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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경쟁’ 업계 판도변화 예상/백화점 세일기간 규제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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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경쟁’ 업계 판도변화 예상/백화점 세일기간 규제 폐지

입력
1996.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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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칙세일·담합행위따른 소비자피해 우려도내년 4월부터 유통업계의 일대 변화가 예상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2일 세일기간에 대한 제한을 없애기로 함에 따라 백화점을 비롯한 대형 유통업체들은 세일을 통한 판촉전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백화점과 이미 가격파괴바람을 몰고 온 대형 상설할인매장이나 전문매장 등의 전면전이 불가피하며, 이는 유통업계의 판도변화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공정위가 83년부터 시행해온 할인특매(세일)기간에 대한 규제를 과감히 풀기로 한데는 무엇보다 업계의 경쟁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행 할인특매제도는 연간 60일이내, 한번에 15일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세일을 실시할 수 있도록 돼있다. 또 전국 55개 백화점중 38곳은 백화점협회의 자율공정경쟁규약에 따라 연간 40일간만 세일을 하고 있다. 이로 인해 백화점들은 약속이나 한듯 거의 동시에 세일을 실시해왔고 세일폭도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동시세일에 따른 교통혼잡은 차치하더라도 세일기간 제한이 업계의 경쟁을 제한, 사실상 소비자의 후생을 감소시켰다는게 공정위의 분석이다.

엄격한 규제는 변칙·사기 세일을 낳았다. 세일에 들어가기 전에 세일가격으로 판매하는 「사전세일」이나 세일기간이 끝난후 바로 가격인하를 단행, 사실상 세일기간을 연장하는 효과를 노린 「변칙세일」이 관행화했다. 세일기간동안 정상가격을 높여 할인폭을 크게 하는 소위 「사기세일」도 종종 발생하곤 했다. 이는 소비자의 충동구매를 부추키는 한편 사실상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다.

업계간의 자유로운 경영활동을 방해하는 부작용이 있었다는 점도 고려됐다. 그동안 세일기간 규제가 주로 대형백화점과 의류제조업체 위주로 운영되는 바람에 다른 업체의 영업전략을 제한하는 경우까지 발생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신세기통신이 한국이동통신과 경쟁하기위해 휴대폰의 할인판매에 나섰을 때 1∼2개월 정도는 실시해야 하지만 규정상 15일이내밖에 못했다는 것을 실례로 들었다.

공정위는 가격인하시 인하율에 대한 표시 및 광고 금지도 풀었다. 소위 변칙세일을 막기위해 이를 규제했으나 이번 결정으로 규제의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가격인하와 세일의 차이점은 가격인하가 종전의 정상가격으로 환원해야 할 필요가 없는 대신 세일은 행사후에 반드시 종전가격으로 정상화해야 하는 것으로 좁혀지게 됐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가격산정방식 등이 우리와 다르긴 하지만 세일기간에 대한 규제를 폐지한 상태다. 이번 결정으로 연중무휴 세일 등 전반적인 가격인하가 예상되지만 당분간은 변칙세일과 이에 따른 소비자의 피해 등 부작용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로서는 충동구매를 지양, 충분한 시장정보를 바탕으로 한 합리적 구매를 하는 것이 필요하게 됐다. 자칫 「사기세일」을 당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변칙세일이나 업계간 담합행위 등에 대해 지속적인 단속을 펼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가격과 품질에 대한 정보를 손쉽게 확보할 수 있도록 소비자단체들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주문하고 있다.<정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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