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지원약속 ‘말뿐’/체질·여건 되레 악화/현금결제 등 “없었던 일”/제조업 부도비중 늘고 공동브랜드 사업도 휘청정부와 민간의 대대적인 「중소기업 살리기」로 희망차게 첫발을 내디뎠던 올해 중소업계는 「속빈 강정」으로 막을 내렸다.
경쟁적으로 중소기업 지원책을 내놓았던 대기업들은 경기침체가 장기화하자 현금결제나 어음만기단축 등 올해 약속했던 중기자금지원을 앞다퉈 백지화했고 오히려 하도급업체에 납품가인하를 요구하는 업체까지 생겨나 대기업의 중소기업지원은 구두선으로 끝나버렸다.
중소기업청이 조사한 1월을 기준으로 한 하반기 납품대금 결제비율조사결과 현금·수표는 34%에서 30.9%로 낮아진 반면 어음은 66%에서 69.1%로 오히려 높아졌다. 평균 어음만기일도 88.9일에서 99.4일로 10일이상 늘어나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하도급거래의 불공정이 더욱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사상 최악을 기록했던 중소기업의 부도사태는 올들어 전체적으로는 진정기미를 보였다. 10월말 현재 도산업체는 모두 9,284개업체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만1,416개보다 2,132개(18.6%) 줄어들었다. 그러나 기계 금속 목재 화학 등 산업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제조업종의 부도율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늘어났다. 섬유 의복의 경우 부도업체수는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546개로 집계됐고 음·식료품 화학업종의 부도업체도 166개 265개로 각각 67.6% 59.6%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체 부도업체중 제조업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5.1%에서 31.6%로 높아져 중소업계의 체질이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국내중소기업에 대한 외국업체의 투자상담도 줄어들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에 따르면 외국기업 투자상담건수는 지난 11월까지 1,406건으로 지난해보다 13% 줄어들었다. 이중 투자가 성사된 건수도 전체의 3%, 47건에 그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은 중소업계에 주름살을 하나 더 안겨줬다. 자유시장경쟁 우선정책으로 중소기업고유업종이나 단체수의계약 등 중소기업의 양대버팀목이 와해될 위기에 처했고 원화절상압력 등으로 수출경쟁력도 나빠질 것으로 지적돼 중소업계로서는 득보다는 실이 많은 OECD가 돼버렸다.
특히 중소기업고유업종은 내년 47개 업종이 추가로 풀리면서 나머지 88개 업종도 1∼2년내 완전 해제될 것으로 예상돼 개방시대의 대기업과 외국업체에 대응할 수 있는 체질개선작업이 최대현안으로 대두됐다. 그나마 성공적으로 평가받던 중소기업 공동브랜드는 모범사례로 꼽혀온 귀족의 부도로 된서리를 맞아 중소업계에 또한번의 충격을 안겨줬다. 업계의 주먹구구식 관리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됐지만 정부의 안일한 대응도 도마위에 올랐다. 굳이 귀족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말만 앞세운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책은 일년내내 업계의 비난과 반발을 샀다.
중소기업의 판로확대를 위해 건설중이었던 중소기업백화점이 내년도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앞날이 불투명해졌고 올 하반기 내내 떠들썩하게 오르내렸던 소기업지원법도 결국 중소기업의 기대만 부풀린채 「없었던 일」로 사장돼 정부의 중소기업지원 의지를 다시한번 의심케 했다.<황유석 기자>황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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