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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안되는 이유/박무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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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안되는 이유/박무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6.1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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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경기가 너무 썰렁하다. 주가폭락은 공황상태까지 우려할 정도고 심상찮은 외자이탈 조짐이 외채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 내년 전망은 더 어둡다. 정부나 관변연구기관들은 아직까지 내년 하반기나 늦어도 연말께는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며 안이한 낙관론을 펴고 있으나 근거가 뚜렷치 못해 설득력이 없다.실업사태에다 물가불안이 야기되고 선거까지 겹치면 내년 경제는 엉망이 돼버릴 가능성이 높다. 중소기업인들이나 자영업자, 봉급생활자나 가정주부 등 일반 국민들 사이의 체감적 전망은 절망에 가깝다. 상황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데 희망을 걸어 볼만한 건덕지가 없다는 것이 큰 문제다.

지금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우선 경제가 안되는 이유를 원점에서부터 다시 한번 정밀하게 검토해보는 것이다. 지난 4년을 돌아보고 남은 1년을 마무리하는 방안을 생각해봐야 할 때다. 이유를 알아야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수 있다. 신경제의 허황한 청사진을 내놨던 관변이론가들이나 관료들의 말은 약효가 없고 신뢰가 없다. 그런 점에서 국민들이 말하는 소박한 경제위기론을 한번 경청해 볼 필요가 있다.

일반국민들이 생각하고 있는 위기의 처방과 원인분석은 어떤 것인가. 경제가 안되는 이유에 대한 이들의 진단은 대체로 3가지. 첫째는 운이 없다는 것이다. 경제개발 초기에 월남특수가 있었고 70년대 후반에는 중동특수가, 80년대 후반에는 3저호재―단군호황이 있었으며 문민정부 출범시에는 엔저―반도체호황과 중국특수가 있었다. 우리경제는 대체로 운이 좋은 경제였다. 경제개발초기의 자금문제와 두차례의 석유파동, 망국론까지 나왔던 외채위기, 문민정부 초기 장기불황 등 어려운 고비가 있을 때마다 외부호재의 행운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운이 다한 것일까. 찾아와줄 행운이 보이지 않는다.

두번째는 사람의 문제다. 아무리 찾아봐도 경제를 살려낼 만한 사람이 보이지를 않는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비난도 많았지만 경제건설의 확고한 업적에 대해서는 거의 이론이 없다. 그의 정부에는 유능하고 헌신적인 경제관료들이 수도없이 많았으며 국민들은 열심히 일을 했고 기업인들도 열성적이었다. 경제에 관한한 철학도 있고 비전도 있었고 국민적 합의가 있었다. 5공때도 철학은 있었다. 「40년 인플레를 단절못하면 영원한 후진국」 「물가를 잡아 선진국의 기초를 놓자」는 것이었다. 예산동결 봉급동결의 과격한 정책도 있었지만 경제에는 모두들 열심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온나라가 놀고 쓰기에 바쁜 모습들이다. 저축도 안하고 수출에도 게으르고 일보다는 놀러가는데 더 신경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관료들도 옛날과는 많이 달라졌다. 기업인들도 신명을 잃은 것같다. 근로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누굴 믿고 경제회복을 기대해볼 것인가.

세번째는 구조의 문제다. 특히 90년대 들어 우리나라는 세계 제일가는 고물가왕국이 돼버렸다. 땅값이고 임금이고 금리고 생산에 관계되는 모든 기본적 요소비용이 난공불락의 철벽처럼 고비용구조로 굳어버려 이 땅에서는 어떤 종류의 생산활동도 하기 어려운 경제의 박토가 돼버렸다.

운이 없고 사람이 없고 될만한 조건이 없는 것이다. 천시와 지리와 인재를 고루 갖추지 못했으니 경제가 잘 되기를 바라기 어렵다.

운이야 바란다고 오는게 아니고 구조문제도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 없다. 결국은 사람이다. 일반국민들이 생각하는 경제위기 해법의 정답은 사람이다. 정치인과 관리들, 기업인과 근로자, 소비자와 가정주부에 이르기까지 모든 국민이 정신 바짝 차리고 심기일전, 새사람이 되지 않으면 경제를 구할 방법이 없다.

정신만 차리면 방법은 있다. 맨손으로도 이만한 성취를 이루어냈는데 이정도 위기야 문제될 게 없다. 정신차리도록 하는게 문제다. 문민정부의 경제수석과 부총리와 장관을 지낸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반성대회를 갖고 새로운 결의를 해주었으면 좋겠다. 권력을 쥔 사람들부터 정신을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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