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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량 낮춰진 「역사적 단죄」(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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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량 낮춰진 「역사적 단죄」(사설)

입력
1996.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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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노태우 두 전직대통령 등의 12·12 5·18사건과 비자금사건 항소심선고가 있어 역사적 사건의 사실심이 종결됐다. 항소심에서도 재판부가 1심때와 마찬가지로 17년전 힘으로 국권을 찬탈하고 양민을 살상했으며 정경유착의 뇌물비리에 대해 군사반란·내란·내란목적살인·특가법상 뇌물죄 등의 중죄를 적용, 단죄를 관철시킨 것은 그 역사적 의미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성공한 쿠데타도 끝내 단죄된다는 준엄한 법치의 선언이야말로 역사 바로잡기의 새 지평을 열게 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재판이 그같은 역사성에도 불구하고 1심에 비해 작량감경을 남발해 전체적 단죄수위를 낮춘 것은 유감스럽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항소심선고형량이 1심보다 경감되는게 재판의 일반적 관례라지만 이번과 같은 역사적 사건의 항소심만은 좀더 추상같은 단죄의지를 보였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 것이다.

전두환 피고에 대한 사형선고가 무기로 감경된 것을 비롯, 거의 모든 피고인들의 형량이 줄어든 것은 이번과 같은 역사적 재판에서까지 정치적·현실적 배려가 지나치게 반영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남겨준다 하겠다. 특히 비자금사건 항소심선고에서 1심때 유기징역형을 선고받았던 재벌총수들에게 무죄와 집행유예를 무더기 선고한 것은 뇌물제공자와 그 알선·수령자간에 형평성의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겠다.

재판부가 이번 선고에서 1심때 면책됐던 일부 피고인들의 내란목적살인혐의를 인정한 것을 두고 재판부의 사실판단노력을 드러낸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도 가능하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작량감경이 지나쳐 해당 피고인들의 형량은 오히려 줄어들었고 광주학살의 발포책임규명이 여전히 미흡한 것은 또 다른 아쉬움이라 할 만하다.

이날 판결문에서 특히 주목을 끌었던 것은 내란죄의 종료시기에 관한 재판부의 전향적 판단이다. 지금까지는 81년 1월24일 비상계엄해제시점을 종료시점으로 잡아왔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87년 6월29일의 6·29선언일을 내란죄의 종료시점으로 본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같은 새 판단은 내란죄공소시효기산점문제와 직결되는 것이어서 앞으로 상고심 과정에서 뒤집히지 않는한 12·12 5·18사건과 관련된 여타 재판에서 상당한 파급효과를 일으킬 것이다.

돌이켜보면 지난 3월11일 1심1차공판을 시작한 이래 9개월만에 역사적 재판의 사실심은 이제 모두 끝났다. 앞으로 법률심인 상고심이 남아 있다 해도 사실인정에서는 크게 달라질게 없을 것으로 기대되기에 우리의 사법적인 역사청산도 이제 한 고비를 넘긴 셈이다. 하지만 법적 단죄만으로 역사청산이 진정 끝났다고 하기는 어렵다. 결국 이번 재판의 의미는 우리 모두가 그 점을 자각하고 진정한 역사 바로세우기를 위해 거듭 노력할 것을 다짐하는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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