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 고용법은 제정되어야 하는가. 정부 부처간 이견으로 법 제정이 어려웠던 외국인 근로자 고용법이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돼 논의중이다. 법제정을 둘러싼 찬반 의견을 전문가들에게서 들어본다.◎찬성입장/강수돌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불법체류 등 20만명 인권보장책/체계·일관성있는 정책수립 도움
우리나라에서 외국인 노동자와 관련, 사회적 논쟁은 대체로 세 단계를 거쳐왔다. 첫째는 외국인 노동자의 도입 여부에 관한 것이었다. 중소, 영세기업인들은 인력난이 심하므로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노동부나 노조, 일부 진보세력은 노동시장의 왜곡과 고용 불안을 우려, 반대했다. 둘째 단계는 산업기술 연수생제도의 부작용에 관한 것이었다. 중기협이나 통상산업부, 일부 고용주는 인력난을 해결하는 데 최선책이라 하였고, 노동부나 시민 인권단체들은 불법취업과 인권침해를 야기하는 주범이라고 비판하였다. 이제 세번째 단계로 「외국인 노동자 고용법」제정에 관한 논쟁이 치열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단계에서 외국인 노동자 고용법 제정을 찬성한다. 그러나 이 법이 특별법의 형태로 「지속」되는 것에는 반대한다. 특별법이라는 것은 외국인 노동자를 내국인 노동자와 「다르게」 보는 관점에 입각해 있기 때문이다. 내실을 갖춘 선진국이 되려면 내국인, 외국인 가리지 않고 일하는 사람들이 균등하게 인간다운 대접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단계에서 이 특별법을 찬성하는 까닭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이미 들어와 있는 20만명의 외국인 노동자는 물론이요, 한국행을 기다리는 수십만명의 이웃나라 「사촌」들이 송출업체나 중간 브로커 등의 농간이나 착취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돼 있다. 외국인 노동자 고용법을 통해 고용과정에서의 공공성과 공익성,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둘째, 20만 외국인 노동자의 70%를 차지하는 14만명 정도의 불법취업자들은 한국에 「법이 없음」을 개탄하고 있다. 이미 92년에서 93년에 걸쳐 몇 차례의 「체류연장」을 받은 불법체류자들은 「일단 피신만 잘 하면」 당국이 묵인해 준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체계적이고 일관성있는 외국인 노동자 정책의 수립을 위해 특별법이 필요하다.
셋째, 합법적인 연수생이나 불법취업자들은 중소, 영세사업장에서 정당한 노동인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임금체불, 산재보상 미비, 외부출입 통제, 여권 압수, 욕설과 구타 등이 그 예이다. 노동인권이 보장되지 못하는 조건에서는 「동기부여」가 이뤄지지 않아 생산성이나 품질향상이 불가능하다.
넷째, 우리나라가 내실있는 선진국이 되어 좁아진 지구촌 사회에서 떳떳하게 활동하기 위해서라도 외국인 노동자 고용법은 필요하다. 말로만 세계화를 외치고 행동은 그렇지 못하다면 국제적으로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반대입장/최동규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중기 추가부담·신인력난 등 우려/‘연수생’ 문제 기존틀서 해결 가능
우리 중소기업들이 단순 비숙련 외국인력이라도 들여오지 않으면 생산활동 자체를 지속하기 어려운 극한상황에 처한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힘들고 험한 일을 기피하는 풍조때문에 중소기업들은 공장을 가동할 최소한의 인력조차 구하기 힘든 형편이다. 이런 상황속에서 외국인 불법체류자의 취업이 늘고 브로커까지 등장, 사회문제를 일으키자 산업기술연수생제도를 도입, 외국인력을 공식적으로 수입하기 시작한게 불과 4년전의 일이다.
외국인력 수입문제는 대부분의 선진국들도 경험한바 있지만 처음부터 고용허가, 노동허가부터 시작하지는 않았고 우리처럼 비슷한 제도로부터 시간을 두고 조금씩 조금씩 그나라 문화와 조화를 시켜 나왔다.
요즘 외국인근로자 고용법 제정의 명분이 되고있는 산업기술연수생제도에 대한 여론의 매질은 너무 성급한 것이다. 연수생제도와 관련한 여러 문제들이 제도 자체에 의한 것인지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모든 것이 연수생제도때문인양 몰아치고 있기 때문이다.
연수생이탈 문제를 예를 들더라도 근본적으로는 연수생이 들어오기전부터 이미 불법체류자가 많았고 이들과의 임금격차가 합법적으로 들어온 산업연수생들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았기 때문에 생기고 있는게 아닌가.
산업기술연수생제도는 단순히 저임노동력을 활용하기위한 제도라기보다는 국내인력이 원치않는 일자리와 중소제조현장의 인력부족을 보완하는 순기능을 하고 있으며 도입초기에 우려했던 산업구조조정지연, 국내고용대체, 국내근로자의 임금인상억제 등의 역기능은 아직 관찰되고 있지 않다.
그러나 만약 고용허가제 도입과 고용분담금 및 보증금부과, 국내 근로자와 동일한 근로기준법 적용등을 골자로 하는 외국인근로자 고용법이 현실화하면 추가적인 인건비부담으로 중소기업은 단순외국인력 조차도 쓰기어려운 신인력난 시대를 맞게 될 공산이 크다.
불법체류자문제라든가 인권문제 등은 기존 제도 아래서도 해결가능할 뿐아니라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효과적인 개선방안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실제로 필요한 것은 특별법이 아니라 절규에 가까운 중소기업의 소리에 진정으로 애정을 갖고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더나아가 국내외 인력을 포함한 보다 장기적이고도 효과적인 인력수급정책에 대한 지혜를 모으는 것이라 본다.
◎작년 명동성당 농성계기 노동부 법제정 추진/중기협·통산부·법무부 등 반대입장으로 논란/현재 국회의원 발의로 2개법안 상정 논의중
외국인 근로자 고용법이 추진된 것은 지난 해 1월 초 명동성당에서 네팔출신 산업연수생들이 임금체불 등 열악한 근로조건에 반발, 근로자로서의 기본권 인정을 요구한 것이 계기가 됐다. 사건이 발생하자 노동부는 같은 해 2월 「외국인 산업기술연수생의 보호 및 관리에 관한 지침」을 만들어 중소기업협동중앙회가 추천하는 연수생에 한해 근로시간, 휴일, 임금의 직접지불 등 근로기준법의 최소조항과 최저임금법, 의료보험법, 산재보험법 등을 적용키로 했다.
노동부는 지침을 마련하면서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골간으로 외국인 고용관련법률을 제정하겠다고 천명하므로서 외국인 근로자 고용법의 논란이 시작됐다. 고용허가제는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려는 사업주에 대해 업종 사업장규모 인력수급상태 등을 고려,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허가해 주는 것이다. 이럴 경우 외국인 근로자는 내국인 근로자와 동등하게 국내 노동관련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노동부는 외국인 근로자가 내년 초면 약 20만명에 육박, 전체 취업자 2,100만명의 1%에 달하는 만큼 체계적인 도입과 관리를 위해 법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산업연수생 도입의 법률적 근거는 「외국인 산업연수생에 대한 사증발급에 관한 업무지침」이라는 법무부 훈령이다.
산업연수생도입을 주관하고 있는 중기협과 통산부는 이에 반대하고 있다. 연수생 아닌 정식근로자를 쓸 경우 내국인 근로자와 동등하게 연월차수당, 퇴직금 등을 지급하지 않을 수 없고, 따라서 중소기업의 비용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또 법무부는 출입국관리절차가 번거로워진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산업연수생 1인당 임금이 72만원(중기협 70만원, 경총 76만원)에 달하고 이중 연수업체 이탈을 막기위한 인센티브차원의 수당이 10∼20만원에 이르고 있는 만큼 정식근로자로 대체, 월 5만9,000원 가량의 법정수당을 주더라도 추가부담은 없을 것이라는게 노동계의 분석이다. 또 중기협과 통산부 등의 반대는 실제로는 법제정이 될 경우 외국인 근로자 도입권한이 노동부로 넘어가기 때문인 것으로 노동계는 보고 있다.
한편 세계화추진위원회는 8월 일정기간 연수 후 근로자의 신분을 주는 「연수취업제」를 대안으로 제시했으나 통산·법무부의 반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그러다 9월 신한국당 이재오 의원 등 29명의 발의로 「외국인근로자 고용법(안)」이, 지난 3일 국민회의 방용석 의원 등 35명의 발의로 「외국인근로자고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돼 논의중이다. 이 두 법안은 고용허가제 뿐아니라 외국인 근로자 개인에게 국내 취업을 허가하는 「노동허가제」까지 포함, 노동부 안보다 더 진전된 것이다.<남경욱 기자>남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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