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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력 사회(김성우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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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력 사회(김성우 에세이)

입력
1996.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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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창 취업시즌이다. 각 기업들은 어떤 사원을 가장 선호하는가. 어떤 점에 가장 역점을 두고 사원을 선발하는가. 가장 바람직한 사원형은 어떤 것인가.지금 한창 대학 입시 시즌이다. 각 대학들은 무엇을 가장 큰 기준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가. 대학까지의 교육이 지향하는 것은 어떤 유의 인간육성에 중점을 두는 것인가. 많은 소망 중에서도 교육이 가장 소망하는 것은 어떤 사람됨인가.

오늘날의 사회에서 어떤 사람이 가장 훌륭한 사람인가. 가장 유용한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한 인간의 어떤면이 가장 평가받아야 할 것인가.

풍부한 학식과 고매한 인격을 갖춘 사람이 훌륭한 사람일 것이다. 책임감이 있고 성실한 사람이 믿음직한 사원일 것이다. 소양을 두루 쌓고 덕성이 함양된 사람을 교육은 바랄 것이다. 이런 모든 것을 겸비한 사람을 우리 사회는 기대해 왔다.

과거에는 인물을 판단하는 기준이 신언서판이었다. 신수가 좋아야 하고 말씨가 똑똑해야 하고 글씨가 반듯해야 하고 판단력이 있어야 했다. 요즘도 우리 사회에서는 글씨가 곱고 문리가 트인 사람이 돋보이지만 특히 용모가 준수하고 언변이 능달한 사람에게 점수를 더 주는 경향이 있다. 잘 생기고 말 잘하는 것이 장점인 것은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그것만 믿다가는 자칫 속기 쉽다. 인품이나 인격도 중요하지만 현대인으로서는 한 사회인으로서의 재능과 자질이 더 평가되어야 한다.

어느 시대인들 안그러기야 하리마는 특히 오늘의 무한경쟁시대에, 그리고 새세기를 창출해야 할 내일에 가장 필요한 재능과 자질은 무엇보다도 창의력이요 창조력이다.

인류의 역사는 창조의 역사다. 사회는 창조의 힘에 의해 발전한다. 창조라도 마력의 시대와 원자력의 시대는 그 힘의 단위가 다르다.

신은 왜 위대한가. 창조자이기 때문이다. 창조자이므로 신이라 믿는다. 모든 창조하는 인간은 신의 조수다.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은 신의 경지다.

신의 영감을 가진 사람을 천재라고 한다. 흔히 천재는 아는 것이 많고 기억력이 좋은 사람을 가리키는 수가 많지만 창의력 없는 박람강기는 천재가 아니다. 학력이나 기억력은 창의력의 밑걸음일 수는 있어도 필수 조건은 못된다.

창조는 무와의 면벽에서 시작된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기 위해 무와 대결한다. 『창조자는 사람들이 가본 일이 없는 곳을 향해, 이미 개척된 길이 아닌, 그곳으로부터 누구도 자기를 안내하기 위해 마중나와 주지 않는 숲속을 헤치고 들어가야 한다』고 미국의 심리학자 롤로 메이는 창조의 용기를 격려했다. 창조적 용기는 새로운 사회를 건설할 수 있는 새로운 패턴을 발견하는 힘이다. 아무 선례도 없고 아무 모델도 없는 새로운 것과의 대면에 창조의 감격이 있다.

미래에의 길은 미지에의 길이다. 미지속에 무한한 길이 있다. 그 길의 개척자가 창조자다. 21세기는 창의있는 사람의 것이다.

사람은 창조함으로써 스스로의 존재를 표현한다. 인간만이 창조할 수 있다. 이 획일화해가고 기계화해가는 세상을 다양화하고 인간화 할 수 있는 힘은 인간의 창의력이다.

위대한 과학적 발명이나 예술적 창작만이 창조인 것이 아니다. 세계는 지금 아이디어의 전쟁터다. 어느 사회 어느 분야에서나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자산이다. 기업도 끊임없는 아이디어의 개발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 정치도 급격한 사회적 변동속에서 지혜로운 방향을 세우자면 창의있는 인물을 필요로 한다.

이제 이 시대가 가장 요구하는 인물, 가장 대접 받아야할 인재가 누구인지를 알아야 할 때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재주있는 사람, 똑똑한 사람, 머리 좋은 사람의 기준은 창의력 있는 사람이라야 한다.

우리나라 학교 교육이 반성을 하고는 있다지만 창조정신 개발에는 아직도 멀다. 호기심과 상상력과 독창성을 천성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교육으로 길러야 한다. 대학입시나 신입사원 모집에서도 창의력이 가장 우선적인 실력으로 평가되어야 옳다. 사회도 창의력있는 사람을 학력이나 지위에 관계없이 가장 우대하고 존경하고 감사하는 풍토라야 마땅하다. 자식을 남기는 것 말고도 세상에 뭔가 새로운 것을 남기는 사람이 세상에 태어날 가치있는 사람이다.<본사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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