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하듯 춤을 추듯 깊은 호흡 부드러운 동작/온몸에 생기가 흐른다칠순, 팔순의 중국 노인들이 공원에 모여 명상하듯, 춤을 추듯 태극권을 연마한다.
이유극강. 부드러움으로 강인함을 제압한다는 태극권.
뛰는 것도 아닌데 10분이면 땀이 맺힌다. 자세를 낮춰 오른쪽 왼쪽 다리에 무게중심을 번갈아 싣는다. 두 팔로 살며시 둥근 원을 그려 기를 모았다가는 다시 천천히 내밀며 온몸에 기를 전한다. 고수들일수록 그 움직임은 실을 뽑듯 차분하고 느리다. 느릴수록 운동의 효과가 크다. 1시간여 동안 정성을 들이고 나면 머리가 맑아지고 몸이 가벼워진다.
호흡이 가파르고 움직임이 격렬한 대부분의 운동과는 다르다. 태극권은 몸풀기에서 정리운동에까지 자기 페이스를 유지한다. 헐떡거릴 때까지 뛰지도 지치지도 않는다. 같은 유산소운동이지만 태극권의 호흡은 길고 깊다. 무엇보다 부드러운 동작이 몸에 무리를 주지 않아 겨울철 운동으로는 제격이다. 자세의 높낮이로 운동량을 조절할 수도 있다.
태극권은 그 기운이 몸에 쌓이는 보약과도 같다. 일시적인 효과를 내는 약과는 다르다. 끊임없이 허리를 좌우로 움직여 등골을 실하게 하고 사뿐사뿐 무게를 싣고 내딛는 발걸음은 하체를 단련시킨다. 무엇보다 손놀림 발놀림 하나하나에 출렁이는 기는 오장육부에 생기를 준다.
태극권은 원래 중국 고유의 무술이었다. 그 건강 효과가 인정돼 중국인들의 생활체육으로 자리를 잡았다. 국내에는 일부 화교들을 통해 소개되기 시작했고 90년 북경아시안게임의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널리 알려졌다. 93년 이연걸이 주연한 「태극권」이 히트를 치면서 많은 젊은이들이 태극권을 배우기 시작했다.
태극권도 다른 무술처럼 문파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현재 국내에는 크게 「24식 간화태극권」과 「건신 12단금」이 소개돼 있다. 「24식 간화태극권」은 54년 중국정부가 국민들의 건강증진을 위해 어려운 동작을 누구나 배울 수 있도록 간소화한 것이며, 「건식12단금」은 모두 16개의 연속동작으로 구성된 태극권의 한 형이다. 둘다 20분정도면 모든 동작이 끝난다.
서울에서 태극권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곳은 아직 많지 않다. 태극권 국제연맹 한국총회에서 운영하는 3곳과 백화점 문화센터의 태극권교실에서 배울 수 있다. 3개월정도 배우면 혼자서도 수련할 수 있다. 회비는 체육관의 경우 월 10만원, 백화점 문화센터에서는 3개월에 5만∼6만5,000원정도 한다.<유병률 기자>유병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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