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한 구속기준 “인권신장”/심사절차 다양화·세분화/마구잡이 구속 폐단 없애고 석방 가능성 크게 높여대법원이 18일 확정한 「새 형사소송규칙과 관련한 대법원 예규」는 엄격한 인신구속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인신구속과 관련한 심사절차가 체포영장―체포적부심―구속영장 실질심사―구속적부심(기소전 보석)―기소후 보석 등으로 다양화·세분화했다. 또 도주 및 증거인멸우려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인신구속 기준을 별도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피의자나 피고인은 엄정한 기준을 적용하는 여러 절차를 밟으며 석방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게 됐다.
대법원은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새로운 형사소송규칙을 제정하며 형사 사법체계의 일대 전환을 가져온 「구속영장실질심사제」 등을 도입했다.
판사가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자를 직접 만나 심문한 뒤 구속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판사들의 서로 다른 판단기준에 따라 초래될 수 있는 들쭉날쭉한 결정을 막기 위해 구체적 기준을 제시한 대법원 예규도 제정했다.
이번 형사소송규칙 개정 및 예규제정 작업을 맡은 법원행정처 송무심의관 황정근 판사는 『새 제도의 취지는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 등에 대한 엄정한 기준에 따라 구속여부를 판단한 뒤, 구속할 경우 사유를 상세히 기재토록 함으로써 영장만 청구되면 마구잡이로 구속하던 그릇된 제도를 고쳐 인권을 신장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황판사는 이번 제도시행에 대한 검찰 등 수사기관의 반발에 대해 『새 제도는 과거 수사기관에 유리하게 제출된 자료만 보고 남발하던 구속을 신중히 하겠다는 것으로 무조건 구속하지 않겠다는 제도가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불구속 재판중에 피해자와 합의가 안된 경우 등에는 과감히 피의자를 법정구속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법원행정처 송무국장 이주흥 부장판사는 이번 제도의 시행 배경에 대해 『모든 선진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영장실질심사를 도입, 인신구속과 관련한 국민의식을 한단계 높여 보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고 말하고 있다. 이부장판사는 『구속영장실질심사제가 시행초기에 「구속=처벌」로 생각하는 국민들의 법감정과 마찰을 일으키는 등 적지 않은 파란이 예상되는 것도 사실이나 더 이상 후진구속제도를 운용해서는 안되겠다는 판단에 따라 이 제도의 시행을 강력히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새 제도시행에 따라 현재 연간 13만여명으로 소도시 인구수와 맞먹는 우리나라의 구속자수가 절반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달 개정 형사소송규칙을 확정한 뒤 이달들어 전국법원장회의 개최와 영장전담법관을 지정한 데 이어 18일 시행세부규칙인 예규를 확정한 대법원은 23일 영장전담법관회의를 열어 예규의 구체적 운용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조율할 예정이다.<현상엽 기자>현상엽>
▷증거인멸 판단기준◁
△인멸의 대상이 되는 증거가 존재하는지 여부 (인멸이라 함은 물증의 은닉이나 훼멸, 증인에 대한 위증이나 침묵의 강제 등)
△증거가 범죄사실의 입증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인지 여부
△증거를 인멸하는 것이 물리적·사회적으로 가능한지 여부
△피해자 등 증인에 대하여 압력이나 영향력 행사 가능 여부
▷도주 판단기준◁
△범죄의 경중, 동기, 횟수, 수법, 규모, 결과
△자수 여부
△직업이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것인지 여부
△경력, 범죄경력, 생계 유지 방법, 생계수단의 변천
△약물복용이나 음주의 경력, 치료중인 질병, 출산을 앞두고 있는지 여부
△여권의 소지 여부 및 여행, 특히 해외여행의 빈도
△가족간의 결속력
△가족 중에 보호자가 있는지 여부
△배우자 또는 학생·어린 자녀 여부
△연로한 부모와 함께 살거나 부양 여부
△피의자에 대한 가족들의 의존 정도
△가족들이 피의자를 선행으로 이끌 만한 능력과 의사 여부
△피의자의 지역사회에서의 거주기간 및 정착성의 정도
△피의자 가족의 지역사회와의 유대 정도
△교우 등 지원자가 있는지 여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