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해석·연출·연기 멋진 조화12일부터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 중인 영국 극단 셰어드 익스피리언스의 셰익스피어 작 「템페스트」는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매혹으로 가득 차 있다. 마법의 폭풍이 나폴리 영주 일행을 외딴 섬으로 끌어들이듯 셰어드 익스피리언스는 연극적 힘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관객은 어느덧 마법사와 요정, 괴물이 사는 섬에 홀린 듯 상륙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무대는 극히 단순하다. 사용하는 도구라고는 몇 개의 흰 천과 모래 몇 줌 뿐이다. 조명도 단촐하다. 무대 바닥과 뒷면에 손수건을 펼친 듯 단정하게 빛의 정방형 공간을 만들 뿐이다. 의상은 거추장스런 16세기 의상이 아니라 간단한 셔츠와 바지, 원피스, 재킷이 고작이다.
그러나 신선한 해석과 놀라운 연출, 제대로 연기할 줄 아는 배우들은 이러한 간소함을 강력한 이미지로 전환시켜 상상력을 자극한다. 또 절제된 전자음향을 효과적으로 사용해 환상적인 분위기를 창조한다. 영어로 된 대사조차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셰익스피어 극의 대사는 16세기 영어로 율격을 갖춰 쓴 시이기 때문에 본토박이라도 이해가 간단치 않은데 이들은 리듬과 억양으로 음율을 살려내고 있다. 잘 계산된 몸짓과 동선도 인상적이다.
템페스트는 셰익스피어 희곡 중에도 가장 많은 토론거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때문에 다양한 해석이 있는데 여성 연출가 낸시 맥클러는 탈식민주의, 페미니즘 쪽으로 기운 듯 하다. 억압받는 괴물 캘리번의 비중을 높인 것이나 미란다를 야성의 처녀로, 에어리얼을 자유를 꿈꾸는 불평꾼으로 표현한 것 등에서 그런 흔적이 느껴진다. 그는 철학과 세련이 조화된 연출로 자신의 해석을 멋지게 전달하고 있다. 21일까지 계속되는 이 공연은 우리 연극을 돌아보게 한다. 적어도 작품 수준을 제작비 타령으로 변명하는 일은 더이상 먹히지 않을 것 같다. 문제는 돈보다 상상력의 빈곤임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오미환 기자>오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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