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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로 극우로’ 일본 심상찮다/일본의 좌표 현지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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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로 극우로’ 일본 심상찮다/일본의 좌표 현지리포트

입력
1996.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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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토분쟁·교과서 개악 움직임 등/하시모토 총리 재집권후 유례없는 보수화… 주변국 걱정 한아름일본은 아직까지 우리에겐 가깝고도 먼 이웃이다. 한국으로서는 해방 50년, 일본에게는 종전 50년이 지났지만 두 나라 사이에는 여전히 정서적 간극뿐만 아니라 정치·경제·사회적인 갈등이 깊게 존재하고 있다. 특히 하시모토 류타로(교본룡태랑) 총리의 재집권 이후 더욱 심화한 일본의 극우 동향이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의 우려를 증폭시킨다. 일본의 우익현상을 짚어본다.<편집자 주>

일본의 총보수화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일본내 보수세력의 발호문제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냉전이후 동북아의 세력균형 재편과정에서 기승을 더하고 있는 일본내 극우세력의 움직임은 우려의 수준을 넘어섰다는게 주변국의 시각이다.

특히 일본내 보수우익을 대표하던 하시모토 총리의 재집권이후 이같은 극우 동향은 보다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빈도가 잦아지고 있는 독도영유권 주장, 군대위안부 피해자 보상 등 전후처리의 회피, 보수·우익의 교과서 개악 움직임 등은 비록 이들 세력이 소수라고는 하지만 귓전으로 흘러보낼 수준을 넘어섰다.

유엔 상임이사국을 바라보고 세계 각국에 가장 많은 정부개발원조(ODA)를 하고 있는 일본은 이제 「침략국가」라는 딱지를 떼고 국제사회에서 「보통 국가이자 정치대국」으로 인정받고 싶어한다.

한국등 주변국은 국제사회에 대한 일본의 현실적 공헌을 인정하지만 신뢰를 회복하는 지름길이야 말로 철저한 과거반성과 전후처리의 결단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러한 기본인식차와 일본에 대한 불신감이 일본이 즐겨 말하는 「미래지향」 분야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한·일 정상간에 합의해 곧 첫 회합이 열릴 역사공동연구는 역사인식의 공유 및 교육에의 반영을 원하는 한국과 민간 연구활동의 단순지원이라는 일본의 시각차로 실질적 효과는 미지수다. 월드컵 자체가 거대한 문화 이벤트라는 의미에서 일본이 희망하고 있는 문화개방에 대한 한국의 입장정리도 난제중의 난제다. 여기에 과거청산의 상징으로 일본에서 벌써 거론되고 있는 2002월드컵공동개최에 따른 일왕의 방한문제도 잠복해 있다.

일본내 총보수·우익화 움직임은 한일관계, 나아가 동북아의 미래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특히 남북대치상태의 우리로서는 이같은 움직임에 남다른 우려를 나타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도쿄=신윤석 특파원>

◎종전 50년에 불거진 사관논쟁/우익단체 의도적으로 불지펴

일본에서는 올들어 교과서, 역사교육과 관련된 사관논쟁이 뜨겁다.

최근 요코하마(횡빈)시에서 열렸던 근현대사포럼 실행위원회 주최의 심포지엄 「도쿄(동경)재판을 생각한다」는 대표적 예다.

심포지엄에서 「자유사관연구회」 대표 후지오카 노부가쓰(등강신승) 도쿄대 교수는 『미국이 도쿄재판에서 보여준 사관은 일본인에게 죄악감을 심어주기 위해 만든 자학사관』이라며 『우리의 자랑을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같은 도쿄대 후지다 규이치(등전구일) 교수는 『도쿄재판과 뉘른베르크재판은 냉전후에도 유엔의 구 유고 국제재판소설립이나 상설국제형사재판소 규정 마련등에 기초로 살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교육연구가 이타구라 기요노부(판창성선)씨는 논쟁직후 신문기고를 통해 『애국심에 편향된 역사기술은 평화를 파괴하는데 기여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자유사관연구회와 자민당내 「밝은 일본 국회의원연맹」 등은 사관논쟁을 일으키며 교과서의 군대위안부 기술 삭제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에맞서 「교과서검정 소송을 지원하는 전국연락회」 「일본의 전쟁책임자료센터」 등 시민단체들은 이들을 「우물안 개구리사관」으로 규정, 군대위안부 피해 해결을 위한 입법운동, 인터넷 홈페이지 개설 등으로 맞서고 있다.

미국이 구 일본군 관계자들을 입국금지 리스트에 올리고 히로시마(광도) 원폭돔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된 것에 대한 평가까지 겹쳐 일본의 사관논쟁과 전쟁책임논쟁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원폭돔 세계유산 지정은 해설, 사설을 곁들여 연일 보도하고 입국금지는 간단히 다루는 언론의 태도는 일본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도쿄=신윤석 특파원>

◎군국주의 부활/‘자위’ 한계넘은 자위대/최첨단 무기로 중무장

일본과 중국간 조어도(일본명 센카쿠 제도) 영유권 분쟁이 극에 달했던 9월. 싱가포르의 한 군사전문 싱크탱크는 중국이 무력시위를 극히 자제하는 이유를 『압도적인 일본 해군력에 대한 두려움과 우발적 충돌이 있을 경우 겪게 될 체면손상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이같은 분석은 중·일 군사력관계의 일부분을 설명하는 데 불과하다. 그러나 일본 군사력에 대한 주변국의 경계심을 보여주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일본이 2차대전 이후 금과옥조로 지켜온 「전수방위」원칙을 넘어 이미 군사 대국화했다는 의미다.

일본의 올해 군사예산은 550억달러. 미국의 아·태지역 총 군사예산과 맞먹는 액수다. 현재 자위대 외형은 병력 23만9,500명(예비군 4만7,900명 별도), 함정 160여척, 전투기 510대에 달한다. 그러나 질을 따지면 얘기는 달라진다. 자위대는 장교와 하사관 위주로 편성돼 있어 유사시 징집체제로 들어갈 경우 단기간에 100만명으로 증강될 수 있다.

보유장비 또한 최첨단 수준이다. 항공모함 전투단으로 즉각 변신할 수 있는 9,000톤급 수송선과 88호위함대, 중·대형 잠수함 18척, 양산단계에 들어간 차세대 전투기 JFX, 조기경보기(AWACS) 4대, P3C 정찰기 100여대 등으로 무장하고 있다. 나아가 일본은 원거리 공군 작전을 위한 공중급유기 도입을 추진중이다. 비록 일본은 1,000해리 해상수송로 방어를 군사력 증강의 논리로 내세우고 있지만 설득력은 별로 없다. 군사전문가들은 자위대의 군사력이 서방국가중 미국에 이어 2위라는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 조짐은 물리력 뿐 아니라 우익의 여론과 국제정세에서도 나타나 우려를 더하고 있다. 우익은 「경제력에 걸맞은 국제적 공헌」, 정치·경제·군사력이 조화된 「보통국가」를 내세우며 자위대에 날개를 달려하고 있다. 특히 4월 채택된 미·일 안보공동선언은 아·태지역에서 일본의 군사적 역할을 확대, 자위대 대외활동에 합법적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군사력과 경제력, 정치권 우경화의 「3박자」에 가속도가 붙을 경우 일본의 군국주의 잠재력이 또다시 현실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배연해 기자>

◎영토분쟁/‘내것은 내것 네것도 내것’

독도, 센카쿠(첨각)제도(중국명 조어도), 북방4도(러시아명 쿠릴열도)가 일본을 중심으로 한 「영유권문제」 대상이다. 물론 한국은 독도가 역사적·현실적으로 한국의 영토이므로 영유권문제나 영토분쟁이란 용어조차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중 일본이 가장 열성적으로 영유권이라고 주장하는 대상은 명칭부터 『북방영토』라고 부르고 관공서에 『북방영토 회복일이 평화의 날』이란 현수막이 걸려있듯이 쿠릴열도다. 일본은 구 소련이 참전하면서 점거했다는 명분상 이점과 소련 붕괴 및 러시아의 경제력 파탄을 활용해 반환문제를 양국간 교섭대상으로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센카쿠제도에 대한 일본의 입장은 독도를 놓고 갖고 있는 한국의 정서와 흡사하다. 『일본이 실효지배하고 있으며 중국과의 사이에 영토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가능한 대응을 피하고 센카쿠가 미·일안보조약의 적용대상이라는 미국의 언명을 얻어내려 애쓰고 있다. 중국은 자국 영토임을 계속 주장하며 이 해역의 유전발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공동개발안을 흘리는 중이다.

독도를 보는 일본의 시각은 센카쿠에 대한 중국의 생각과 닮아 자꾸 문제화해 어업협상 등에서 이득을 얻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 외교조사회 정책지침도 『당면 영유권에 관한 종래 입장을 견지, 한국의 실효지배 확립을 저지하는 이외에 적당한 수단은 보이지 않는다』며 『배타적경제수역(EEZ) 설정 때 한국 EEZ내에 들어가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중국, 러시아처럼 일본은 최종적으로 독도수역의 공동관리안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일본의 영유권 주장에 말려드는 과민반응으로 국제사회에 독도가 분쟁지역이라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도쿄=신윤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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