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김덕룡 정무1장관(’96정치인물:8)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김덕룡 정무1장관(’96정치인물:8)

입력
1996.12.19 00:00
0 0

◎‘신선한 도약’ 소리없는 준비/“국가대사 산적한 지금 장관이 대권 논할수야…”/명분 내세운 신중함속 세 구축 분주한 나날김덕룡 정무1장관의 정치역정은 명분위에서 형성돼왔다. 시류가 자신의 판단과 어긋나면 김장관은 스스로 설정한 명분을 택했다. 대학시절 한일 굴욕외교에 저항하는 6·3세대의 기수가 됐다든지, 호남출신으로 김영삼 대통령의 휘하에 들어갔다든지, 반독재투쟁으로 3차례의 옥고를 치렀다든지 등…. 그의 삶에는 명분의 궤적이 뚜렷했다.

「96년의 김덕룡」도 그랬다. 올해의 명분은 국정에 진력하자는 것이었다. 이는 대권논의를 자제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졌다. 대권논의는 정치테마중 가장 「인화성」이 높기때문에, 그 시작은 곧 대권경쟁의 회오리로 비화된다는 것이다. 불붙은 대권경쟁은 통제할 수 없고 결국 국정운영이나 국가경영의 일실을 초래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자 여권핵심부의 생각이었다.

김장관은 대권논의 자제라는 명분을 설정하고 스스로를 맞췄다. 그가 유일하게 던진 대권발언은 『경제, 남북문제 등 국가대사를 앞두고 허구한날 대권타령만 할 수 있느냐』는 비판이었다. 국민의 시선을 모을 화려한 제스처도, 언론의 조명을 받을 발언도 그에게는 금기사항이었다. 언론의 인터뷰요청, 방송출연교섭 등에 대해서도 김장관은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고 모두 거절했다.

그러나 김장관의 자제는 활약을 기대한 사람들에게 침묵으로 비쳐졌고 정치적 역량에 대한 회의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주요현안들이 논쟁거리로 등장할 때나 여야의 힘겨루기로 정국이 경색될 때도 「정무1장관 김덕룡」의 역할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김장관은 최근 차세대 주자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하향세를 기록하고 있다.

그의 측근들은 『정부에서, 당에서, 또 대통령에게 김장관처럼 곧은 얘기를 한 사람은 없다. 다만 선전하거나 자랑하지 않을 뿐』이라고 말한다. 실제 다른 대권주자의 청와대 독대는 곧잘 뉴스거리가 되지만 그가 김대통령을 만났다는 사실은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 김장관은 『대통령을 오래 모신데다 현재 정무1장관인데, 내가 대권플레이를 한다면 당이 온전하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조용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표면상 조용히 있는 듯하나 은밀히 세 확보 및 이미지부각작업에 치중해왔다. 그는 그동안 수많은 당내외 인사들과 접촉해왔고 자문그룹, 지원세력도 나름대로 구축해놓고 있다. 이런 이유때문에 그는 경쟁진영으로부터 「대권문제 접근에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공격을 받기도 한다.

김장관은 대권논의 자제라는 명분을 택한 정관의 한 해를 보냈지만, 세비축 등으로 예선과 본선준비도 잊지않고 있다.

◎97대선과 김덕룡/미래·세대교체 상징으로 떠오를까

김덕룡 정무1장관은 내년을 파탈의 한 해로 잡고 있다.

자제, 신중, 침묵을 벗어던지고 도전, 과감, 화려함을 택하겠다는 것이다. 자신의 목소리를 보다 분명히 내고 지지세력도 숨기지 않고 드러내겠다는 생각이다.

사실 김장관에 대해 『너무 신중하다』는 지적이 많다. 그럴때면 김장관은 어김없이 『때가 아니어서…』라고 말한다. 그는 이어 『내년이 되면 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김장관이 내년 대선정국에서 내던질 정치 슬로건은 「시대흐름의 변화」이다. 그는 세대교체냐 노쇠냐, 지역탕평이냐 지역할거냐, 개혁이냐 수구냐를 쟁점으로 던져놓고 자신을 미래, 세대교체의 상징으로 각인시키겠다는 복안을 갖고있다.

그 논쟁 속에서 김장관은 자신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대권경쟁에서 대세몰이를 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김장관이 넘어야 할 정치현실의 벽은 만만치않다. 우선 당내일각에서 제기되는 「민주계 무망론」이 장애물이다.

그는 『민주계 무망론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영입인사에 뒤지고 있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대권레이스가 본격화하면 그 결과는 한순간에 역전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실제 며칠전 한 주간지의 여론조사에서 김장관은 야당의 DJP구도에 8% 이기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가 호남출신이라는 점도 핸디캡이다. 김장관은 이런 회의론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자세다.

지역타파를 내세우면서 내부적으로 지역표에 의존하는 행태는 이율배반적이며, 계산상으로도 호남표를 양분할 자신이 있는만큼 기존 여권표만 묶는다면 오히려 승산이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YS의 분신」이라는 별칭처럼 그의 참모적 이미지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김장관은 『파탈의 도전을 보여주면 극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파탈의 한 해가 될 97년, 그가 과연 여권의 대권구도에서 「태풍의 눈」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8문 8답/“정부·기업·국민 하나될때 우리경제 활력 되찾을 것”

―차기 대통령의 최우선 덕목은.

『시대흐름을 읽고 국민을 미래의 희망과 연결시켜줄 수 있는 미래통찰능력과 개척정신을 지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국민요구에 부합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국민을 화합으로 이끌 수 있는 국가사회적 통합능력과 지도력 그리고 도덕성과 포용력을 갖추어야 한다』

―최근 경제난을 해결하는 방안은.

『고비용·저효율의 경제에 대한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경제의 활력을 되찾겠다는 정부·기업·국민 등 경제주체들의 자제와 의지가 실천적으로 나타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바탕위에서 과소비억제, 규제완화,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과학기술과 첨단기술지원, 노사관계의 창조적 새정립, 중소기업육성과 공정경쟁확립, 민간주도 경제체제로의 전환 등이 함께 어우러질 때, 우리 경제는 다시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통일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향후 대북정책은.

『통일이 남북민족의 에너지를 하나로 결집시켜 우리가 21세기 세계중심국가로 나아가는데 보탬이 될 수 있는가하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때문에 대북정책에는 원칙이 있어야한다. 그것은 북한을 남북당사자간 대화의 테이블에 끌어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북한의 태도와 선택에 따라 강온전력을 병행하고 있다. 결코 일관성을 결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만약 북한이 개혁과 개방을 위한 협상테이블로 나온다면, 우리는 민족적 차원에서 경제협력을 할 수 있고 또 민족통일로 가기 위해 협력과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현행헌법의 대통령단임제에 대한 견해는.

『나름대로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 재선이나 국민의 표피적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소신있게 국민을 이끌 수 있는 것이 장점인 반면 국정의 연속성이 끊어질 우려가 있고 국회의원 총선 등 다른 선거와의 임기차이로 너무 자주 선거를 치르게 된다는 단점도 있다. 그러나 이런 장단점을 떠나 지금은 경제문제나 남북문제 등 국가의 명운이 걸린 당면문제 해결을 위해 국민의 뜻과 의지를 하나로 모을 때지, 자칫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력을 소모시킬 수 있는 이런 문제를 거론할 때가 아니다』

―현정부의 개혁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현정부는 개혁을 통해 무엇보다 군사독재의 청산이라는 위업을 이루어냈다. 그리고 변화와 개혁이라는 시대정신을 국가적 과제로 설정하고 이를 추진하고 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처럼 마땅히 가야 할 방향과 목표를 제시하고 그리고 그것을 개혁적·실천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21세기를 준비하는 획기적 초석이 될 것이다. 물론 개혁의 추진과정에서 시행착오와 부작용을 남긴 적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훗날 역사의 눈으로 평가하고 음미한다면 현정부의 개혁정책은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현행 당헌·당규의 경선규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현행 우리 당의 당헌·당규는 상식적 사고를 바탕으로 당내 의견을 모아 만들어진 것이지 결코 특정인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도록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때문에 경기를 앞두고 경기규칙을 바꾸는 것이 기본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보지는 않지만, 때가 되어 당원들의 총의가 개정하는 쪽으로 모아진다면, 순리에 따라 개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야권후보 단일화여부에 대한 전망은.

『야권후보 단일화는 물론이고 누구로 단일화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큰 관심이 없다. 되든 안되든 또 누가 되든, 대세나 우리 당의 정권재창출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못할 것이다. 대권욕과 지역주의를 앞세워 머리가 둘인 기형적 정부를 만들겠다는 발상은 명분과 이념면에서도 합당하지 않고, 낡은 정치의 청산과 세대교체 그리고 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냉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 다만 정권욕을 위해서는 어떠한 수단도 동원될 수 있다는 마키아벨리즘을 국민과 더불어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대권 어록/“세대교체·개혁이 나의 목소리이다”

◇『최근 특강정치가 유행하고 있다. 그러나 지성의 전당인 대학에서 우리 앞에 놓인 장애물을 어떻게 헤쳐나갈지를 논의해야지, 차기니 대권이니 하는 말들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7월5일, 고려대 노동대학원 학술대회)

◇『우리 정치는 아직도 한국이라는 테두리를 못 벗어나고 있다. 그도 모자라 호남 충청 PK TK로 분열하고 있다. 「왜 나는 자꾸만 작아지는가」라는 유행가처럼 왜소해지는 우리 정치를 걱정할 때다』 (7월6일, 신한국당 천안연수원)

◇『해야할 일이 산적해있는데도 우리 정치는 때이른 대권욕 때문에 소모적 정쟁과 갈등으로 점철되고 있다. 이제 국민이 정치를 따라만 갈 것이 아니라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낮은 수준의 정치를 흔들어 깨워야 한다』 (9월13일, 한국민주시민교육협의회 워크숍)

◇『산업화를 이끌어온 실용적 에너지와 민주화를 이끌어온 도덕적 에너지가 결합해 세계로, 미래로 전진해야 한다』 (11월16일, 기자간담회)

◇『자신의 목소리가 없다는 지적이 있는데 현 정치권에 나로 대표되는 목소리나 분위기는 엄연히 존재한다. 세대교체와 개혁, 지역할거타파, 정의로운 화합, 전진의 메시지가 바로 그것이다』 (12월12일, 한 일간지와 인터뷰)<정리=이영성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