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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문화인물 베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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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1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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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주체는 사람이다. 열정과 재능이 있는 인물들이 문화를 만들고 꽃피운다. 올해도 수 많은 문화인들이 한우물을 파며 달렸다. 「문학의 해」에 오히려 문학이 힘이 빠진 듯했고 립싱크와 표절이 우리를 서글프게 했지만, 그래도 문화는 시간을 따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고, 그속에 눈을 비비고 봐야할 스타들도 있었다.◎미술/강익중/모자이크 그림 5만점 전시

「우리는 전생에 부자지간이었다」 재미 작가 백남준씨가 공동작업을 한 강익중(36)씨를 두고 한 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지 12년만인 지난 3월 고국에 돌아와 가진 첫 개인전은 그야말로 새로운 스타탄생의 순간이었다.

사방 3인치(7.5㎝)의 작은 모자이크 그림 5만점은 자신이 미국서 외운 영어단어들의 목각 부조, 캔버스에 그려넣은 추억의 드로잉 등으로 삶의 기록으로서의 미술을 말한다. 강씨는 이미 「텔레비전 보는 부처」 등의 동양 이미지가 강한 시리즈로 뉴욕화단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작가. 97년 휘트니 미술관서 초대작가로 개인전을 가질 예정이다. 강씨의 모자이크 그림이 새로운 것이 아니며, 더군다나 대형작품을 48조각씩 떼어내 1,000만원에 판매키로 한 것은 지나친 상업적 발상이라는 비난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관객들은 강씨의 공들인 작품에서 장인 정신의 가능성을 보았는 지도 모른다.<박은주 기자>

◎영화/김승우/배우기근 한국영화계 단비

김승우(28)는 2년전만 해도 단역 배우였다. 90년 「장군의 아들」에서 쌍칼로 데뷔했고 그 이후에도 고작 「악당 3」, 「건달 2」가 그의 역할이었다. 탤런트 이미연과 결혼한 사실이 오히려 유명했던 그가 올해 주연급으로 자리를 잡았다. 전형적 도시형인 그의 이미지는 안성기 박중훈 최민수 한석규 정도인 한국 남자배우 시장에서 큰 수확이었다. 지난해 「돈을 갖고 튀어라」에서 조연으로 맡은 코믹하고 심각한 킬러 역이 기폭제가 됐고 곧바로 올해 3편이나 주연을 따냈다. 「코르셋」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에 이어 21일 개봉할 「고스트 맘마」까지 그는 크게 정서가 다르지 않은 도시의 세련되고 약간은 순진하고 착한 남자로만 살았다.

때문에 연기의 폭과 깊이까지 안심해도 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때론 가슴을 울릴 만큼 절절하고, 오랜 단역과 조연을 거쳤으며 남다른 열정이 있기에 한국영화는 그에게 희망의 한자락을 건다.<이대현 기자>

◎문학/신경숙/‘위축된 문단’속 문학의 길 정진

「문학의 해」가 저물어가고 있지만 문학은 올해 그야말로 착잡한 지경에서 보낸 한 해였다. 문학의 죽음을 운위하는 목소리들이 무성하던 상황에서 터진 외설 시비와 사법조치는 가뜩이나 움츠려있던 문단을 더 위축시켰다. 채 여물지도 않은 수많은 작가들이 등장하고 사라지는데, 아직도 젊은 몇몇 작가들의 이름을 앞에 놓고 벌써 「xxx이후」식의 논의들이 무성한 것도 안타까운 일.

이런 와중에서 작품으로 정진하는 일군의 작가들이 있다는 것만도 그나마 고무적이다. 신경숙(33)은 소설집 「오래 전 집을 떠날 때」로 문학의 해를 알차게 했다. 「풍금이 있던 자리」 이후 3년만에 나온 그의 이 중·단편집은 평자와 독자들에게 고루 반향을 일으키면서 그의 문학의 한 길을 보여줬다.

미미한 것, 작은 목소리에도 섬세한 언어로 빛을 주는 그의 문학은 후반으로 접어드는 90년대 우리 문단의 큰 성취라는 평가다. 그에게 소설 쓰기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헤치고 나가 언젠가는 존재의 빛을 보게 해 주리라 믿는 것』이다.<하종오 기자>

◎출판/임성규/60만권 판매 ‘아버지’ 신드롬

몇년째 불황에 허덕인다는 출판계에서 무명작가 김정현의 소설 「아버지」가 출간 4개월만에 60만권 가까이나 팔려나간 것은 하나의 사건이었다. 소설도 소설이지만 이같은 「아버지」의 성공에는 출판사 문이당 임성규(45) 대표의 안목과 기획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통상 출판사에 보내져 오는 여느 원고와는 달리 디스켓 형태로 전달된 「아버지」를 읽으면서 임대표는 실로 몇년만에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무명작가의 작품이라는 점, 순 소설적 완성도 측면에서 보이는 흠 등을 제쳐놓고 임대표는 이 작품에 전력투구했다. 「아버지, 오늘 당신이 무척 그립습니다」는 카피를 손수 만들고, 다양한 연령대의 각계각층 사람들의 진솔한 독후감을 받아 그대로 광고했다.

「아버지 없는 시대」를 사는 독자들의 반응은 더 솔직한 것이었고 책은 그야말로 날개 돋친 듯 팔렸다. 문학청년이었던 임대표는 10여년간 다니던 증권사에서 나와 출판사를 차린 지 7년만에 「아버지」로 스스로도 일어서고, 우리 출판계에도 활력을 불어넣었다.<하종오 기자>

◎연극/이윤택/‘햄릿’ 5대륙 연극제서 격찬

최근 월간 「한국연극」 12월호 송년 특집 연극인 설문조사에서 그는 연극인들이 「작업적인 측면에서」 가장 좋아하는 연출가로 뽑혔다.

「고래사냥」 「햄릿」 「어머니」(극작) 등에서 보여준 그만의 독특한 연출과 연극활동이 폭넓게 인정받은 것이다.

「고래사냥」과 「어머니」는 관객동원에도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고, 특히 「햄릿」은 러시아 콜스토프에서 열린 5대륙연극제에 참가하여 격찬을 받기도 했다.

시인에서 출발하여 연극연출 극작 소설 문학평론 영화 시나리오에 이르까지 다양한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기 작업의 지평을 넓혀온 이윤택.

그는 최근 서울예전 극작과 교수직을 그만두고 서울과 연희단 거리패가 있는 부산을 오르내리며 또 한번의 도약을 준비중이다.

내년 1월중으로 그가 희곡을 쓴 「사랑의 힘으로」를 우리극연구소에서 선보일 예정이며, 대작 「파우스트」를 국립극장 무대에 올리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황동일 기자>

◎음악/백건우/‘아기예수를 바라보는 20개의 시선’ 초연

9월 2일 명동성당서 피아니스트 백건우(50)씨가 메시앙의 「아기 예수를 바라보는 20개의 시선」을 초연한 것은 한국 음악계의 사건이었다.

최근 MBC TV 「문화특급」의 ’96 결산에서 「올해의 예술가」로 선정된 사실이 그 의미를 분명히 해 주었다.

갖가지 종류의 선법과 현대적 어법으로 똘똘 뭉친 난곡 중의 난곡. 그날 그는 완숙하게 연주했다.

그 뿐만은 아니다. 당시 관객들이 보여 준 태도 또한 그 초연장을 더욱 빛나게 타 올렸다.

공연 예술은 행위자와 감상자, 양측이 암묵적으로 빚어 올리는 예술적 영기(Aura)속에서 진실로 승화한다는 진실을 일깨워 준 귀중한 자리로 기억될 것이다.

96년은 그에게 각별했다. 프랑스가 선정하는 「녹음 사상 가장 뛰어난 음반 77종」의 반열에 올랐다. 올해 발표한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전집」이 가져 다 준 최고의 선물.<장병욱 기자>

◎방송/김자옥/‘공주병’으로 방송가 강타

올 하반기 방송가를 강타한 「공주병 신드롬」의 주인공. MBC 「오늘은 좋은날」의 「세상의 모든 딸들」코너에서 공주병 걸린 여학생으로 출연, 연기 생활 20여년만에 「비련의 여주인공」에서 「웃음의 전도사」로 변신했다.

코미디로 시작한 공주병신드롬은 「자기 밖에 모르고, 제 잘난 맛에 사는」 요즘 여성들의 행태를 꼬집는 풍자성으로 드라마와 영화, 가요 등 다른 장르로 번져가며 더욱 거세지고 있다. 『너 나한테 홀딱 반했지』 『예쁜 애, 예쁜 애 하지말고 자옥이라고 꼭 집어 말해』 『원숭이를 쳐다보면 호랑이가 서운해하고, 호랑이를 쳐다보면 타조가 서운해하고. 나는 어떡해』 「미지공(미친X 지가 공주인 줄 알아)」 등 수많은 유행어도 만들어냈다.

김자옥은 최근 「공주는 외로워」라는 음반까지 내고 바람몰이에 나섰지만, 지나치게 남발, 「주책바가지」라는 이미지도 주고 있다.<박천호 기자>

◎가요/클론/‘꿍따리 샤바라’로 스타탄생

전반적으로 신인들이 부진한 한 해였다. 사람들은 신인들의 참신함보다는 기성 스타들의 익숙함을 선호했다. 그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신인을 들라면 단연 클론이다. 27살 동갑내기 구준엽과 강원래로 이루어진 클론은 「꿍따리 샤바라」 한곡으로 올여름 이후 가장 바쁜 가수가 됐다.

이들의 성공은 신나고 따라부르기 쉬운 곡을 써준 김창환의 감각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러나 두사람이 지닌 음악 외적인 요소도 무시할 수 없다. 중학생때부터 다져진 현란한 춤솜씨는 가수를 꿈꾸는 중고생들을, 건장한 체격은 여성들을, 밝고 장난기 가득한 태도는 어른들까지도 팬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클론을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다. 10대 그룹의 득세 속에서 어떤 음악과 춤으로 다양한 세대를 포괄할 수 있느냐가 변수다. 최근 노래보다 쇼프로 출연이 더 잦아진 그들을 불안하게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클론에게는 96년보다 97년이 더 중요하다.<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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