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 외길 50년 노학자의 에세이요즘 출판계에 범람하고 있는 소위 자전 에세이들. 그 내용들은 무엇인가. 신변 잡사 아니면 개인의 검증되지도 않은 작은 성취를 드러내놓고 자랑하는 책들 아닌가. 혹 독자들을 엉뚱하게 오도하지나 않는지.
김방한 서울대 언어학과 명예교수가 쓴 「한 언어학자의 회상」은 이들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우리 사회에 희귀한 학문적 자전이다. 한국 언어학을 대표하는 인물인 저자의 학문적 무게만큼이나 값진 결실이다.
저자는 이 책을 평생 지겹도록 들었던 질문인 『왜 언어학을 택하게 됐는가』 『그중 하필 몽골어를 택했는가』에 대한 대답으로 내놓고 있다. 1940년 중학시절 몸이 아파 휴학을 하면서 시작했던 영어문법 공부에서 출발해서 언어학 일반, 몽골어, 한국어 계통론으로 나간 학문적 이력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배움의 과정에서 책 한 귀절, 스승의 강의 하나로부터 받은 느낌과 논문 작성 때의 감회 등을 자세히 기술하는 노학자의 모습은 공부하는 사람 모두가 자세를 다시 가다듬어야 한다는 것을 소리없이 웅변한다. 민음사 간 8,000원.<이윤정 기자>이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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