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무용단 돋보인 활약/무대 대중화 가능성 보여/선정성 논란 여전히 숙제직업무용단의 정착과 젊은 무용가의 약진이 두드러진 한 해였다. 다양한 해외무용단의 내한공연과 각종 기획공연은 국내 무용의 지평을 넓혔다.
연초 이루어진 「30대 국립예술단체장의 탄생」은 한국무용계의 세대교체를 예고하는 증거 중의 하나. 지난해 역시 30대인 김인희, 문훈숙씨 등이 직업무용단 단장으로 취임한 데 이어 최태지씨가 국립발레단 단장을 맡게 됐다.
공연을 되돌아 보면 홍승엽 제임스전 강미리 전미숙 전홍조 김영희 이윤경씨 등 30대∼40대 초반의 안무가들이 꾸준히 볼만한 작품들을 내놓았다. 이들 30대 그룹은 서울국제무용제 대상(강미리)과 안무상(홍승엽), 춤평론가회 선정 춤비평가상(전미숙) 등 주요 수상권에 본격 진출함으로써 비중있는 작품활동을 검증받았다.
내용적으로 추상적 관념에서 벗어나 보다 일상적인 소재, 금기를 무너뜨리는 무용언어의 개발이 신선한 시도로 평가됐다. 이러한 변화는 직업무용단이라는 새로운 그릇에 담겨 있다. 대표적인 예가 김인희-제임스 전 부부가 단장과 상임안무가로 호흡을 맞춘 직업발레단 서울발레시어터.
이들은 「손수건을 준비하세요」(3월14일∼4월14일 서울두레)를 장기공연해서 주목받았다. 사상초유의 소극장 장기공연이란 점은 물론 과감한 성애표현,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 등이 모두 화젯거리였다. 재미있고 감각적인 무대, 무용전공자 아닌 일반 관객으로 채워진 객석은 직업무용단의 정착 가능성을 보였다.
올해 처음 내한공연한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 조프리발레단, 애틀랜타발레단, 앙줄렝 프렐 조카주무용단, 베이징댄스아카데미 등은 그간 러시아, 영국 등의 한정된 시야에서 벗어나 미국과 유럽대륙의 감각을 전해 주었다. 특히 조프리, 조카주 등은 현대화한 발레를 선보여 국내 무용인들의 고정관념에 자극제가 됐다. 야외에서 열린 제2회 죽산국제예술제도 신선한 전위공연 기획이었다.
한편 예술성과 선정성의 타협은 쉽지 않았다. 김승근씨는 자신이 안무한 「전쟁」(6월8일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국내 극장공연 최초로 전라출연을 시도했으나 정작 공연당시 극장측이 조명을 어둡게 하는 해프닝에 그침으로써 논쟁의 장에 제대로 오르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다.
이밖에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문화를 상품화하려는 노력을 시작, 지역무용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지난 여름 부산의 해변을 뜨겁게 달군 국제해변무용제가 대표적이다. 직업무용단과 젊은 무용가의 진출이라는 올해 무용계의 변화가 보다 가시적인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규모있는 무용견본시장이 필요하다고 무용평론가 김경애씨는 제언했다.<김희원 기자>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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