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구주택도 패션시대다. 붉은 벽돌로 성냥갑을 3층씩 쌓아놓은 듯한 천편일률적인 모습이 일반인들이 갖고 있는 다가구주택에 대한 이미지다. 그러나 요즘 들어서고 있는 다가구주택들은 다르다. 핑크색 첨탑형 지붕에 흰색의 반원형 발코니를 갖추고 있는 주택. 반원형 지붕아래 미색 벽면에 청색의 수평줄무늬를 두르고 있는 집. 거대한 직사각형 더미를 기하학적으로 겹쳐놓은 듯한 형상의 주택. 붉은 벽돌로 쌓아올린 외벽의 모서리마다에 화강암을 겹쳐 쌓은 집….다가구주택의 변신은 건축주들의 미적 감각이 높아지는 것도 원인이겠지만 좀처럼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주택경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멋있고 튀는 집」일수록 전세나 월세를 놓기가 쉽기 때문이다.
신혼부부들의 경우 좀 더 미적인 감각을 갖춘 주택을 원한다. 물론 주인의 간섭을 받지않으려 한다. 이같은 수요자 욕구에 따라 다른 곳에 살면서 다가구주택을 세놓으려하는 집주인들 가운데는 핑크색과 미색 청색으로 치장해 놓고 신혼부부 전용주택으로 활용하려는 경우가 많다.
프리랜서 등 재택근무자들은 건물이 사무실처럼 보이기 원한다. 물론 일반 다가구주택처럼 유리창이 많아 밖에서 내부가 훤히 비치는 것을 싫어하기 마련이다. 주택의 위치는 도심에서 택시로 3,000∼5,000원 거리.
강동구 명일동, 양천구 신정동, 은평구 갈현동 등지에는 이들 수요를 겨냥해 사무용건물과 아파트의 중간형태로 만든 「세미(SEMI)주택」이 속출하고 있다. 밖에서 보면 사무실이고 내부에 들어가 보면 주택인 셈이다.
또 다른 수요 패턴은 고급임대주택. 신도시 등지에 자기 주택이 있으나 생활이 편리한 서울 시내에 세들어 살려는 수요자들이다. 이웃간 교류가 적고 대단위 단지여서 인간미가 떨어지는 아파트보다 몇몇 세대가 어울려 가족처럼 살아가는 다가구주택의 멋을 즐기려는 수요자들을 위한 주택이다. 30평형에 1억원 가량의 전세금을 지불할 용의는 있으나 허름한 느낌을 주는 주택은 싫다는 계층이다.
중후한 이미지의 외관과 호텔을 연상시키는 고급 내부자재로 마감한 고급다가구주택들이 이들을 겨냥한 집들이다.
다가구주택의 건축자재에도 변혁이 일고 있다.
종전 벽돌주택들은 마감자재인 벽돌을 외부에 쌓는 바람에 장기간 빗물을 머금으며 팽창과 수축을 반복, 3∼4년만 지나면 벽이 갈라지고 수도관과 하수관이 터지곤 했다. 그러나 요즘에는 철골골조에다 벽면을 콘크리트로 마감하고 외부에 단열재를 붙이는 신공법이 확산되고 있다. 주택 내부공간도 훨씬 넓어지고 자연히 건물수명이 아파트만큼 간다.
한국예건의 최문섭 사장은 『신건축공법의 건축비는 평당 220만원선으로 종전 벽돌마감보다 10%가량 비싸진다』며 『그러나 건물이 튼튼하고 공간이 넓다는 점 때문에 세를 놓을 때는 주변 주택보다 15∼20% 이상 많이 받아 결과적으로는 건축주가 이익을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패션주택 설계회사로는 한국예건(02―548―0483∼4)을 비롯하여 한예건축(02―567―1987), 유로건축(02―501―3915∼6) 등이 있다.<박정규 기자>박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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