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서명의 순간/항상 거기에 있었다베를린 장벽은 몽블랑이 무너뜨렸다?
90년 10월3일 서독의 콜 총리와 동독의 디 메지에르 총리가 통일조약서에 서명을 하면서 독일은 45년만에 다시 하나가 됐다. 역사의 순간, 이 두 사람의 손에는 몽블랑 만년필 「마이스터스틱 149」가 쥐어져 있었다. 1924년 선보이자마자 세계 최고의 만년필 대열에 올라선 브랜드다.
「마이스터스틱」 가운데 가장 고급품은 「솔리테어」. 순금으로 된 몸체 표면에 다이아몬드로 깎은 화려한 줄무늬가 들어가 있다. 보석세공전문가의 섬세한 손길이 닿았다. 클립 링 위에는 고유번호가 새겨져 있고, 이 번호는 보증서에 적혀진다. 가장 비싼 만년필로 기네스북에 올라 있는 「솔리테어 1497」은 무려 1만1,000마르크(1,100여만원)나 한다.
몽블랑 만년필에는 다른 제품과 구별되는 두가지 뚜렷한 특징이 있다. 잉크가 흘러 나오는 펜촉에 4810이라는 숫자가 새겨져 있다. 알프스의 고봉 몽블랑의 높이다. 뚜껑에 그려져 있는 흰별 모양의 육각형 로고도 몽블랑 만년필의 상징이다. 몽블랑을 사철내내 덮고 있는 눈의 결정체를 뜻한다.
몽블랑 만년필을 단순한 필기구가 아닌 장인정신이 깃든 예술품으로 끌어 올린 것은 펜촉. 모든 종류의 몽블랑 만년필 펜촉은 손으로 만들어진다. 특히 18K 금촉은 무려 150여 단계의 공정을 거친다. 엄격한 필기테스트를 거친 제품만 세상에 내놓는다. 수년동안 사용해도 뒤틀림이 없는 클립(꽂는 부분), 귀금속 순도를 입증하는 장인의 직인 등도 자랑거리.
1906년 문구점 상인 훠스와 은행가 라우젠, 베를린의 기술자 잔보아가 함부르크 공장에서 「심플로」라는 첫 작품을 만든 것이 몽블랑 만년필 역사의 시작이다. 「유럽인이 눈 덮인 몽블랑 봉우리를 보며 느끼는 자부심을 만년필을 쓰면서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세 사람의 다짐은 4년 뒤인 1910년 마침내 명품 「몽블랑」을 탄생시켰다. 흰별모양의 심벌로고는 1913년부터 사용됐다.
모든 예술품이 그러하듯 몽블랑 만년필도 희소성이 있다. 특별한 모델은 4,810개만 만들어 낸다. 지난해 소개된 램세스 모델은 우리나라에 딱 10개가 배정됐다.
우리나라에는 1979년에 정식수입돼 백화점과 대형문구점 등에서 판매하고 있고, 수입업체인 유로통상 본사에서 애프터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최성욱 기자>최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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