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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환 신한국당 고문(’96정치인물: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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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환 신한국당 고문(’96정치인물:9)

입력
1996.1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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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여백’ 넓은 대권 화가/보수·민정계 대표인물로 4월 총선서 상처 컸지만/“영남 배제” 다면승부수에 여야없이 쏠리는 시선신한국당 김윤환 상임고문은 언젠가 『정치도 시를 닮아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대학시절 그가 신천지 등의 문학동인지에 발표한 「광장에서」라는 시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광장에 비가 내린다. 너는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무색의 빛깔을 지녔다. 오늘 모든 기약마저 지워진채 죽어갈지 모르는 여기. 아, 미련을 삼키는 시간. 광장은 한밤 징소리로 울려오는 늙은 고향이다」

젊은 날 그의 시에는 허무주의적 감상이 진하게 배어있다. 아마도 곳곳에 얼룩진 전쟁의 상흔이 당시의 허주(빈배란 뜻의 김고문 아호)에게 잿빛 시상을 떠올리게 했는 지도 모른다. 빈배라는 아호가 함축하듯 허주의 시와 정치에는 여백이 있다. 96년 한해의 「허주정치」가 그랬다. 늘 채워지지 않는 자신의 정치화폭을 들여다보며 아쉬운 정관의 자세를 취해야 했다.

실제로 4·11총선을 전후해 허주의 상심은 무척이나 컸던 것 같다. 당대표였던 그는 공천과정에서 과거와 같은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그가 천거한 인사들에 대해 여기저기서 견제가 적지 않았다. 지난해 6·27지방선거이후 허주의 당대표기용은 소위 「보수층의 긴급수혈」을 염두에 둔 포석이었다. 그럼에도 보수로 대표되는 민정계는 여당에서 소수파로 전락하고 말았다. 명색이 보수·기득권층의 목소리를 포용, 대변해온 그였지만 자신의 지역기반인 대구·경북에서조차 겨우 현상유지수준에 그쳤다. 여권핵심부와의 불화설이 나돈 것도 이때를 전후해서다. 허주는 그후 수개월동안 「침묵의 강」에 정박해왔다.

지난 8월의 「영남권 배제론」은 빈배의 새로운 출항을 예고하는 절묘한 뱃고동이었다. 그는 자신의 향후 정치적 선택을 축약한 이 한마디를 던짐으로써 대권주자반열에서 스스로 비켜섰다. 그의 「영남권 배제론」속에는 「TK설득」과 「허주역할」, 그리고 「민주계 견제」의 뜻이 동시에 함축돼 있다고 봐야한다. 여기에는 또한 새로운 정치주체의 창출을 향도하려는 허주의 승부수가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그가 권력의 이동추이에 지나치게 민감하다는 가시돋친 지적을 하기도 한다. 이회창 고문 등 영입파를 겨냥한 검증론 시비를 『공직도 검증이다』라며 일거에 잠재운 것을 두고도 노련한 「거중조정」과 「줄타기」라는 긍·부정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김고문은 내주에 대통령특사 자격으로 콜롬비아를 방문한다. 이는 여권핵심부가 나름대로 허주를 생각하고 있다는 증좌로도 해석된다. 물론 그는 궁극적으로 차기 대선에 직접 뛰어들 가능성이 거의 없다. 그런데도 그는 여전히 대권후보군의 한 사람으로 조명을 받고 있다. 허주에게도 아직은 더 나가야할 길이 남아 있는 것이다.

◎97대선과 김윤환/범여권 결속,재집권 조율사 될까

신한국당 김윤환 고문은 97년에도 대세몰이에 나설 태세이다. 내년 3∼4월께 가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지만 그는 이미 「영남권 배제론」을 내세우며 자신의 향후역할을 설정해 놓은 상태다. 그는 우선 대권경쟁에 직접 참여할 가능성을 저만큼 접어놓고 있다. 지역할거구도를 타파하기 위해선 내년 대선을 계기로 3김이 퇴장하고, 같은 맥락에서 영남출신 대통령의 탄생도 이번만큼은 배제돼야 한다는 논리이다. 그런점에서 그의 「97년 선택」은 특정후보를 지지하거나 보수층과 TK세를 한쪽으로 몰아주는데 진력하는 등의 역할을 예상해 볼 수 있다.

김고문은 자타가 공인하는 TK 보수세력과 기득권층의 향도역이다. 그의 정치역정을 되돌아 보더라도 한번도 여권의 기존틀을 벗어난 적이 없다. 새로운 정치전선이 형성될 때마다 범여권 결속을 앞장서 주도해온 장본인인 것이다. 그의 이같은 분명한 색채는 바로 차기대선에서도 그의 잠재적 부가가치를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도록 하는 원동력이다. 최근 여권의 여타 대권주자들이 그를 만나 『도와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것도 나름대로 그의 정치적 잠재력을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고문이 대권환경조성과 관련해 몇가지 내건 전제조건은 유의해볼 만 하다. 우선 신한국당의 차기 대선후보 결정과정이 진선진미하고 공정하게 이뤄져야한다는 점이다. 김고문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김심」이 특정후보를 지지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현행 당헌·당규상 경선규정이 불공정시비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만약 당내경선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판단돼 여기저기서 이의를 제기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김고문의 「97년 운신」또한 의외의 방향으로 전개될 공산도 없지 않다. 하지만 그의 평소 성향으로 미루어 일탈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고 보는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최근들어 김고문이 신한국당의 다른 대권주자는 물론 김종필 자민련총재와 접촉하는 것 등도 따지고 보면 자신의 「존재이유」를 부각하는 동시에 「새로운 선택」을 위한 활로개척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8문 8답/“5년 단임은 정치적 타협물/이젠 국민에 직접 물어봐야”

―차기대통령의 최우선 덕목은.

『무엇보다 도덕성이 전제돼야 한다. 그리고 미래를 통찰할 수 있는 지성, 즉 통찰력이 중요하다. 자유민주주의체제와 시장경제체제를 뿌리내릴 수 있는 이념이 확실한 사람이어야 한다. 정치는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닌만큼 함께하는 정치를 할 수 있는 사람, 말하자면 국가경영마인드가 있는 인물이어야 할 것이다』

―최근 경제난을 해결하는 방안은.

『경제난의 직접적 원인은 개방체제아래서 우리경제의 구조적 문제점, 즉 고비용 저효율로 인해 국제경쟁력이 취약해졌기 때문이다. 기술력의 질적 향상이야말로 경쟁력 회복의 관건이다. 이를 위한 정책수립과 시행이 무엇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나아가 노사화합을 통한 노사간의 안정도 매우 중요하다. 금융실명제 시행과정에서 다소 과소비풍조를 조장한 측면도 있다고 본다. 따라서 과소비를 억제할 수 있는 방향에서 금융실명제를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통일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옳은가. 향후 대북정책은.

『기본적으로 북한의 대남적화전략에는 변화가 없다는 인식아래 대북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우리의 통일이 흡수통일이 될지, 연착륙(Soft Landing)방식의 통일이 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지만 국민적 부담을 고려한다면 연착륙방식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통일이 언제 어떤 형태로 올지 모르는 만큼 흡수통일에도 대비해야 한다. 또한 북한의 사과없이는 남북대화나 4자회담도 있을 수 없다는 정부방침은 국민정서를 감안할 때 적절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는 북한이 잠수함 침투사건에 대해 사죄와 재발방지 약속을 할 수 있게, 누군가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주변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현행 헌법의 대통령 단임제에 대한 견해는.

『세계에서 5년 단임제를 하고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 우리의 현행 5년단임제헌법은 정치적 타협물이지 국민의 뜻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고 본다. 따라서 내각제개헌이냐 혹은 대통령중임제 개헌이냐를 운운하기 보다는 현행 5년단임제를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지에 대해 국민에게 직접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정부의 개혁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현정부의 개혁정책에 대한 평가는 아직은 이르다고 본다. 시중에는 이에 대한 찬반양론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40년간 민주화투쟁을 해온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가 지금과 같이 역사를 바로세우고 부정부패 등 사회악을 철저하게 척결하지 않았다면 국민들이 과연 개혁하는 대통령으로 생각하겠는가』

―현행 당헌·당규상의 경선규정을 어떻게 생각하나.

『현행 경선규정중 후보등록에 대한 규정은 엄격한 셈이다. 현행규정아래서 몇사람이나 후보등록이 가능하겠는가. 당내민주화를 위해 이 규정은 완화돼야 한다. 그러나 후보난립을 피하기 위한 적절한 수준의 규제는 있어야 할 것이다』

―대선후보 가시화 및 경선시기는 언제가 적절한가.

『경선시기는 너무 빨라도, 너무 늦어도 좋지않다. 늦어도 내년 7월말∼8월초까지는 이뤄져야 한다. 가능하면 야권후보가 결정되고 난 후 여당후보가 가시화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번선거는 대선자금 마련도 어려울 테니까 대통령 선거기간을 최대한 단축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야권후보 단일화 여부에 대한 전망은.

『단일화가 쉽게 이루어지겠는가. 양당의 정치적 컬러와 구성원, 지지기반 등으로 볼 때 합일점을 찾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단일화의 핵심은 김대중 국민회의총재로 단일화하느냐, 아니면 김종필 자민련총재로 단일화하느냐인데 쉽게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다』

◎대권 어록/“영남정권 36년/또 집권할수야…”

◇『61년부터 97년까지 무려 36년간 영남에만 정권이 돌아갔는데 또다시 TK(대구·경북)에, 정권이 돌아가 41년을 집권하게 된다면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정치인의 한사람으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9월, 한 시사주간지와 인터뷰)

◇『지금 어느 누구라도 정권창출을 하자면 대구·경북표가 좌우하는 것 아니냐. 그러니까 우리가 하나로 뭉쳐서 직접 후보를 내 정권창출을 하거나, 못할 경우에는 누군가를 택해서 정권을 창출하는 것이 우리 TK가 해야할 새로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12월, 한 월간지와 인터뷰)

◇『꼭 선거를 치러야만 검증을 받는 것은 아니다. 공직에 있는 것으로도 검증이 되는 측면이 있다. 선거를 통해 검증을 받아야 한다면 신인은 절대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얘기밖에 안된다』(11월29일, 기자간담회)

◇『나는 14대 대선을 앞둔 90년 4월, 외신기자 회견에서 우리 정치권은 문민정부창출, 지역감정해소, 세대교체 등 3대과제를 이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민정부가 창출된 지금 남은 과제는 지역감정해소이다. 15대 대선은 지역주의를 극복하여 정치발전을 이룩해야 하는 역사적·정치적 의의가 있다』(12월, 한 월간지와 인터뷰)<정리=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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