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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니아 3인 대통령 체제(격동 ’96 지구촌의 선택: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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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니아 3인 대통령 체제(격동 ’96 지구촌의 선택:9)

입력
1996.1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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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합된 내전 극복 평화공존·재건 과제5년간의 내전에 지칠대로 지친 보스니아주민은 올 9월14일 내전의 종지부를 찍는 투표용지에 도장을 힘껏 눌렀다. 회교계 크로아티아계 세르비아계 할 것없이 모두가 이제는 포성과 비명을 듣지않고 살게 되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자신들을 지켜줄 수 있는 것은 오직 자기민족밖에 없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었다. 이같은 분위기가 반영돼 보스니아회교정부 대통령 알리야 이제트베고비치(71·회교계), 회교―크로아티아연방 임시대통령 크레스미르 주박(48·크로아티아계), 스르프스카공화국 의회의장 몸칠로 크라이스니크(52·세르비아계) 등 3명이 공동 대통령에 당선됐다.

모두 강경 민족주의자들인 이들은 자민족으로부터 각각 80%이상의 지지를 얻으며 온건파 경쟁자들을 압도적 표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보스니아인들은 내전의 선두에 섰던 지도자들에게 「공존과 재건」의 숙제를 함께 던져준 것이다.

지난해 12월 맺어진 데이턴평화협정은 보스니아의 51%는 회교―크로아티아연방이, 49%는 세르비아계(스르프스카공화국)가 자치하되 3개 민족을 대표하는 공동대통령단이 연방을 통치하도록 했다. 하지만 13세기 게르만족과 슬라브족의 충돌이후 계속돼온 발칸반도의 종교·민족간 갈등이 하루아침에 사라질수 있으리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크라이스니크는 안전문제를 이유로 대통령취임식마저 거부함으로써 보스니아가 고삐풀린 3두마차가 되지 않을까하는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곳곳에서 타민족추방과 방화 등 갈등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지만 대통령단의 지도력은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인종청소에까지 다다른 극단적인 대립으로는 민족도 독립도 없다는 내전의 교훈이 조금씩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이제트베고비치는 10월 내전발발후 처음으로 세르비아계 지역에 들어가 대통령단 회의를 주재함으로써 평화가 왔다는 것을 실증해 보였다. 대통령단은 또 민족간 각료직 분배비율에 합의하고 세르비아 공화국과 수교, 난민들의 귀향길을 터주는 등 국가통치기구로서의 임무를 가동시키고 있다.

3인 대통령단은 평화유지와 함께 국민들의 주린 배를 채워줄 것을 바라는 기대에도 직면해 있다. 내전중 3분의 2가 파괴된 산업시설을 복구하기 위해 3∼4년간 50억달러 이상의 비용이 필요하지만 올해 국제사회로부터 유입된 금액은 2억달러남짓. 보스니아의 앞날에 대한 불안때문에 선뜻 투자 및 자금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결국 보스니아인들이 공존의 지혜가 있음을 이들 3인 대통령이 얼마만큼 증명해 보이느냐에 따라 보스니아의 평화와 재건은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김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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