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설문 작성 지시 드러나/AP,초안입수 공개워터게이트사건으로 불명예 퇴진한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사임을 거부하며 권좌를 지킬 생각이었음을 밝히는 연설문초안이 공개됐다.
15일 AP통신의 추적 보도에 따르면 닉슨은 사임 발표 약 일주일전인 74년 8월초 당시 대통령 연설문 작성자인 레이먼드 프라이스에 사임거부 연설문을 작성, 준비하도록 지시했다.
4,000만 페이지에 달하는 미 국립문서보관소내 닉슨 관련서류에서 발견된 이 연설문은 닉슨이 중대한 실책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대통령직 박탈을 정당화할 만한 어떠한 일도 하지않았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2,000단어 분량의 이 연설문은 또 닉슨 대통령이 『불법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으면 오래전에 사퇴했을 것』이라고 적시하면서 대통령직 고수를 위한 결연한 투쟁 의지까지 천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본인(닉슨)이 사임요구를 받아들여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경우 향후 미래의 대통령들이 과거의 일로 사임 압력에 직면해야 할 것』이라는 대목도 포함돼 있다.
닉슨은 이와 함께 사임발표 연설문도 동시에 준비해 놓고 여론의 향배를 저울질 하다 워터게이트 사건 은폐 지시를 담은 녹음테이프가 공개되면서 탄핵위기에 몰리자 결국 굴복했다고 이 통신은 보도했다.
이에 따라 94년 4월 사망한 닉슨의 도덕성은 또다시 여론의 도마위에 오를 전망이다. 사망전 출판한 마지막 저서인 「평화를 넘어」에서도 워터게이트 사건의 잘못을 끝내 인정하지 않았던 그가 사임 거부 연설문까지 작성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의 추악한 권력욕이 만천하에 노출됐기 때문이다.
민주당 선거운동본부에 대한 도청사건을 은폐하려했느냐 여부를 둘러싸고 불거진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닉슨은 끝내 죽어서까지 「워터게이트」망령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윤석민 기자>윤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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