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늘려야” 주장에 “의료교육 질 하락” 반론/‘법조인 부족’엔 모두 공감/증원방법 등 싸고 이견적정한 의사·변호사의 숫자는 어느 정도일까. 현재 전국의 의사는 모두 5만9,200여명으로 인구 760명당 1명 꼴이다. 변호사는 3,600여명(법조인 전체의 62%)으로 인구 1만2,500명당 1명 꼴이다.
정부는 내년 3개 의대를 신설해 120명의 의사를 늘리고 사법시험 합격자도 올해 500명에서 내년 600명으로 늘린 후 2000년까지 연 100명씩 늘려갈 계획이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계획은 의료계와 법조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의대 신설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신경전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의과대학 신설 결정에 대해 대한의사협회가 강력히 반발, 지난달에는 집단휴업까지 강행했다. 교육부는 의료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2000년에는 최소한 4,800여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이라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전망을 토대로 의대 신설을 허용했다. 의료계는 이같은 의대정원 확대가 의료교육의 질적 하락을 가져온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현재 한의사를 포함한 국내 의사 1인당 인구는 670명으로 일본 610명, 스위스 630명보다 많지만 2010년에는 420명으로 떨어져 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의협은 『문제가 되는 것은 의사의 절대숫자가 아니라 좋은 의사의 숫자』라며 『그릇된 병원 이용 행태 때문에 대형의료기관으로 환자가 몰리는 것을 의사인력 부족 탓이라고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인구의 노령화와 국민소득 향상에 발맞춰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도 의사인력의 확충이 불가피하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력부족 여부를 따지는 논란보다는 의료인력의 효율적인 활용을 논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서울 등 6대 도시에 전체 의사의 65.5%가 몰려 있는 반면 군단위 이하 농촌지역에는 4.2%만이 진료활동을 하고 있는 지역적 불균형이 보다 심각하다는 것이다.
의사들의 대도시 대형병원 선호로 지방 및 중소병원의 전공의(레지던트) 부족현상이 심각한데도 마땅한 지원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선 지적되는 문제다. 또 사회변화에 따라 수요가 늘어날 새로운 유형의 의사 양성 필요성도 제기된다. 기업체에 근무하는 기업의나 산업현장에서 근로자의 건강을 책임지는 산업전문의 등으로 의사를 세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변호사의 경우도 사법시험 합격자 증원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법조인의 절대숫자가 부족하다는 점에는 정부와 법조계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으나 증원방법과 활용 방안에 대해서는 해법이 서로 다르다. 내년부터 5년간 500명씩 선발하는 사시합격자의 대부분은 변호사로 흡수될 전망이다.
그러나 변호사들은 현재 단독으로 개업하거나 법률회사에 취직하는 길 외에는 마땅히 진출할 곳이 없는 상황에서 변호사 숫자가 늘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을 우려하는 입장이다. 새로운 진로가 개척되지 않은 상태에서 변호사 숫자만 늘릴 경우 자칫 미국처럼 소송을 부추겨 이익을 챙기려는 변호사들이 양산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법률서비스를 국민 모두가 고루 누리기 위해서는 숫자 늘리기 뿐만 아니라 변호사의 다양한 활용방안이 고려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법률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정부변호사」를 채용하거나 일본처럼 기업의 감사에 변호사를 의무적으로 고용하도록 하는 제도 등의 도입이 우선 거론되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김성기 회장은 『숫자는 어차피 늘게 돼 있어 이에 대한 적응력을 키우는 것이 변호사들의 당면과제』라며 『점진적인 증원과 함께 젊은 변호사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이상연 기자>이상연>
◎의사·변호사 수입 ‘빈익빈 부익부’/월 200만∼300만원서 수천만원까지
의사와 변호사의 수입은 과연 얼마나 될까. 의사와 변호사가 모두 고소득을 올리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인 능력과 운에 따라 수입이 크게 다르다.
동일한 직종내에서 소득이 의사와 변호사만큼 천차만별인 직종도 없다. 임대료를 못내는 변호사가 있는가 하면 경영난에 허덕이다 문을 닫는 병·의원도 속출하고 있다.
의사는 수입형태에 따라 직접 병·의원을 경영하는 개업의, 일반병원에 근무하며 월급을 받는 페이닥터, 대학병원의 임상교수로 분류할 수 있다.
일반 대형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들의 월수입은 500만원 이상이다. 계약직 의사중 환자를 많이 보는 유명의사의 경우는 최고 월 1,000만원까지 받는다.
공공연한 수술 사례비와 특진료를 포함하면 웬만큼 이름있는 의사들의 소득은 월 2,000만원을 넘는다. 제약회사나 의료기기회사로부터 받는 이른바 「랜딩비」는 뺀 금액이다.
대학병원 임상의사 임금은 대학과 병원에서 따로 따로 지급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경력이 15년을 조금 넘은 모대학병원 중진의사의 경우 월 기본급 98만원과 직무수당 21만원이 고작이다.
그러나 상여금(기본급+직무수당의 400%)과 학생지도비, 기성회 의무조사비 및 연구비, 차량수당 등 각종 수당을 포함하면 연 5,900만원은 손에 쥔다. 이 병원의 경우 다른 대학병원보다 임금이 낮은 수준임을 감안하면 대학병원 정교수들의 정규수입은 연 6,000만∼7,000만원이라고 보면 무리가 없다.
명의로 소문난 의사들은 특진비가 엄청나 연 1억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개업의의 수입은 환자수와 진료과목에 따라 많은 차이가 난다. 성형외과 등 의료보험 적용이 안되는 진료과목일 수록 환자수가 같더라도 더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다. 개업의는 인건비 임대료 약값 기타관리비 등을 제외하고 최소한 200만∼300만원의 수입을 올려야 한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의사들이 많아 문을 닫는 병·의원이 늘어가고 있다는 게 대한의사협회의 주장이다.
변호사들의 수입 역시 정확히 추산하기는 어렵다. 개인마다 다른데다 소득이 공개되는 것을 극도로 꺼리기 때문이다. 수입은 사건수임 실적과 비례하고 이는 곧 변호사로서의 능력과 비례하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서울 서초동 법원단지 주변에서 단독 개업한 변호사들의 수입은 최소한 한달에 1,500만원 이상이다. 평당 300만∼350만원 하는 40평 사무실을 임대할 경우 보통 월 200만∼300만원을 임대료로 내게 된다.
개인 변호사 사무실의 경우 사무장 1명, 경리 1명, 운전 기사 1명 등 최소한 3명을 두고 있는데 인건비로 한달에 400만∼500만원이 지출된다. 기타운영비 등을 합하면 한달에 1,000만원가량이 든다. 결국 서초동 법조타운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변호사의 경우 생활비까지 포함, 최소한 한달 수입이 1,500만원을 넘지 않으면 자리를 지킬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김&장」을 비롯한 대형 법률회사의 경우 갓 입사한 1년차 변호사의 초임이 월 300만∼400만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장」의 신희택 변호사는 『정확한 소득 공개는 어렵지만 대개 다른 법무법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해진다』고 설명했다.
국세청이 93년도에 발표한 변호사의 개인소득에 따르면 10위권에 「김&장」소속 변호사가 7명이나 끼어 있었다. 공동대표인 김영무 변호사와 장수길 변호사가 각각 7억5,700만원과 4억2,900만원이었고 10위인 신희택 변호사는 3억3,700만원이었다. 이들은 경력을 가산해 시간제로 돈을 받는다.
이후 국세청은 개인납세자 보호차원에서 변호사들의 종합소득세 납부 순위를 발표하지 않고 있지만 대형법률회사 중견변호사는 연간 수억원을 벌어 들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이진동 기자>이진동>
◎의료계도 ‘3D 기피’ 확산/외과·정형외과·산부인과 대신 정신과 등 인기
의료계에도 「3D 기피현상」이 퍼져가고 있다. 전문의 자격시험을 앞둔 의대생들은 외과 정형외과 산부인과 등을 대표적인 「3D과」로 분류한다. 특히 외과와 정형외과는 노동강도가 다른 과에 비해 월등히 높은데 비해 의료보험 수가에서 상대적으로 손해를 본다는 생각에 해마다 지원자가 급감하는 추세다.
올해초 실시된 제 38회 전문의 자격시험에서 외과는 지원자가 모집정원의 109%에 불과했다. 정신과 피부과 등 인기과의 지원자가 보통 정원의 150∼200%인 것과 크게 대조된다. 외과의를 「의사의 꽃」으로 보던 시각은 이미 낡은 것이 되고 말았다.
산부인과는 의보 수가가 낮고 의료분쟁까지 잦아 지원자가 줄어든 경우다. 반면 정신과 피부과 안과 등은 「편하고 여유있는」 생활을 기대하는 예비의사의 지원이 매년 몰리고 있다. 또 소아과 이비인후과 등 소자본 개업이 가능하고 인근지역 주민을 환자로 흡수할 수 있는 과도 인기가 여전하다. 한 정형외과 전문의는 『외과 산부인과 등에 지원자가 줄어드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며 『이에 대해 의보수가 조정 등 제도적 지원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생 선호 전문직/변호사는 7위 그쳐
삶의 여유와 멋을 중시하는 신세대에게 의사나 변호사는 그리 매력있는 직업이 아니다. 새로 부상한 전문직종에 최정상 인기직종의 자리를 넘길 날도 멀지 않았다.
취업정보기관 (주)인턴이 대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96년 직업선호도」조사 결과 전문직을 선호하는 사람이 29.9%로 가장 많았으며 그중에서도 통역사가 13.5%로 최고의 선호도를 보였다.
그 다음으로 외환딜러가 12.3%로 2위, 인테리어 디자이너 10.1%, 공인회계사 8.3%, 통신기술 전문가 7.7%, 관광 가이드 7.3%의 순이었다. 변호사는 5.6%로 호텔전문직(5.4%), 의상디자이너(5.0%), 항공기조종사(4.4%) 등을 제치고 7위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의대생은 이 조사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의사 국가고시 방식이 바뀌면서 100% 가까웠던 합격률이 올해 35.8%로 떨어지는 등 의대 지망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 늘어 나고 있어 앞으로 지원자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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