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주재 일본대사관에서 벌어지고 있는 극렬 좌익 게릴라 「투팍 아마루」(Tupac Amaru Revolutionary Movement, 약칭 MRTA) 단원들의 인질소동이 만 2일째가 되는 이 시점까지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 대해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이 인질난동사건에 우려와 함께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한동안 잠잠해진듯했던 인질테러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는 점, 그것도 외국공관을 점거했고 그 인질들 중에는 이원영 페루대사와 한 재일동포 상사 주재원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이들 무장 게릴라들은 490여명의 무고한 생명을 인질로 현재 종신형을 선고받고 수감중인 자신들의 지도자를 비롯한 동료조직원의 석방과 안전한 퇴로를 후지모리 대통령과의 면담을 통한 보장을 요구하면서 경찰과 대치중이다. 이들 게릴라들은 그들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땐 페루외무장관을 시작으로 인질들을 차례로 처형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보내는 등 발악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리는 반문명적이고도 반인륜적인 테러행위를 자행하고 있는 이들 게릴라들이 이미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서는 실패한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신봉하는 극렬좌익분자들이라는 점에서 그들의 시대착오성에 놀라움과 함께 연민을 금치 못하게 된다.
이들은 19일 상오(우리시간) 독일대사 등 6명을 협상메신저로 일시 석방했으나 사태가 어떻게 반전될지 모르는 절박한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한가지 사실은 어떤 일이 있어도 무고한 인질이 희생되는 불행한 사태는 막아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무고한 인명을 담보로 한 이같은 테러행위는 그 어떤 명분으로도 용납할 수 없는 반인륜적인 범죄행위로서 직접적인 이해당사국인 페루나 일본정부가 쉽게 이들 테러범들에게 굴복해서도 안되는 양면성이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미국을 비롯, 독일 유럽연합(EU) 등이 이번 사태를 강력 비난하고 인질사태의 해결을 위한 테러진압부대의 파견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으나 우리의 관심사는 첫째도 인질의 안전이요, 둘째도 안전이라는 점을 강조해 두고자 한다. 무고한 생명의 희생을 최대한 억제하는 선에서 이번 사태를 슬기롭게 극복해 주기를 제1차적인 책임소재국인 양국정부에 거듭 당부할 뿐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주재국은 외교관의 신변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소위 「외교관 보호에 관한 비엔나협약」이 엄존하고 있다. 때문에 이들 게릴라들도 자신들의 주장에 대한 국제적인 여론환기 차원에서 이대사를 비롯한 인질들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으리라는 희망적 관측도 없지않다. 그들도 명분과 실리를 한꺼번에 다 잃을 것이 뻔한 무모한 행위는 결코 하지 않으리라는 기대이다. 그러나 이들 좌익게릴라들에게 관련 국제법이나 관행의 준수를 기대하는 것은 무모할지도 모른다는 지적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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