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불구 해외활동 ‘휠체어의 부도옹’ 불려차남 정몽원 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고 은퇴한 정인영(76) 한라그룹 명예회장은 칠순을 넘긴 고령과 지병에도 불구하고 1년의 절반이상을 해외에 나가 활동에 전념해온 「휠체어의 부도옹」으로 널리 알려진 재계의 거목. 89년 7월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 불편한 몸을 이끌고 94년 205일, 지난해에는 217일, 올해에도 200일이상을 해외에서 보내 3년 연속 200일이상 해외출장이라는 진기록을 세우며 노익장을 과시해왔다.
정명예회장은 특히 권력에 의지하지 않는 정도경영에 힘써 한라그룹이 30대 그룹중 유일하게 비자금사건에 연루되지 않아 보기 드물게 청렴한 기업인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동생이기도 한 정명예회장은 현대건설 사장으로 있던 62년 「중공업발전없이는 경제발전은 불가능하다」는 신념으로 중전기기업체인 현대양행을 독자 설립, 그룹의 모태가 됐다. 76년 현대건설 사장에서 물러난 이후 「오차가 없는 기업인」 「현장기업인」이라는 평가에 걸맞게 기업을 키우는데 총력을 기울여 80년 신군부에게 창원기계공장을 통째로 빼앗기는 시련을 딛고 30대 그룹중 가장 빠르게 기업을 성장시켜왔다. 정명예회장은 이때부터 권력과 거리를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명예회장은 16세때 일본에 건너가 미야자키고교와 아오야마학원 영어과를 수학하고 광복후에는 5년간 기자(동아일보)생활을 하는 등 인생경력도 다채롭다. 이를 통해 터득한 영어실력과 현장경험이 기업경영에 상당한 도움이 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금이 은퇴 적기 신임회장에 전권”
정인영 회장은 사장단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나이가 많고 휠체어를 탄채 일을 하기가 힘들어져 정신임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기기로 했다』면서 『정신임회장이 전권을 넘겨받아 그룹을 이끌게 된다』고 밝혔다. 다음은 정인영 회장과의 일문일답 요약.
-갑작스럽게 은퇴한 이유는.
『7년간 휠체어를 타고 다녔고 앞으로 나이가 더 먹으면 더욱 힘겨울 것으로 보여 지금이 은퇴의 적기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그룹운영위위원장은 계속 맡아 신규프로젝트의 타탕성을 검토하고 그룹이 구렁텅이에 빠지지 않도록 역할을 하겠다』
-장남대신 차남에게 경영권을 승계한 이유는.
『정신임회장은 미국 남가주대학(USC)에서 경영학석사를 받았고 조직운영에도 뛰어나다. 만도기계를 이만큼 키운 것도 정신임회장의 공이다. 장남은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미국에서 그룹의 미주사업을 총괄할 것이다』
-앞으로의 활동계획은.
『가만히 있는 성격이 아니다. 사람들과 얼굴을 맞대고 현장을 확인하며 해외영업활동은 계속하겠다. 빈도수는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그룹운영의 전권은 신임회장에게 있다』
-그룹체제를 5개 소그룹체제로 개편했는데.
『신임회장의 아이디어다. 나는 그룹을 다소 무원칙하게 운영해 왔는데 신임회장은 조직적으로 잘 이끌어 갈 것으로 본다』<김동영 기자>김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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