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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에 북 억류 충격 겹친듯/헌지커 왜 자살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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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에 북 억류 충격 겹친듯/헌지커 왜 자살했나

입력
1996.1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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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혐의로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한국계 미국인 에반 칼 헌지커(26)가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타코마의 올림푸스 모텔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현지 경찰은 자살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의 자살은 평소 우울증을 앓아오던 병세가 3개월간의 북한 억류중 악화한 결과로 추정되고 있다.그의 사체가 발견된 올림푸스 모텔을 운영하고 있는 외삼촌 윤모씨의 부인은 『에반이 지난달 27일 타코마에 돌아온 뒤 말이 없고 항상 쫓기는듯한 인상을 주었다』며 『북한에서 받은 충격이 컸던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헌지커는 이외에도 언론보도로 인한 부작용에까지 시달린 것으로 짐작된다. 익명의 미국인들이 헌지커와 알래스카에 거주하는 그의 생모 윤종례씨에게 전화를 걸어 『아까운 나랏돈을 써가며 구출해 주었으니 돈을 갚아라』는 등의 욕설 전화를 걸어오곤 했다는 것이다.

헌지커는 윤종례씨와 스웨덴계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로 부모가 이혼한 뒤 어머니와 알래스카에 거주해왔다. 그는 알래스카 경찰에 음주운전으로 구속돼 있던중 기독교에 심취, 출소한 직후인 8월말 『북한에 복음을 전하러간다』며 중국에서 압록강을 헤엄쳐 입북했다. 이후 간첩혐의로 국경경비대에 체포돼 억류생활을 해오다 11월26일 빌 리처드슨 민주당 하원의원(현 유엔대사 내정자)의 구명노력으로 석방됐다. 헌지커는 귀국후 곧장 생모가 살고 있는 알래스카로 돌아가기를 원했으나 체포영장이 기다리고 있어 외삼촌이 운영하는 올림푸스 모텔에서 기거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헌지커는 95∼96년 난폭운전, 폭행, 가정폭력 등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뒤 이들 사건으로 법원이 그에게 명령한 알코올검사 치료, 분노관리 카운슬링 등을 거치지 않아 7월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였다. 헌지커는 타코마의 커티스중학교와 스태디엄고등학교를 졸업했으며 한국인 부인과 이혼했다. 한국어도 잘하는 편이었다. 생부는 타코마지역의 파클랜드에 거주하고 있다.

번스 국무부대변인은 18일 헌지커의 죽음에 애도를 표시하고 『이것은 비극적인 사건』이라고 덧붙였다.<워싱턴=이상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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