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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일가 기자회견­두만강 도강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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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일가 기자회견­두만강 도강 순간

입력
1996.1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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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울어 발각될까 수면제 준비”/눈·비·강풍 악천후속 3개조로 나눠 탈출최현실씨는 17일의 기자회견에서 운명을 바꾼 두만강 도강 순간을 털어놓았다.

강을 건너기전날인 25일 하오 6시 이틀전 먼저 중국에 간 장남 금철씨는 친구인 사회 안전부 소속 노무원 최영호씨에게 탈북루트와 중국내 은신처를 확보했다는 말을 전했다.

이 말을 들은 최현실씨는 두시간 뒤 금철씨 집에 일가 14명을 불러모았다. 대장정의 탈출계획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문제는 어린 아이들과 중풍으로 거동이 불편한 남편 김경호씨.

「3∼9세 밖에 안된 어린 것들이 삼엄한 경계를 펴는 국경을 넘을 때 행여 소리라도 내면 어쩌나」 「중풍을 앓는 남편이 탈출 도중 병이라도 심해지면 어쩌나」

최현실씨는 걱정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10월26일 새벽 4시. 눈과 비가 번갈아 내리고 바람이 매섭게 부는 추운 날씨였다. 남편과 둘째사위 김영환씨, 셋째사위 박수철씨, 손자중 나이가 가장 많은 박현철(9)군을 한조로 묶었다. 둘째사위와 셋째사위가 남편을 부축했다. 두 사위가 남편을 양쪽에서 부축해 두만강을 건너는 모습이 저만치 보였다.

나머지 가족 11명은 2개조로 나눴다. 최현실씨는 주머니에 있는 수면제 20알을 만지작 거렸다. 혹시 아이들이 울어 국경수비대에 발각될까 두려워 아이들을 재울 생각으로 준비한 것이었다. 그러나 손자 손녀들은 이날따라 말을 잘들었다. 가장 얕은 곳을 택했지만 강물이 배까지 차 올랐다. 옷이 젖지 않도록 모두 바지를 벗고 강을 건넜다.

물론 탈출을 결행하기 전에 치밀한 준비가 있었다.

금철씨가 친구인 최영호씨에게 탈북계획을 처음 발설하며 도움을 청한것은 10월19일. 국경경비대(21여단)원으로 10여년 동안 근무한 최영호씨는 이 부탁을 받고 두만강의 깊이, 경계병 근무교대시간 등을 며칠동안 40분 단위로 점검했다.

폭이 불과 수십여m인 두만강을 건넌 이들은 도보로 채 2시간도 걸리지 않는 룽징(용정)을 향해 걸어갔다. 이후 29일동안 4천㎞에 걸친 중국에서의 대장정은 일부 알려진 사실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정부가 외교적인 문제로 구체적 과정을 밝히기를 꺼려하고 있고 김씨일가도 이날 회견에서 이에대한 답변을 회피했기 때문이다.<서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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