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서 7,000만명이 접속/한국서도 두배 늘어 75만명96년은 인터넷 열풍이 몰아친 한해였다. 인터넷 대중화의 원년이라고 할 정도로 이용자가 급증했고 새로운 기술이 빠른 속도로 등장했다. 인터넷은 우리의 생활, 문화, 비지니스, 교육, 사회 등 모든 분야를 파고들며 인류의 생활 자체를 송두리째 변화시키고 있다. 벌써 「인터넷 중독증」을 비롯한 문제점이 지적되기도 한다. 「지구촌 가족」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우리의 생활 깊숙히 파고든 96년 인터넷의 큰 이슈들을 정리한다.
전세계 인터넷 사용인구는 작년 말 5,600만명에 이르렀고 올해는 7,000만명 99년에는 2억명을 넘어선뒤, 2000년까지는 폭발적으로 증가해 세계인구 50억중 10억이 인터넷을 사용할 것이라는게 미국 시장조사전문업체 IDC사의 전망이다.
한국의 증가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한국전산원은 올해 국내 인터넷사용인구가 75만명으로 지난해의 39만명보다 두배가까이 증가했다고 발표, 한국사회의 인터넷 열풍을 짐작케 했다. 국내 인터넷의 외형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가입기관수도 지난해 560여개에 불과했지만 올해 2,400여개로 3배이상 늘었다.
그러나 국내 가정에 보급된 PC가 약 460만대(한국갤럽조사)나 되고 대학 등 교육기관과 기업들이 LAN을 통한 인터넷접속설비를 갖추고 있슴을 감안할때 인터넷 사용자는 더욱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미디어계 새 물결 선도/라디오·TV기술 등 흡수/웹라디오·웹TV방송 등 종합네트워크로 발전
인터넷이 신문, 방송을 이어 여론을 이끄는 미디어로 등장했다. 인터넷은 신문 라디오 TV 등 기존 미디어 기술을 흡수, ▲웹진 ▲인터넷신문 ▲웹라디오 ▲웹TV 등 새로운 미디어를 만들고 뉴스와 오락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종합 네트워크로 발전했다.
특히 인터넷에는 법과 기술의 제약이 없고 비용이 적게 들어 개인도 인터넷에 신문사나 웹TV 방송국을 차리고 능력에 맞는 프로그램을 전세계로 전송할 수 있게 됐다.
언론기관이 아닌 동호회나 컴퓨터업체가 만드는 웹진은 초보자가 쉽게 접하도록 복잡한 인터넷 신기술을 사용하지 않고 영화나 음악 등 전문분야에 한정된 뉴스와 오락성 뉴스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 기존 신문은 전세계로 빠른 뉴스 전달이 가능한 인터넷이 종이를 대체할 것으로 보고 맞춤 뉴스와 뉴스DB화 등을 통해 가상공간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등 소프트웨어업계 공룡들이 인터넷신문에 눈독을 들이고 있어 싸움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며 신문사와 소프트웨어업계간의 전략적 연합도 진행되고 있다.
동영상 압축기술을 이용, 명함크기의 화면으로 방송하는 웹TV방송은 자주 끊기고 색상과 음향도 자연스럽지 못하지만 앞으로 공중파TV를 위협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계 최초의 인터넷 전용 24시간 웹TV방송인 「퍼스트TV」(www.first-tv.com)가 9월 등장해 인터넷관련 뉴스, 예술, 오락, 비디오작품 등 25개의 프로그램을 시간대별로 제공하고 있다.
기존방송을 인터넷으로 내보내는 국내 서비스도 활발히 진행돼 6월부터 뉴스전문방송 YTN과 교육방송 MYTV 등 2개의 케이블 방송이 인터넷을 통해 중계하고 있으며 공중파 방송인 MBC가 9월, KBS가 10월부터 중계를 시작했다. SBS는 11월부터 일부 라디오프로를 리얼오디오 기술을 이용, 방송하고 있다.<박형배 기자>박형배>
◎혁신적 기술들 쏟아져/고속회선 대폭 증설/소프트웨어 다양화/인트라넷 확산
정보인프라 확충, 인터넷의 멀티미디어화, 인트라넷 확산 등 3가지 방향에서 혁신적인 기술들이 쏟아져 나와 대중화를 이끌었다.
우선 이용자들의 가장 큰 불만인 통화체증을 해소하기 위해 회선이 대폭 증설됐고 전송속도 향상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고속모뎀, ISDN, CATV망을 이용해 인터넷을 이용하는 기술개발이 활발히 진행됐다.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도 고객확보를 위해 경쟁적으로 고속회선을 확충해 나갔다.
「인터넷은 인터넷」이라는 오명을 어느정도 해소하며 텍스트위주에서 탈피 그래픽, 음성,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를 전달하는 수준에 이르게 됐다.
인터넷을 멀티미디어로 변화시킨 속도발전 이외에 또 하나의 요인은 다양한 소프트웨어 개발이다.
인터넷폰, 웹TV, 실시간 오디오 등 수많은 신기술이 사용환경을 변화시키며 이용자들로부터 대대적인 환영을 받았다. 특히 시내전화요금으로 국제전화를 걸 수 있는 인터넷폰은 세계적으로 50만명이상이 사용하며 통신시장을 통째로 흔들었다. 스피커만 있으면 청취할 수 있는 인터넷 라디오도 확고하게 자리잡았다.
PC통신과 인터넷의 경계가 서서히 허물어지며 PC통신 이용자들의 인터넷 접근을 쉽게 만든 것도 주목된다.
기업에 불어닥친 인트라넷 확산도 인터넷 대중화를 도왔다. 저렴한 비용으로 한정된 공간에서 전자우편 등 그룹웨어 기능을 구축할 수도 있으며 동시에 인터넷도 사용하도록하는 다양한 인트라넷 솔루션이 선보였다.<전국제 기자>전국제>
◎전자상거래 국내 태동/가상쇼핑단지서 전자화폐로 구매·결재/시장규모 기하급수적
인터넷 전자상거래가 태동했다. 아직 거래는 활발하지 않지만 전자쇼핑몰 100여개가 문을 열었으며 전자현금과 가상은행도 등장했다. 국내서도 국제전자상거래 연구센터가 설립돼 준비움직임이 활발하다.
전자쇼핑몰은 인터넷을 통해 거래를 희망하는 업체들이 모이는 가상쇼핑단지로 상품정보제공, 구매,결재 등을 통해 실제 상거래가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실제 거래는 거의 없었지만 국내에도 데이콤과 9개은행이 참가한 「인터파크」와 국제전자상거래 연구센터와 롯데백화점, 국민은행 등이 참여하는 「메타랜드」가 올해 문을 열었다.
전자현금은 인터넷에서 거래를 빠르고 간편하게 하기위해 도입된 개념으로 실제 화폐대신 지불수단으로 쓰이는 가상화폐다. 현재 많이 쓰이는 신용카드번호 입력방법을 특수암호로 변형, 해킹을 막도록 강화하는 방법과 새로운 화폐제정 등 두가지 안이 나왔다.
마이크로소프트, 비자, 마스터 등은 기존의 신용카드결제를 강화한 「SET」이라는 결제수단을 표준으로 제시했고 국내에도 스마트카드를 활용한 「사이언스」, 데이콤이 내년 6월 도입을 검토중인 「전자지갑」 등이 개발됐다. 미국, 유럽 등지에서 등장한 「E―캐시」, 「넷캐시」, 「에스쁘리」 등의 통용은 아직 이른 실정이다.
결제가 이루어진 전자화폐를 보관하고 거래자에게 실제 화폐로 바꿔주는 가상은행은 은행간 협의를 통해 거래시스템이 통일되야한다. 인터넷 전자상거래 컨소시엄인 「커머스넷」이 만든 「이코시스템」이 있으며 국내는 한국통신, 국민은행이 공동으로 가상은행시스템을 개발, 5월부터 시범서비스에 나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전자상거래는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때문에 오는 2000년에는 전세계에 걸쳐 7억의 고객을 확보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또 시장조사기관인 미국 이랜드에 따르면 시장규모도 올해 7억5,000만달러에서 2000년에는 100억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최연진 기자>최연진>
◎대중화 부작용 숙제로/통신지체·사이버범죄/사생활침해·음란물 등 정보쓰레기통 비난도
인터넷이 밝은 미래만을 약속한건 아니었다. 「인터넷 증후군」이란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인터넷의 대중화가 급진전된 해였지만 인터넷 대중화는 통신지체, 사이버범죄, 사생활침해 등 풀어야할 숙제도 던져줬다.
인터넷 대중화는 통신지체 현상을 가져왔다. 서비스 업체로의 접속 자체가 힘들어졌고 원하는 정보를 화면에 띄우는데도 시간이 많이 들어 「인터넷은 인터넷」이라는 농담이 생겨나기까지 했다.
이와 함께 「인터넷은 옥석 구별이 어려운 수많은 주장과 자료가 뒤섞여 있는 정보의 쓰레기통」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탈리아의 기호학자이자 소설가인 움베르토 에코는 『인터넷은 사람들에게서 좋은 정보와 쓰레기를 구별하는 능력을 빼앗아 가고 있다』고 비판한다. 「정크 E-메일(쓰레기 전자우편)」도 인터넷을 쓰레기통으로 만들었다. 짧은 시간에 저렴한 비용으로 선전물을 대량 살포할 수 있다는 이유로 광고업계의 각광을 받고 있지만 이용자들은 이들에 뒤섞인 전자우편물을 일일이 검색하느라 시간과 통신사용료를 빼앗기는 고충을 겪는다.
전문가들은 또 사생활 침해, 사이버테러, 연구의 파편화와 과학분야에서의 지구촌 분열화, 음란 폭력물의 번성 등도 인터넷의 대중화와 함께 네티즌들에게 다가온 부작용으로 지적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이러한 부작용, 특히 국가안보를 내세우며 정보전반으로 검열을 확대하려는 정부의 움직임과 「마지막 남은 자유공간」에서는 자율성이 보장되야 한다는 네티즌들의 주장을 어떤 선에서 조화시키는가 하는 문제이다.<박승룡 기자>박승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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