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을 보거든 웃어라”/재치와 익살로 5분만에 완성한 자기 ‘작품’ 앞에서 심각한 체 하는 현대미술 거장들에게 퍼붓는 독설그림하면 밀레의 만종이나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 정도는 돼야 한다고 믿는 미술 애호가들. 그러나 설치니 퍼포먼스니 말도 뜻도 어려운 작품을 보고 「시대 정신을 담은 탁월한 작품」이라는 평론가의 평에 주눅이 들어온 미술 대중.
디자인 하우스에서 나온 「피카소의 달콤한 복수」는 이들의 심정을 후련히 대변해 주는 그런 책이다. 금속조각과 미술사를 전공한 유태인 미술학자 에프라임 키숀이 쓴 이 책은 요즘 「그림같지 않은 그림」에 대단한 불만과 함께 그들을 공박할 이론적 틀을 갖고 싶었던 미술 애호가들에겐 안성맞춤이다.
『나는 오늘날 명성뿐 아니라 부까지 획득하게 되었다. 그러나 나는 나 스스로를 예술가로 생각지 않는다. 나는 단지 나의 시대를 이해하고 동시대의 사람들이 지닌 허영과 어리석음, 욕망으로부터 모든 것을 끄집어낸 한낱 어릿광대일 뿐이다』 피카소가 남긴 이 말에 용기백배한 저자는 앤디 워홀, 요셉 보이스, 프랭크 스텔라, 요셉 알버스 등 현대미술의 거장이라고 불리는 많은 미술가들을 거침없는 독설로 비판하고 있다.
『망가진 재봉틀과 몇가지 부엌집기들을 가지고 5분내에 현대적인 예술작품을 만들어내고 자신의 「콜라주」옆에서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는 예술가들은 고단수의 익살꾼』이라는 비난은 독창적 아우라(신기)를 상실한 예술가, 반짝하는 아이디어와 일회성 유행에 휩쓸려 다니는 현대미술가의 천박성을 비판하는 말이다.
이런 천박성은 관료집단화한 예술집단과 나름의 경제 논리로 무장돼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다. 『정작 미술계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가장 영향력 있는 세력은 엘리트 관료층과 모더니즘 사이의 은밀하면서도 막강한 동맹이며, 재원을 가지고 매스미디어에 막강한 영향력을 휘두르는 예술 마피아와 국회의원, 장관, 시장들 사이의 음모다』 여기에 평론가들은 한술 더 뜬다. 작품 「부풀어 오른 콘돔」에 대해서 『태아에 근접하는 파괴계수의 폭발을 예고하는 기하학적이고 몽유병자적인 의식의 형태』라고 말했다. 도무지 뜻이 와닿지 않지만 대중들은 「반항」하기 어렵다.
키숀은 따라서 현대미술을 보기 위해 전시장을 찾았다면 크게 웃으라고 권한다. 현대 미술은 예술광대들의 장난질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시원하다.
하지만 반대로 그에게 묻고 싶은 질문 하나. 현대미술에서 이런 도발이나 도전이 없었다면 20세기 미술은 여전히 신비화한 여성의 벗은 몸, 혹은 나른한 풍경화 외엔 별 대안이 없었을텐데. 그는 과연 그런 미술세상을 원했던 것일까. 반성완 (한양대 독문과)교수의 번역이 매끄럽다.<박은주 기자>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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