이들을 잘 돌봐 주어서 고맙다는 의미의 존경과 찬사를 아낌없이 표현한다고 하였다. 부모를 잃은 소년소녀들에게 부모를 대신할 제도와 사람이 있어서, 그들이 충분히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한 예이다.

우리의 최군이 그토록 걱정했던 고아원은 명칭이 어린이의 상처받은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하는 이름이기에 요즘은 보육원으로 이름이 바뀌었으나, 내용은 예전이나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고아원이나 보육원은 집없는 아이들을 따로 수용하여 먹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주고 학교에 보내주는 곳인데, 대규모 시설에서 장기적인 집단생활을 하느라 일반 가정에서 제 부모와 함께 산 아이들과는 표가 난다고 한다. 구조적으로 가정에서와 같은 양육이 불가능하며 그에 따른 부작용이 많을 수 밖에 없다.

거기에다가 많은 이들이 봉사를 한다는 명분으로 이들을 찾아오는데 그것이 오히려 아동들에게 정서적인 문제를 주는 경우가 많다. 몇개의 빵과 몇십분의 즐거운 시간이 오히려 아동들을 비굴한 존재로 만들기 쉽고, 개인 후원자로부터 지원을 받는 경우 아동의 신상이 공개되고 사진을 찍고 편지를 쓰도록 요구당하는 일이 많아 아동의 자존심이 상처를 받기도 한다.

많은 아동 복지시설들은 아동 개인에 대한 후원보다는, 시설 운영자에게 후원을 하여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해주기를 요망하고 있다. 맞는 말이다. 정부는 지금의 대규모 보육원 시설을 가정과 같은 교육이 일어날 수 있는 장으로 만들기 위한 기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할 때이다. 마침 복지부가 새해 그룹홈을 몇군데 시범 운영할 계획을 발표하였으나 거기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위탁가정사업도 본격적으로 발전시켜야 할 때가 되었다.<가톨릭대 교수·사회복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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