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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보호냐 벌목이냐 편갈라 다툼/중앙아프리카

입력
1996.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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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롭던 정글마을에 무슨 일이 생긴걸까평화롭기만 하던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밀림 속 바양가 마을이 최근 주민간의 불화와 반목으로 들끓고 있다. 마을사람들이 「자연보호파」와 「벌목파」로 분열됐기 때문이다. 자연보호파는 열대우림 보호와 밀렵행위 근절 활동을 하고 있는 세계야생동식물보호기금(WWF)측에 고용된 사람들이고 벌목파는 스위스인 벌목업자에게 채용된 주민이다. 흔하디 흔한 부족 분쟁이 아니라 유럽인들을 위해 대리전을 하고 있는 셈이다.

벌목업자 제라르 루쇼네는 이곳에서 중앙아프리카 최대의 제재소를 운영하고 있다. 루쇼네의 기계는 하루 16시간을 윙윙거리며 500년생 원시림들을 가차없이 베어낸다. WWF의 네덜란드인 생물학자 알라드 블롬(34)은 이같은 자연파괴행위를 막기 위해 매일 전쟁을 치르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 두 사람은 철천지 원수지만 마을사람들에게는 유일하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은인」이다.

루쇼네쪽 직원은 300명, 블롬쪽 직원은 밀림보호꾼 30명을 포함해 90명이다. 양 진영은 서로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며 다툰다. 몇달전에는 일부 주민이 WWF 소유 오두막 6채와 지프 2대를 불태우고 WWF쪽에 협력하는 주민을 협박하기도 했다.

마을사람들은 사실 자연보호나 벌목 자체에는 아무 관심이 없다. 그러기에는 이 나라가 너무 가난하다. 포장도로는 500㎞밖에 안되고 300만 국민 중 3분의 2가 문맹이다. 월급을 받는 사람은 5만명에 불과하다. 풍부한 것이라고는 밀림과 동물뿐이다.

주민에게 밀림은 고깃감이 뛰노는 곳이다. 이들은 왜 코끼리 같은 야생동물을 스테이크로 만들어 먹으면 안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블롬은 『자연보호란 결국 서구식 이념』이라고 탄식한다.

주민이 동물보호운동가를 환영하는 단 한 가지 이유는 돈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연보호에 성과를 거두려면 자연보호가 벌목이나 밀렵보다 더 돈이 돼야 한다. 이 때문에 WWF측은 탄자니아 케냐 짐바브웨 등의 성공사례를 참작, 이 마을에 환경관광객을 적극 유치하는 계획을 추진중이다.

WWF 독일지부 열대우림보호 책임자 귄터 메르츠씨는 고릴라가족 관찰 관광상품까지 기획하고 있다.<이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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